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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살림 정외숙 사무국장 만나다

 

강북구 인수동 북한산 자락에서 작은 생협을 준비하는 이들이 628, 부산 한살림을 찾았습니다. 한살림은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마음 담긴 물품을 믿으며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 협동조합입니다. 부산 한살림은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이라는 한살림운동의 초기 정신을 잘 구현하자 노력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날, 생협 운동에 대한 앞선 경험과 지혜 듣고자 부산 한살림 정외숙 사무국장님을 찾아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도시에서 생협을 할 때 부산 한살림처럼 잘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부산 한살림이 특히 고수하고자 하는 운동 원칙이 있는지요.

2000년대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한살림도 양적 팽창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부산 한살림은 규모화되기보다는 지역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형태를 지속했습니다.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좋지만 마디를 잘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소개모임을 통해 우리 운동을 소개하고 직접가입 형태로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마디를 짚었습니다. 또 한살림 초창기에는 공동체 공급이 우선이었습니다. 시장은 사람을 개별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에 공동체를 해야 가입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었지요. 부산 한살림은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지역성을 살리면서도 문화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조합원들의 자발적 손노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생산자분들을 모시는 과정에서도 조합원과의 관계와 신뢰가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살림 조합원인데도 생산자분들과 직접 만나 교류한다는 것이 익숙한 경험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산 한살림에서는 서로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요.

한살림은 생산자 중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생협과는 태동의 근거가 다르다고 생각합니 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시작한다는 생명살림의 가치가 핵심이지요. 예를 들면 저희 조합원들은 한 해의 마지막 생산지인 귤밭에 45일간 울력을 하러 갑니다. 휴가 내고 가거나 육아하는 분들도 그냥 아이들 데리고 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생산자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게 되고, 생산자분들은 우리를 생각하면서 더 힘을 내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감동인지 모릅니다. 한살림 실무진들이 오히려 조합원으로부터 배우게 되는 지점이지요. ‘점점 좋은 서로가 되는 것이 한살림 운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물류를 하셨다가 최근 한살림 연합물류에도 합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부산 한살림 20주년을 맞이하면서 미래비전 회의를 했습니다. 단단해졌으니 넓힐 때라 판단했고, 더 많은 조합원과 이 가치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을모임과 매장에서의 다양한 소개모임을 통해 조합원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유지하려고 하니 시스템이 더 이상 받쳐주지 않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20주년을 지나면서 이 흐름을 예상했고, 연합물류를 방편적으로 이용하자 결정했습니다. 지역물류도 그대로 하고 있기에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가는 부분이 생겼지만, 부산은 여전히 작은 생협이 살아 있는 지역입니다. 부산생협, YWCA(생협), 생태유아공동체, 노동자생협 등은 모두 부산 한살림과 함께 공부하고 만들어진 작은 생협들입니다. 이곳들과 지역물류를 같이하면서 생협 간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확장이라는 전환의 시기를 거치면서 여러 고민도 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조합원과 새로운 조합원들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들어오는 조합원은 경향이 다릅니다. 한 번은 매장에 갔다가 어떤 분이 실시간으로 가격을 비교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제품이라 하지 않고 물품이라고 합니다. 한살림은 동학에서 말하는 경인(敬人), 경물(敬物), 경천(敬天) 사상을 통합하는 전일적인 운동입니다. 물질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한 생명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가진 돈으로 무언가를 비교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잠깐 빌려 쓰는 것일 뿐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내 것이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지식 기반인 것처럼 말입니다. 한살림 운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려는 운동인데, 이것은 활동으로 해내야 하는 부분이기에 더 고민하고 애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매장에 와보니 다른 곳에서 못 보던 물품들도 있고 흔 히 보던 게 없기도 합니다. 부산 한살림만의 물품 지급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물건을 다 파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에 맞게 내 삶을 변화시키는 운동이 중요하다 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에서 수입 대두로 유기농 콩 기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부산 한살림은 결사반대 했습니다. ‘유기농이 초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 문입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수입 유기농 잡곡을 찾 아볼 수 없습니다. 국내산 유기 재배한 잡곡은 4퍼 센트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콩을 제외하면 1퍼 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국내산이 면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취급하고 있고, 태국산 현 미유를 쓰는 마요네즈 경우는 취급하지 않고 있습 니다. 지역 한살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부 산 한살림은 방사능 불검출이 원칙이라 내부피폭 의 위험이 있는 표고버섯이나 고사리의 경우는 방 사능 수치 기준보다 낮더라도 취급하지 않습니다. 또 소농 하시는 분들을 찾고 관계 맺기 위해 노력하 고 있습니다.

 

생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작하는 작은 생협들은 우리가 규모화 되어서 하지 못하던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 각합니다. 규모가 커지고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면 제약이 많아집니다. 효율성이 물론 중요하지만 확 장, 규모의 꿈을 다른 방식으로 꾸면 훨씬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농들과 직거래하고 그 안에 서 손노동하면서 지역민들과의 관계를 담아낼 수 도 있고,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조합원이나 지역 민들이 용기를 가져와서 사가는 형식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다양함이 인정되는 곳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같이 꿈꾸고 노력해가면 좋겠습니다.

 

정리 정성혜 | 강북구 인수동에 살면서 좋은 이야기 찾아 마을신문에 담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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