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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귐, 생명평화 꽃피우는 씨알

평화와 화해의 순례’, ‘지리산 작은학교에 곱게 울려 퍼지다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이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작은학교 학생들

 

 

함께 모여 길을 모색하는 여러 나라 청년들

5-6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가 제주, 광주, 지리산, 이천에서 67일간 이어졌습니다. 기도순례 첫날, ‘2019 평화와 화해의 순례에 참여한 이들과 제주 서귀포 성당에 모였습니다. 이 모임은 떼제공동체, 기독청년 아카데미, 예수살이공동체,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에서 공동 준비한 것으로, 한국과 이웃 나라의 청년들이 서로 만나 함께 기도하는 순례입니다. 떼제공동체 신한열 수사님은 혼자서는 우리 시대의 엄청난 도전 앞에 좌절과 무력감을 느끼지만, 함께 모여 길을 모색할 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순례의 의미를 밝혔습 니다.

 

중국, 일본, 타이완, 홍콩, 마카오, 베트남에서 온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함께 모인 이들은 각국의 언어로 노래하고 때로는 침묵하며 생명평화 구하는 기도 드렸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마음에 품은 같은 뜻 눈빛과 기운으로 나누었습니다.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넘어 동북아 생명평화가 단지 몇몇의 소망이 아니라 동북아 전역의 염원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기도회를 마친 후 생명평화 국제친선의 밤이 이어졌습니다. 노래와 춤, 이야기로 소통하며 교류했습니다. 일본에서 온 청년들은 어부들의 노래와 함께 흥겨운 춤사위를 나누었고, 타이완과 중국에서 온 청년들은 몸짓과 노래를, 홍콩에서 온 청년들은 노래 네 곡을 연속해서 들려주고 준비해 온 과자를 나누었습니다. 유일하게 베트남에서 온 청년은 체구는 작지만 씩씩하고 밝은 모습으로 청중과 소통했습니다. 마카오에서 온 청년들은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불러주었고, 마지막으로 강원도 홍천 삼일학림 길벗들이 삼도 사물놀이를 펼쳤습니다. 나라도, 언어도, 나이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르지만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 있다면, 하나의 꿈을 이루어가는 벗이자 동지임을 깨달았습니다.

 

씩씩하게 소개를 해준, 베트남에서 온 청년 
<어부들의 노래>와 춤사위를 보여 준 일본 청년들

 

 

다음 날 오후 3, 제주4.3평화공원에 다시 모였습니다. 4.3 당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넋을 기리며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 기도회를 했습니다. 작년 3월 같은 곳 쌍무지개 아래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던 길벗들도, 이번 방문을 통해 4.3을 자세히 알게 된 이웃 나라 청년들도 생명 평화 구하는 노랫말 되새기고 기억하며 한마음으로 노래했습니다.

 

대만 청년 잔준웨이 님은 기도회를 마친 후 소회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사사로운 이익들로 많은 분쟁과 갈등을 일으키는데,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같이 기도하는 것 자체가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길벗으로 함께하며 있는 자리에서 생명평화 구하는 기도 이어가겠습니다.”

 

 

 

지리산 작은학교에 곱게울린 평화

평화를 사랑하는 이웃 나라 청년들과의 뜨거운 만남을 뒤로하고 지리산 작은학교로 향했습니다. 길벗 단체이기도 한 작은학교는 배움, 우정, 생태, 자립, 공동체를 중심 가치로 서로 배우며 생명 평화를 실천하는 중고등통합 대안학교입니다.

 

이번 순례에 길벗으로 참여한 강원 홍천 밝은누리움터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 학생들은 유독 설레는 얼굴로 작은학교에 들어섰습니다. 서로의 꿈 나누며 만나갈 12일을 학생들 모두 고대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교류는 오롯이 두 학교 학생들이 잔치와 운동회를 꾸렸습니다. 잔치 장소를 정돈하고, 공연과 운동회를 진행하는 과정 모두 학생들 스스로 준비했습니다.

 

오전에는 갈고닦은 재주를 뽐내는 잔치 열었습니다. 작은학교 학생들, 밝은누리움터 교사들,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 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땡볕 아래, 발그레한 얼굴로 공연 하나하나 정성껏 펼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습니다. 몸으로 익히고 배운 생명평화의 가르침이 학생들의 말과 태도, 몸짓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임을 보았습니다.

 

 

 

 

첫 만남의 긴장은 온데간데없고

오후에는 운동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태어난 계절별로 네 모둠을 꾸린 후 운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운동회 역시 학생들 스스로 힘으로 준비했기에 더 의미 있었습니다. 작은학교 중등 1학년 황들판 학생은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작은학교 대표 인사를 맡게 된 중학교 1학년 황들판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100명이 넘게 온다고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100명이 넘는 인원이 체육대회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됐습니다. 저희가 학림이랑 작은학교 합쳐서 160명인데 지금 운동장에 다들 있는 모습을 보니 웅장하네요. 저희 학교는 지리산 작은학교지만 여러분이 왔으니 지리산 큰학교입니다.
이번 체육대회는 인원이 많은 만큼 풍부하고 멋진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 종목은 총 4개이고요. 많은 인원이다 보니 여러 가지는 할 수 없지만 재밌는 종목들과 맛있는 간식이 준비돼 있으니 재밌게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회를 하며 학림과 작은학교가 섞여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경쟁심만 있는 게 아닌 서로 어울리며 합동을 해서 운동회를 꾸려나갔으면 합니다. 그럼 파이팅 하시고 끝까지 즐겁게 하시길 바라면서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략 줄다리기를 시작으로, 여자 축구, 남자 축구, 이어달리기가 이어졌습니다. 학교, 나이, 성별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리고 뛰며 땀 흘렸습니다. 운동회가 끝나자 첫 만남의 긴장은 온데간데없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온 생명 곱게 어울리길 바라는 우리의 기도가, 실은 이 작은 만남, 함께 흘리는 땀, 주고받는 맑은 웃음 속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아름다운 길, 아름다운 벗들과 걷다

작은학교 식구들과 길벗들은 다음 날 아침에도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목을 축여줄 오이를 두둑이 챙겨 삼삼오오 떠났습니다. 논과 밭, 산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그보다 더 아름다운 벗들과 걸었습니다. 웅덩이 진 길도, 무더운 논길도, 가파른 오르막 산길도 서로 당기고 끌어주며 거뜬 히 지났습니다. 이 길 끝에서 헤어질 것을 알았기에 모두가 더 힘을 내어 서로를 만났습니다.

 

둘레길 끝에서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은 작은학교 학생들에게 꼭 우리 학교에 다시 놀러와 달라 했습니다. 작은학교 학생들도 기꺼이 그러겠다 약속했습니다. 버스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헤어짐이 아쉬워 서로 인사하고 손 흔드느라 바빴던 길벗들. 우리의 진실한 사귐이 생명평화 꽃피우는 씨알 되리라 믿으며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앞으로도 힘차게 이어갑니다.

 

정성혜 | 강북구 인수동에 살면서 좋은 이야기 마을신문에 담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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