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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밝은 별로 늘 떠 있을 시간

배움과 놀라움 안고 돌아온 생동중학교 졸업식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 밝은누리움터에서 생동중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지금껏 경험했던 졸업식은 졸업장을 받는 시간이었을 뿐 특별한 의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마을에 사는 언니가 졸업식이 의미 있는 배움의 장이 될 거라고 적극 권했다. 졸업식에서 어떤 배움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 안고 해도 채 뜨지 않은 시간에 홍천으로 향했다.


두 졸업생을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앞줄에 앉아 있는 생동중학교 1, 2학년 아이들 얼굴에는 간간이 긴장감이 스쳤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참 생소한 풍경이었다. 이번 졸업식은 생동중학교 학생들과 삼일학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한다는 것이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함께 사는 삶’이란 영상을 보며 놀라움을 느꼈다. “함께 사는 삶이란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가사에서 인정받는 개인으로 살기 위해 분투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터로 학교를 인식하고 작은 존재였던 자신이 배움과 고백, 밥상과 하늘땅 생명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변화했다고 노래하는 아이들.


“생동에서의 배움이 인생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 고백하며 이 배움 위에 줏대 있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졸업생 다님이. 동생 진이가 졸업하는 다님이 형의 눈을 바라보며 전하는 편지에는 새길을 향해가는 형을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지낸 시간에 쌓인 신뢰가 흠뻑 묻어 났다. 자신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며 생명을 새롭게 대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졸업생 예은이. 생명을 대하는 언니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는 동생 성유의 편지를 들으며 자신에 대한 앎과 삶의 일치는 일상을 함께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축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놀라운 것은 졸업하는 언니에게 눈물 쏟으며 편지 읽어주는 모습에 덩달아 눈물 흘리는 마을초등학교 학생이었다. 이 아이도 맺음과 맞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놀라움이었다.



다님, 예은이를 위해 삼일학림 학생들이 준비한 축하공연이 있었다. 학림 선배들은 “넘어져 뒤돌아봤을 때 네게 변함없는 건 우리들”이라며 새로운 걸음을 응원하고 생동 선배이자 삶의 선배로서 배운 바대로 살겠다는 의지를 노래했다. 생동중학교 학생들도 직접 네 곡에 한 해 배움을 갈무리하며 축하공연을 펼쳤다. 삶이 축복이라 생각하며 준비했다는 당찬 소개말을 들으며 함께하는 삶 그리고 관념에 머물지 않는 배움이 이들을 단단하고 자신 있게 키웠음을 느꼈다. ‘밝은누리움터 풍물패’의 힘찬 마무리 공연이 두 졸업생의 걸음에 힘을 북돋웠다.


마을 언니 이야기처럼 졸업식은 ‘배움의 장’이었다. 자신이 배운 것을 펼치며 자람을 마음껏 뽐내는 장. 그 자람을 보며 올해 나에게는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그날, 동짓날 긴긴밤을 마주하며 예은이와 다님이가 어떤 어둠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빛을 비추며 밝고 맑게 살기를 기도했다. 이 학생들의 삶에 졸업식을 준비한 정성과 한자리에 모여 마음 나눈 시간은 밝은 별로 늘 떠 있을 것이다.


전은혜 | 마을밥상에서 밥 지으며 생기 얻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 보고 배우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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