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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역사
영등포산업선교회 방문 후기

사회선교학교는 현장을 찾아가, 현장의 소리를 듣고 살펴보고 경험하며 한국사회 곳곳의 목소리들과 연대하는 모임입니다. 이번 사회선교학교는 기독청년아카데미, 소통과대안, IVF 사회부,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영등포산업선교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이 함께 준비 하였습니다. 2018년 11월 21일부터 12월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시작으로 ‘고려인너머’, ‘믿는페미’, ‘옥바라지선교센터’, ‘통일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산업선교회를 방문한 날, 건물 앞에 세워진 커다란 비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동선교의 요람, 민주화운동 사적지.” 입구 한 켠에는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계단 벽면에는 시기별로 나뉜 사진이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송기훈 간사님께서는 각 장소에서 어떠한 활동들을 했었는지 그리고 계단 벽면의 사진들도 설명해주셨습니다. 인상 깊었던 곳은 간사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하시면서 보여주셨던 예배당 앞쪽 비밀공간이었습니다. 탄압받던 시절, 사람이나 물건을 숨기던 장소였습니다. 그동안 산업선교회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장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선교 70주년 기념사업으로 1957년 4월 12일 총회 결의를 거쳐 이듬해 ‘영등포산업전도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로 인도하는 데 중점을 두다가 열악한 노동환경 아래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사역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노동법을 가르치고, 노조를 결성하도록 돕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요구하도록 도왔습니다. 그렇게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민주화 투쟁과 노동자 투쟁의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산업선교회는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개입하지 않기를 원하는 정부와 수없이 마찰을 빚어야 했습니다. 긴급조치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실무자들이 구속되는가 하면, 여론과 언론을 동원한 압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교회로부터 외면을 받을 때는 몇몇 뜻있는 목사님들이 나서기도 하면서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현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사역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총회 결의로 시작된 기관으로서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원동력은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노동환경 변화에 맞추어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고, 현재는 노동생명살림, 도시지역생명살림, 아시아 생명살림, 생명살림 선교·목회훈련, 이렇게 네 영역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용협동조합 ‘다람쥐회’를 통해서 돈을 빌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햇살보금자리’, ‘노느매기 협동조합’을 통해서 노숙인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발바닥으로 읽는 성서’라는 현장심방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 사회 고통의 현장에 찾아가고 경험하는 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노동자 상담을 위해 ‘쉼힐링센터’를 개원했습니다. 현재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치유라는 생각으로 노동자 ‘품’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노동자들의 참여와지지 가운데 센터로 개원하게 된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더 복잡한 상황에서 더 교묘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심지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조차 모르는 노동자들도 많이 있는 상황에서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적인 활동을 응원하면서 저 또한 계속 관심 갖고 연대하겠습니다.

박광은 |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꿈꾸는 활동가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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