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마을·교육·평화 고운울림 이야기마당

 

2019 밝은누리 한마당잔치 셋째 날 마을·교육·평화라는 주제로 여러 학교와 공동체에서 오신 분들모시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충남 홍성군에 자리한 풀무고등농업기술학교 배지현 선생님 모둠에서 이야기 나누었다. 풀무학교는 1958년 해방 뒤 척박해진 농촌에서 나라를 일으킬 일꾼을 길러 내고자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이다. 풀무학교에서는 어떤 배움과 가르침이 이뤄지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꾸려가고 계신지 들었다.

 

풀무학교는 무교회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이다. 아침마다 성경을 읽고 한 장씩 간추려 나눈다거나, 성서를 공부하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수업만으로 신앙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신앙하는 삶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배지현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과학도였던 선생님은 젊은 시절 신앙 없는 사람이 신앙이 있다는 사람보다 더 큰 열정과 헌신으로 농촌을 위해 일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신앙 없이 살아가던 여러 분야 운동가들이 처음 품은 뜻을 잃고 사리사욕을 좇거나 자기가 커져가는 것을 보았다. 반면 오랜 기간 농촌을 지키며 묵묵히 궂은일 해오신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에게는 신앙이 있었다. 이 어른들이 내디뎌 오신 진실한 걸음을 보며 선생님도 자연스레 궁금한 마음이 생겼고, 신앙을 갖게 되셨다. 신앙하는 삶은 교리교육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둘레 어른들이 보여주는 진실된 삶을 통해 자연스레 알아가는 거라는 말씀이 와닿았다. 나 또한 마을 이모 삼촌들과 학림 선생님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그런 삶이 어떤 것인지, 신앙을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배웠기 때문이다.


배지현 선생님은 졸업 이후 학생들이 배운 대로 저마다 터한 지역에서 든든한 일꾼으로 서가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마을에 남아 고생하기는 싫어한다. 그래도 몇 명의 학생들이 마을에 남아 젊은협업농장이나 풀무학교 일을 하며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니 반가웠다. 마을이라는 바탕이 없는 다른 대안학교에서는 졸업한 뒤 각개전투로 흩어지는 일을 종종 보았는데, 홍동마을에 뿌리 두고 있는 풀무학교에서는 졸업 이후 학생들이 함께 나름의 실천들을 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학림 동무들과 졸업 이후를 그려보고 이야기 나누고 있다. 학림 학생들 안에서뿐 아니라 풀무학교 학생들같이 비슷한 배움을 해온 대안학교 학생들과 연대하며 졸업 이후를 더 풍성히 그려 가면 좋겠다. 이야기 들으며 농촌과 자립, 신앙이라는 뜻을 소중하게 지켜가고 있는 풀무학교가 든든한 길벗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도 더 자주 만나 함께 뜻을 나누는 동지가 되면 좋겠다.

 


주은 | 학림에서 공부하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몸과 마음 닦으며 얼밝히는 공부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