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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학림 푸름이들이 준비한 생동중 졸업식
주인 된 마음 배우고 경험하다


이번 생동중학교 졸업식은 학림 푸름이들이 주체가 되어 졸업식을 이끌었다. 선생님이 중심이 되어 졸업식을 준비하던 때에는 학림 푸름이들이 한 것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획부터 진행, 역할 나누기, 대청소 준비에 창문 때기와 같이 전체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세세한 것들까지 온전히 우리 힘으로 준비했다. 무거운 책임감에 부담이 컸지만, 설레는 마음이었다.

졸업식 전체 기획을 짜는 총괄 모둠을 맡게 됐다. 기획하고 세세하게 살피며 준비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생각보다 고되고 힘들었다. 기획 중 계속해서 일어나는 변수에 힘이 빠지기도 했고, 늦게까지 회의하면서 피곤도 쌓였다. 하지만 그런 것과 동시에 즐거운 순간도 많았고 동생들을 잘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잔치준비에 앞서 학림 푸름이들 모두 모여 지난 졸업식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부분과 좋았던 부분을 나눴다. 총괄 모둠이 이런 의견을 취합해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사람 개개인의 정황을 고려해서, 필요한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우리 모두 지금까지와 다르게 잔치를 창조적으로 진행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에 비해 창조적으로 잔치를 구상하는 건 쉽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럿이 머리 맞대고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고심한 끝에 어렵사리 계획했던 것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순간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런 상황을 겪었던 것이 정말 큰 공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러운 변수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잘 기르고 싶다.

본격적인 준비에 앞서 역할을 잘 나누는 것이 중요했다. 학림 푸름이들의 이름을 모두 칠판에 적어 놓고, 각자 어떤 역할을 맡으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각자의 결이 다른 만큼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것도 다르고, 길러가야 할 역량의 종류와 층위도 달라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 모둠 하나를 이끌 수 있는 주체적인 역량을 키우면 좋을 것 같은 친구, 생동중 학생들을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한 명 한 명 평소 어떤 관심을 갖고 지냈는지, 관계 속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며 어느 모둠에 배치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또 그에 따라 직면하게 될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했으니 역할 짜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꽤 걸렸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잔치 준비에 중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큰 형태는 여느 졸업식과 다르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는 참 먹을 때 상을 깔아놓고 먹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참을 먹을 때 바닥에 접시를 두고 둘러앉아서 먹었는데, 그게 너무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을 펴놓고 먹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할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했다. 인원을 파악하고, 그 인원이 모두 상에 앉는 것이 가능한지, 상은 어떤 모양과 어떤 배치가 좋을지, 상이 더 필요한 개수만큼 빌리는 게 가능한지 따위를 고려했다. 공간이 크기 때문에 공간별로 사람을 나눠서 상을 어떻게 펼지도 계획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기는 했지만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걱정을 담대하게 받아들였다. 졸업식 당일 참 먹는 시간, 계획대로 일을 진행했다. 상을 까는 순간에는 한울이 좀 어수선하긴 했지만, 상이 깔아지면서 어수선함이 금세 정리됐다. 상이 다 깔리고 여유롭게 참을 나눠먹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습 보습을 보니 참 뿌듯했다. 새로운 시도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준비하며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특히 총연습 시간에 동선과 음향, 영상, 피피티(ppt) 따위를 실제처럼 해보니까 부족함이 많이 드러났다. 총연습 전날 모여서 전체 동선을 미리 짜놓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사회자 말과 동선을 어떻게 맞출지 구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그 부분을 준비하지 못해서 총연습 때 조금 어수선했다. 마지막 연습을 어수선하게 마친 것이 아쉬웠지만 그 시간 덕분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바로잡고 전체 흐름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잔치를 우리 손으로 준비하니 졸업식에 오시는 손님들을 더 반갑게 맞이하고 세세한 곳까지도 두루 살피게 됐다. 주인 된 마음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애쓰는 손길들이 더 잘 보이고, 그것들이 더 빛나 보였다. 졸업식 준비로 연말마다 바쁘셨던 선생님들이 올해는 훨씬 여유로워 보여서 괜히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푸름이들이 주체가 되기는 했지만 옆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힘 주셨다. 그 손길들이 참 고마웠다.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주인 된 마음으로 함께하는 관계망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졸업식은 끝났지만, 평가하며 내년을 내다보는 과제는 여전히 남았다. 준비한 시간들을 돌아보니 아쉬운 것 한가득이다. 하지만 못지않게 배우고 깨달은 것이 많아서 잔치가 끝나고 나니 뿌듯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 순간들도 소중하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한층 성장한 것일 테니 말이다. 잔치 준비 함께한 모두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다.

성은 | 학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제 손끝에서 나온 그림들을 사람들과 나눌 때, 친구들과 저녁에 풋살할 때 가장 행복해요.
한백 | 학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짧은 인생 불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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