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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어깨 걸고

"누구라도 늦어지면 그 사람이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다음 줄로 넘어가는 모내기
  다른 사람이 일하는 속도와 호흡을 의식하며
  어떤 이는 분발하고 어떤 이는 슬며시 옆 사람 몫을
  채워주거나 표 안 나게 기다려주었다.
  '성숙'이 필요한 일이었다.
  함께 하는 사람과 공동의 과업을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이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밥'을 심는 과정에 고스란히 담긴다."

홍천 마을학교 농생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물 댄 논에 발 담그고 손모내기를 하고서 선생님이 쓴 날적이 중 일부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른 이의 호흡을 의식하며 여유롭게 모줄을 하나하나 완성하면서 춤추듯 나란히 나아가는 모습을, 5월 절기달력에서 손그림으로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루고 있는 과업은 어떤 그림일까, 나는 분발해야 할 때일까, 채워주고 기다려줘야 할 때일까 헤아려보며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겠습니다.

어쩐 일인지, 아름다운마을 교육공동체 운동회에서 10인 11각 달리기 시합을 하려고 서로의 발목을 굴비처럼 엮고 길게 줄지어선 이번호 마을신문 표지 사진도 손모내기할 때 연출되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모처럼 힘껏 몸 좀 풀어보겠다고, 사뭇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평소 늘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놀이처럼 즐기는 학생들을 이기기가 만만치 않았겠지요. 처음엔 어색하게 어깨 걸고 어느 순간 한 몸과 같이 되는 걸 느끼며 힘껏 달리면서 아이들 못지않게 신났을 그들의 다음 장면이 기분좋게 그려지지 않습니까?

최소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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