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기예를 갈고 닦다

 

생동중학교 겨울나기학교 이야기
 
겨울방학. 늘 이어가던 배움을 잠깐 놓았으니 한 가지 주제를 붙잡고 집중해서 익히기 좋은 때다. 기타, 피아노, 나무만들기(목공), 흙빚기.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방학을 며칠 내어서라도 집중해서 배우고 싶다는 주제 중 몇 가지를 늘어 놓으니 실 하나로 꿰어진다. 갈고 닦을수록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 그 맛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려고 지난 2월, ‘기예를 갈고 닦다’라는 주제 내걸고 겨울나기학교 열렸다.
 
더 아름다운 소리를 갈고 닦다 _ 피아노와 기타 배우기
 
 
지난 한 해 동안 악기 하나씩 꾸준히 배우고 연습해왔던 이들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찾아 모였다. 기타나 피아노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으면 손이 아프거나 몸이 뻐근하지 않을까? 3박 4일 한 곡만 마주하고 연습하려니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염려가 무색해진 학생들이 있었다. 몇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가을이와 이레는 지난 해 배우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는데 나흘 내내 피아노만 쳐서, 기타를 충분히 칠 수 있어서 좋았단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집중학습의 고비를 즐겁게 넘어서게 한다. 사실 실력이 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하다보니 실력이 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는 성유. 더 배우고 싶고, 올해도 꾸준히 이어가야겠다는 마음도 절로 생겨났다.
 
물론, 3박 4일 끝날 무렵에서야 손이 풀리고 마음이 잡힌 학생들도 있다. 마지막날, 갈고 닦은 것 펼쳐보이는 갈무리 자리가 못내 아쉽다. 올해 더 잘 배우고 많이 연습하고 싶다는 다짐 지켜가는 걸음에 이번 겨울나기학교 통해 몸풀기가 충분히 되었길 바란다.
 
삶의 필요를 채우고 아름답게 하는 기술을 갈고 닦다, 하나_나무만들기
 
살아 숨쉬던 나무가 생명을 내어준 만큼 꼭 필요한 것을 낭비 없이 정성껏 만들자는 선생님 말씀 들으니 필요한 게 뭐가 있었더라, 뭘 만들면 잘 쓸 수 있을까, 사뭇 진지하게 고민 이어간다. 고민 끝에 나무들이 작은 책상, 수납상자, 손전등으로, 독서대로 새롭게 태어났다.
 
들고 다닐 수 있는 2단 수납상자를 만들어봤다. 나무 만들기 시간 통해 나무에게 더욱 고마워하게 되었다는 새울이는 집에 갈 때 꼭 챙겨가서 잘 쓰고 싶단다. 나무조각 하나씩 연결하며 느꼈다던 즐거움이 여러 물건 담아보며 더 커지겠지. 성우는 한 손으로 들어도 충분하게 만들었단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수납상자에서 크기를 달리해서 만들었더니 내게 꼭 맞는 물건이 되어 더 만족스럽다.
 
주말마다 집에 가면 자기 공부 책상이 없어 아쉬웠던 하진이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작은 책상을 만들었다. 여기에 짝궁인 독서대까지 만들었으니 책과 친해질 준비 완료!
 
모양새는 길쭉한 것이 주문을 외며 휘두르게 생겼는데 어랏, 끝에 불이 들어오네. 이른바 마법지팡이 손전등. 지난 가을, 주변에 흔한 나뭇가지 주워다 마법지팡이 깎아 놀던 기억이 멋지음(디자인)에 녹아 들어 있고, 어둑어둑한 밤길을 환하게 밝힐 수 있는 쓸모를 입혔고, 과학 시간에 전기에 대해 배웠던 것도 자연스레 연결되니 반갑다. 만들자마자 생활관 가는 길에 써봤다. 제법 밝아서 좋았단다.
 
삶의 필요를 채우고 아름답게 하는 기술을 갈고 닦다, 둘_흙빚기
 
 
하진이와 성우는 지난 가을에 흙빚기 수업한 것에 이어 집중해서 배우니 수업 두 번에도 실력이 늘었다. 지난 가을학기에 간장종지처럼 작은 그릇만 만든 게 아쉬워 좀 더 큰 접시 만들어봤다. 정갈하고 간결한 멋 느껴지는 네모난 접시는 쉬워 보여도 구석을 가다듬을 때 공을 많이 들였단다. 수업 내내 말 한마디 없이 꼼꼼한 손놀림으로 흙가래 밀어 올리더니 컵과 밥그릇 빚어냈다. 쓸모 있는 것 만드는 기술, 몸에 들이니 생활엔 필요한 물건들로 채우고, 마음도 뿌듯함으로 채웠다.
 
만든 그릇을 쓸 사람을 떠올리며 그릇 모양과 빛깔을 그려보는 게 재미있었다는 새울이. 손수 그려보고 짓는 일은 기쁨과 행복도 함께 짓는다.
 
이한영 | 밝은누리움터 학생들과 하늘땅살이하며 지냅니다.

"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