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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그분의 초대장입니다"
세상을 사랑해서 산으로 간 하늘길수도원 김영락 원장

수도원이라면 세속을 등지고 하나님과 친밀하게 수도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저는 세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산에서 수도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세상이 염려가 되고 세상에 하나님나라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산속에 들어와 있지만, 영적 전투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가난의 영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라는 성경말씀을 믿습니까? 잘 안 믿어지지 않나요? 사실 저도 확실히 그럴 것 같은데 정말일까 생각하면서 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살아보니까 그 말씀이 공감이 되고 저의 임상실험 결과이기에 증거할 수 있습니다.


김영락 목사는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지만, 영혼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기 위해 목사가 되었다. 이후 생명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갖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을 하다가 2004년부터 하늘길수도원을 개척해, 전기를 쓰지 않는 생활을 하며 노동과 수도에 정진하고 있다.

목사가 되고 환경운동을 해왔습니다. 환경운동 현장에서 살펴보니 환경 재앙은 물질의 남용에서 오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환경운동은 절제하는 운동이었습니다. 낮에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석 달 간 동광원에서 전기 없이 지내며 단순하게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으로 진지하게 살라면 수도를 해야 한다는 설교를 들으며 수도하는 삶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강원도 홍천 장평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가난하게 살려면 전기를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서 원자력을 공부해 그 폐해를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전기를 안 쓰려면 샘물이 주변에 있어야 하는데, 감사하게도 저희 땅에는 세 군데나 샘물이 나왔습니다. 저뿐 아니라 가난하고 단순한 삶을 살면 행복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몇 사람과 함께 기도하고 노동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의 삶은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는 것인데 다른 말로 하면 돈에 의지하는 삶에서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떡으로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삶으로 선포하자는 뜻입니다. '돈을 무력화시키고 돈을 좀 비웃어보자. 그러려면 내 손으로 농사, 집, 옷을 지어보자' 이런 뜻을 품고 살았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켜고, 집 지을 때는 창문이나 문짝은 비싸니깐 중고로 얻어왔습니다. 열 평짜리 예배당을 지었는데, 어느 교회를 철거하게 되었다고 해서 뜯어 가지고 왔습니다. 7년째 집을 짓고 있습니다.

사실 힘듭니다. 하지만 "가난하면 힘을 낼 수밖에 없다." 동광원 박공순 언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먹을 건 없고 농사는 지어야 하니까, 배고프면 개울에 가서 맹물로 배를 채우고 일을 했답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죠? 저는 3~4년을 그 고민을 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에 그 이야기에 답을 얻었습니다. 가난하면 다 할 수 있다. 가난하면 길이 없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은 가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해야 합니다. 돈이 없는 것이 오히려 축복입니다. 없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있고 하나님의 은혜로 들어갑니다. '고난 외에는 길이 없다', '십자가 외에는 길이 없다', '죽고자 하면 산다', 다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기도 중에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을 삶으로 실험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가난에 복이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난해야 하나님과 가까워집니다. 몸이 아프면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은 하나님의 초대장입니다. 가난하면 궁리를 하게 됩니다. 가난하면 자연친화적이게 됩니다. 가난하면 복이 있다는 말씀은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가난을 회피하고 두려워합니다. 사실 죽음을 두려워하면 가난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가난하면 굶어 죽거나 병들 수 있습니다. 가난, 죽음, 십자가가 얽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난의 삶은 고난, 십자가 신앙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것을 깨달으면서 저를 돌아보면, 저는 아직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가난을 흉내 내고 있을 뿐입니다.

환경문제를 돌아보아도 가난한 삶, 절제된 삶이 중요합니다. 에너지를 소비, 그것도 너무 과하게 소비해서 늘 문제가 아닙니까. 또 모든 재물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믿는다면, 당연히 아껴 써야 하는 것이겠지요. 동광원 어르신들은 흘러가는 물도 필요한 양만큼만 떠서 먹었다고 합니다. 물이 많다고 헤프게 쓰면 내 마음이 헤프게 되는 것을 경계한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도 아끼는 것이 맞습니다. 단순하고 검소한 삶은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그 메시지를 듣고 나의 삶을 돌아보면, 너무나 부유합니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 가운데 영적 빈곤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질의 풍요가 영적 빈곤을 가져온 셈입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말씀에도 그런 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영적인 풍요를 누리려면 물질적으로 빈곤해야 한다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과하게 물질을 소비하고 누리는 이 세태 속에서 절제와 가난한 삶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서게 하고 십자가 신앙을 회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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