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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대를 깨우는 스승의 외침

"자기 먹을 건 자기가 하라고 하셨지요"
한평생 농사하며 수도공동체 일궈온 박공순 언님


땅도 없고, 아주 산도 그런 악산이 없어요. 개명산이라고, 너무너무 무시무시한 산인데, 맨 돌이고, 흙이라고는 없어요. 여자들이 먹을 것은 없고 식구는 오십 명이나 되고 하니까, 땅을 파서 옥수수라도 심어서 갈아서 죽이라도 끓여 먹어야 살 것이니까….

우리 선생님은, 자립자족해서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하라고 그런 정신을 가르치셨어요. 어디든지 가면 자립을 생각하고 살라고…. 직조도 많이 짜서 서울 교회에다가 팔고, 보리농사를 하고, 여자들이 새끼들을 꼬고 가마니치고 했어요. 딴 사람들이 와서 보고 이런 자갈땅에서 농사를 이렇게 하다니, 기가 막히다고…. 전부 풀해서 여자들이 작두를 썰어서 그걸 썩혀서 뿌려서 농사를 짓고. 그 식구들 먹을 거 남기고 보리를 백오십가마니를 냈어요.

또 어디 옛날에는 불이 잘 났는지 몰라요. 불 나싸면 그냥 여자들이 비호같이 뛰어올라가서 불 다 끄고 내려오면, 동네 남자들 인자서야 와요. 이제 산 밑에 올라오고 있어. 그럼 불 다 타버리지. 허허.

단체에서는요, 참 피눈물 날 때도 많죠. 부딪치는 일도 많았죠. 많은 사람 마음이 똑같지를 않은디, 개명산에서는 50명 정도 젊은 처녀들이 참 참고 사느라고 애들 쓰셨죠. 세상에 원망도 많은데 그걸 참고, 맨땅 파서 질쌈하고 그러니 얼마나 속에 불이 날 때도 많겠어요. 자기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하고, 댕기고 싶은 곳도 못 댕기고…. 단체생활은 자기 욕망을 끊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부닥치고 싸우면 어떻게 살아요. 서로 형제를 존경하고,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그렇게 희생하는 분들이 있어야 잘될 거라고 믿어져요. 그거는 인제 예수님이 내 안에 계셔서 주장을 해주셔야 돼요.


동광원은, 탁발수도승으로 살며 걸인과 병자들을 돌보던 이현필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일군 노동수도공동체이다. 올해 일흔 여덟이신 박공순 언님은 20대 초반에 벽제 동광원에 들어와 버려진 땅 4천 평을 개간해서 평생을 농사지으며 수도하며 살아오셨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 60년대 배고픈 세상에, 맨밥이라고는 해야 우거지죽뿐이에요. 근데 거기 곳간에서 저축미를 모아요. 서울 시내 50년대에는 다 판자촌인데, 배고파서 우는 사람들 천지야. 그런 소리를 듣고 우리는 죽이라도 먹겄냐 하면서. 한 서너 달 떼면 많아요. 하루는 식모가 화가 났는가 그 저축미를 마당에 흩어버려요. "와, 어른들 나오실까 무섭다. 빨리 줍자" 해서 그걸 다 쓸어 담고 돌 고르고 했어요. 위에 어른들이 배고픈 사람들 빨리 안 갖다주냐고 해서 밤에 이고 노나주러 갔지요.


죽어라고 참아주고, 죽어라고 다독거려주고. 자기는 아무리 괴로워도 참고 또 참고 피눈물을 흘리면서라도 희생을 해야 해요. 아무리 목구녕까지 차올라도 그놈 삼키고 참고. 그 사람 사랑할 때까지 잘 봐주고 그래야 될 거 같아요. 참고서 말씀 보면, 하나님이 위로해주시고 하나님이 인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현필 선생님 돌아가실 때, 그날 저녁에 내가 하루 저녁이라도 가서 선생님을 지켜봐야겠다, 그러면서 올라갔죠. 불을 때고 방구석에 가서 앉았는데, 벌써 당신은 갈 줄 아시고 "내일 손님이 많이 올 텐데…" 하며 저보고 가서 쉬래요. 자꾸 가서 쉬라고…. 당신 아프신 거는 생각을 안 하고 남을 저러고 쉬라고 해싸신고. 내가 하루 저녁이라도 선생님을 지켜봐야지 가기는 어딜 가, 끝까지 고집을 피우고 있다가, 선생님이 가실 때가 되니까 숨이 차시니까 자꾸 일으키라고 하세요. 일으키라 해갖고 안고 있고, 시중 드는 사람이 물을 이러고 입에 적셔준당께. 그때는 이미 안 받으시더라고. 그런데 고개를 떨어뜨리시더라고.

그 언니는 울고 있고, 저 방에서 어른들은 막 깨서 와서 선생님 가실랑갑다 하고 있는데, 그 떨어뜨렸던 고개를 다시 한 번 들어서 이렇게 저를 돌아보실 때, 가슴과 가슴에서 느껴지는 것이 ‘내가 너를 기억한다’ 그러신 것 같아. 그 말을 듣기는 들었는데 꿈인가 생시인가 그랬는데, 딱 3시 되니까 운명하시더라고. 당신 가시는 날짜와 시간도 그렇게 다 아시더라고. 하나님이 그 시간이라도 우리를 지켜보게 해주신 은혜가 감사하더라고요.

노동이 기도라고, 노동이 기도라고 해서 항상 그저 땅 파고 농사짓고 그것만 제일이라고 했었어요.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해도 살아지지도 않고, 젊었을 때는 욕망도 많고…. 그래도 그걸 꺾고 살았던 것은 선생님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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