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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잡고 사는 이 땅의 상처와 고통을 찾아
온고을(전주) 강당재 보도연맹 사건
 
미군이 찍은 보도연맹 학살 사건 현장.
 
지난 2017년 북조선과 미국 사이에 있었던, 전쟁을 방불케하는 위협 속에서 다음 세대를 떠올리며,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 우리가 터 잡고 살고 있는 이 땅의 상처와 고통도 생각하였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명평화 기도순례’ 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월 기도순례로 그간 알아보고 싶었던 ‘보도연맹’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제주도 순례 중에 4.3평화공원 내 위령제단에 ‘행방불명’이라고 씌여진 가묘에서 이 사건을 먼저 만났습니다. 사건이 전국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분명 전주에도 흔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주에서 예닐곱 군데를 찾았는데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이 중화산 능선에 있는 강당재였습니다. 우리 집 맞은편 능선으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놀랐습니다.
 
‘보도연맹’ 사건 유족들은 전국적으로 100만 명 정도가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사건을 벌인 당사자들 증언과 남겨진 기록을 통해 추산할 때도 최소 20~30만 명의 양민이 살해됐습니다. 남쪽에 선 단독 정부는 지지 기반이 빈약했던지라 좌익을 포용하고 지도한다는 명분 아래 가입하면 모두 용서하고 국민으로 받아준다고 하여, 신고제를 바탕으로 좌익에 가담한 사람을 ‘보도연맹’에 가입시켰습니다. 이 단체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친일 전향 단체를 본떠서 만든 반공단체입니다. 그러나 많은 양민들이 반공이나 사상과는 관계가 없었고, 비료를 준다 혹은 고무신을 준다는 이유로 혹은 할당제였기에 본인도 모르게 이름이 올려지는 등 잘못된 가입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정부는 남한의 좌익세력이 일어나 체제를 전복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보도연맹’ 가입원을 검속하고 살해하였습니다. 그 주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군인, 경찰, 해병대, 국가정보부, 헌병대였습니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군부정권하에서 이 억울함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습니다. 대대로 ‘빨갱이’라는 낙인도 찍혔습니다. 어느 곳은 어린이와 여성으로 짐작되는 작은 뼈들이 70퍼센트 넘게 발견되었습니다. 보도연맹원인지 아닌지, 사상이 어떤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저 살육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강당재 자리가 보이는 능선으로 올랐습니다. 야산 골짜기에 몰아넣고 살해했다는 자료를 보았기에 여러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능선 위에 섰습니다. 몸통이 굵은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며 같이 간 친구는 “이 나무는 그때를 기억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의 시작과 아직 끝나지 않은 조사내용을 함께 조용히 나누었습니다. 고요히 묵념하고, 해원을 하늘에 구하며, 우리가 함께 부르는 생명평화 노래를 마음 다해 불렀습니다.
 
원유미 | 온고을(전주)에서 지내는 시민입니다. 달팽이 한 마리에도 생명평화 깃들기를 기원하며 길벗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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