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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이억배 선생님 만난 날

 

아름다운마을학교 학생들이 여름학기 긴나들이로 옥수역 근처 ‘피스북스*’를 찾아갔어요. 이곳에서 아주 귀하고 소중한 만남이 있기 때문이지요.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곳에 작 은 전시가 열렸습니다. 어릴 적부터 재미있게 본 그림책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반쪽이》, 《세상 에서 제일 힘센 수탉》, 《개구쟁이 ᄀᄂᄃ》 따위 책들을 짓고 그린 이억배 선생님의 전시가 열렸어요. 마을학교에서 동화책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도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그림도 이억배 선생님이 그렸어요.

* 피스북스 : 평화감수성을 경험하고,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공간 역할을 한다고 해요. 평화를 외치며 앞장서는 사람들을 뒷받침 해 주는 다양한 공간으로 쓰인대요.

 

힘껏 인사하고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억배 선생님 만났어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는 아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 라는 마음으로 ‘평화그림책’을 펼쳐내기로 했는데 이억배 선생님이 펼친 첫 이야기가 《비무장지대에 봄 이 오면》이지요. 처음에는 각 나라에서 네 사람이 한 쪽씩 그림을 그려서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었는데 그리다보니 각 한 권씩 그림책을 그리게 되었다 해요. 그래서 총 열두 권의 평화책을 펼쳐냈어요.

 

전시를 알려주신 영국 브루더호프*의 충연 삼촌이 작가님과의 만남을 연결해 주셨어요. 삼촌은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을 바깥나라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영어로 번역했지요. 브루더호프 아이들은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나뉘어 있고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걸 아는데 동물들이 비 무장지대를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인상 깊었대요. 갈라진 우리 땅의 아픔, 다시 하나 되어가 는 과정을 바깥나라 어린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마을학교와 다양한 모습으로 글 과 그림 교류하고 전시하며 만나갈 수 있어서 반갑다고 하셨어요.

* 브루더호프 : 100여 년 전 독일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미국, 영국, 독일과 남미에서 30여 개 마을을 이루어 사는 공동체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작은 전시된 그림들을 꼼꼼하게 살펴봐요. 아주 작은 공 간이라 휙 둘러보면 5분도 안걸리겠지만 직접 그린 손그림, 세밀하게 표현된 내용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한참을 둘러본 전시실을 선생님과 함께 다시 갔어요. 그림 설명을 자세히 들으니 무척 좋았어요. 선생님이 그린 그림들은 직접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상상’해서 그린 그림들이래요. 그림은 보고 그리 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내 안에서 새롭게 ‘창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셨어요. 그럼 정말 새로운 세 상이 있는 것처럼 신비하고, 이 세상 어느 곳에 있는 듯 느낄 수 있다 하셨지요.

 

날마다 가지고 다니는 수첩을 공개하셨어요. 낙서 많이 하고, 그림 많이 그리고, 좋은 것 많이 보면서 끄적끄적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야 새로운 게 많이 생긴다고요

 

작가님이 책을 내기 전 글도 쓰고, 밑그림도 그린 공책들이 있어요. 이런 걸 보는 재미가 더 크지요! 날적이를 훔쳐보는 즐거움. ^^
전시를 둘러보고는 각자 챙겨온 공책에 놓치기 싫은 글귀와 그림 담아갑니다.

선생님은 그림으로 평화운동을 하시는 분이에요. 자연과 동물들이 모두 어우러지는 그림들이 많아요. 실제로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하셨지요. 학생들이 그림이 너무 부드럽다 이야기를 하니, 아주 중 요한걸 발견했다 했지요. 부드러움을 많이 살리고 싶어서 옛부터 우리 선조들이 쓰던 붓과 한지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셨대요. 그리고 언뜻 보면 잘 모를 수 있는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어요.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앞표지에 멧돼지 여러 마리가 있는데 그중 어미 멧돼지는 발이 하나 없어요. 지뢰를 밟은 멧돼지를 떠올려 그리셨는데 실제로 많은 동물들이 겪었을 일이지요. 마지막 장을 보면 할아버지 두 분이 껴안고 있어요. 통일을 향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모습을 상상하며 그렸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 이런 일이 있으니 참말 감동이고 하나씩 이루어지는 기쁜 마음을 전하셨어요.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을 낸 후 《봄이의 여행》 그림책을 내셨어요. 평화, 비무장지대, 통일 등 끝없이 전하고픈 이야기를 책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던 것이지요. 글이 짧아도 그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의 이야기와 삶을 담아내고 싶었고, 마을을 이뤄 살아가는, 북적북적 장날이 있는 우리네 삶을 소중히 여 기신다 했어요. 이야기 한창 듣고, 학생들이 직접 궁금한 질문들을 했어요.

 

“선생님은 언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셨어요?”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 영어로 나왔을 땐 기분이 어땠어요?”

“동물들 나오는 책이 많은데 왜 그런 거예요?”

 

적극적으로 이어지는 질문에 기뻐하며 대답해 주셨지요. 만남이 끝날 때쯤 깜짝 선물을 주셨어요! 이억배 선생님이 그린 그림이 들어간 배지와 엽서여서 더 좋아했지요. 마침 우리도 선물을 준비했는데 말이지요. ^^ 지난 한 해 배움하며 쓴 글과 그림들을 엮은 문집과 동시집이에요. 이모삼촌들과 우리들이 평화를 향해 어떤 걸음을 하는지 설명하고, 마을신문도 선물로 챙겨드렸습니다.

 

엽서와 배지를 챙겨 오셔서 나눠주셨습니다. 생각지 못한 선물에 학생들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깜짝 공연도 이어집니다.^^ 세 학생이 ‘분명 다시 언젠가’라는 연주곡에 노랫말을 멋지게 붙였어요. 울림이 있는 노래가 퍼졌습니다. 선생님도 감동받았다 하셨어요. 노랫말 적어둔 종이 챙겨가고 싶다 하셔서 학생들이 흔쾌히 선물로 드렸습니다.

 

‘분명 다시 언젠가’ 깜짝 공연도 했습니다.

좋은 만남은 좋은 배움으로 이어지고 좋은 배움은 다시 좋은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이억배 선생님 과의 만남을 마음에 잘 담아두고 동무들과 애정 있게 만나며 즐겁게 지냅니다.

 

마지막으로 마을학교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전해주셨어요. 천천히, 또박또박 쓴 글과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최유리 | 아름다운마을학교 학생들과 텃밭하며 생명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 배우고 꿈꾸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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