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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추동하는 힘

2006년 6월 아흔 넘으신 백발 할아버지께서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찾아오셨습니다. 속리산 자락에 사시는 분이라 아침 일찍 출발해 세 시간 넘게 걸려 오셨답니다. 오시자마자 공동체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습니다. “아이 데리고 밤마실 다닐 거리에 모여 산다는 얘기에 솔깃했습니다. 어떻게 사는지 배울까 해서 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당시 그분을 뵌 이는, 50년 동안 풀무원(지금은 평화원)을 이끌었고 한국의 공동체운동과 유기농업의 산 증인인 원경선 선생님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는 소문을 듣고 몸소 찾아오는 ‘청년’의 열정을 품고 계셔서 놀라웠다고 회상했습니다. 올 1월 8일 원경선 선생님께서 타계하셨습니다. 그분이 한평생 헌신한 생명의 씨앗은 어딘가에서 다시 살아나고 이어지리라 되새기며, 새해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첫 호 마을신문을 엮으며, 변화를 추동하는 힘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한 아이의 책임있게 지켜보는 마을공동체 교육, 서로의 품이 무대가 되는 잔치, 내 짐의 무게를 돌아보고 나눠 지게 해주는 이사 이야기를 전합니다. 밥상일과 생태건축과 농생활 속에서 노동의 참된 가치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웃 두레공동체를 만나, 기존의 틀에서 새로운 관계양식이 확산되어가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들판이 아름다운 건 아무데서나 살지만 아무렇게나 살지 않는 들풀이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때를 따라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는 잡초들의 자기 생에 대한 긍정! 주어진 삶의 여건 속에서 부르심의 뜻을 새기고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이들에게 창조와 변혁의 힘이 있겠지요. 그럴 때 역사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라 믿습니다. 해봐야 별 것 있겠냐고 불평하기보다, 정성들여 우리의 역사를 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최소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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