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사람을 그리워할 줄 안다는 것

 

일본 야마기시 공동체를 만나다
 
 
일본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서는 야마기시 가스가야마 공동체와, 이곳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야마기시 도요사토 공동체를 1박 2일간 방문했습니다. 가스가야마에는 약 250명, 도요사토에는 약 450명의 공동체분들이 함께 생활하고 계십니다. 기도순례 길벗들이 가스가야마에 도착했을 때 야마기시 공동체분들은 밝은 표정으로 길벗들을 환대해주셨습니다.
 
 
야마기시 공동체는 야마기시 미요조(1901~1961) 님이 제안하신 무소유, 공용, 일체를 구현하는 공동체로, 그 사상을 실현하는 ‘실현지’로서 참된 행복사회를 지향합니다.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생활양식은 ‘연찬’으로, 일상 만반의 주제에 관해서 모두의 지혜를 모아 ‘진리는 무엇인가’, ‘정말 그러한가’를 탐구합니다. 연찬에서는 듣기가 가장 우선된다고 합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의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예’ 하고 받아들여 보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그 생각을 가져다 놓고 탐구하는 과정이 연찬입니다.
 
‘돈이 필요 없는 즐거운 마을’로도 불리는 야마기시 공동체는 개인 수입이 없고 대부분을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숙소, 식당, 목욕탕을 함께 사용할 뿐 아니라, 이발소·미용실, 세탁소도 모두 열려 있습니다. 길벗들에게 생활 공간을 하나하나 보여주셨는데, 오가며 만난 분들 모두 각자 크고 작은 일들을 맡고 계셨고, 표정에서 보람과 기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안해 보이는 야마기시 공동체에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1995년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발포한 후로 공동체에 대한 혐오가 높아졌고, 야마기시 공동체는 이 사건과 관련 없이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받았습니다. 여론은 야마기시 공동체의 정신이 담긴 작은 생활양식까지 파고들었고, 야마기시 참여자들의 기부나 무보수 노동을 탈세로 간주해 압박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핍박과 모함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만난 분들은 우리를 따스하고 밝은 미소로 맞아주셨습니다. 모진 시간을 견디며 사람에 대한 경계나 두려움, 불신이 생겼을 법도 한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마음으로 만나주셨습니다. 오해와 편견을 딛고 얼과 정신을 지켜오신 분들, 모함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갈 길을 가신 분들의 모습에서 겸손함과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1박 2일간 함께 지냈고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처음 만나는 길벗들을 가족처럼, 손자·손녀처럼 마음 다해 만나주셨습니다. 그 넉넉한 품에 길벗들은 몸 둘 바를 몰랐고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었습니다. 만남을 마치고 헤어지며 아쉬운 마음으로 인사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야마기시 공동체분들은 돌아가는 길벗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그리워해야 하는지 아는 어른들을 만난 시간. 일본에서 생명평화 일구어가는 희망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정성혜 | 글 짓고 책 만드는 일 좋아하는 청년

"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