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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잘 통과해가자"


이번 호 마을신문 첫 기사는 농생활 이야기입니다. 적막한 겨울 산에 올라 눈길에 미끄러지고 시린 바람을 타고 눈에 들어가는 나무 티끌과 고투하는 나무꾼의 모습이 언뜻 고독해 뵈지만, 그 고생을 다 알아주는 나무와 말없는 벗을 이룬 것 같단 느낌은 저만 드는 걸까요?

모처럼 [소통과 대안] 꼭지를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병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질병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정기검진을 챙기고 이중삼중 보험을 들어놓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은 몸을 더욱 병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식의주 생활양식을 틈타 불안을 부추기고 무병장수를 욕망하게 하는 무수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건강은 무엇으로도 보장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정성스런 일상에 자연스레 선물로 주어질 때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우리는 원자력문명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는 환경에 다들 처해 있다는 걸 되었으니까요. 무기력하지 않게, 탐욕스럽지도 않게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관계는, 아픔이 찾아왔을 때 "이 과정을 잘 통과해가자"고 말합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곧 건강을 보여줍니다. 아픔이 후딱 끝나기만 기다리기보다, 담담히 자기 삶을 돌아보고 활기찬 일상을 회복해가며 불안과 고통과 의료권력의 엄습을 뚫고 나가는 이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뒷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이번 글을 쓴 필자에게, 땀 흘려 운동하는 모습이 필요하니 뒷산을 배경으로 사진 찍자고 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자기가 요즘 추워서 산에 잘 가지 않기에 설정 사진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레몬차 담글 때 찍은 사진을 줬습니다. 이런 '거절' 또 있습니다. 어떤 필자는 '흙 묻은 손'이란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바꿔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자칫 자기 삶이 너무 수고스럽게 비춰질까봐 그런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지런히 실천과 실험의 걸음을 옮기되, 본인이 살아내는 실제보다 과잉 포장되지 않으려 하는 이들 덕분에 마을신문이 기만적이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편집장 최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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