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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고백하는 것입니다”
3·1운동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분과위원장 윤경로 선생님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입니다. 3·1운동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분과위원장,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이자 통일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셨던 윤경로 선생님께서 3·1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남북관계 전망 등을 나누어 주신 <월간 경실련> 2019년 1·2월 호의 글을 경실련의 양해를 얻어 재정리하여 싣습니다. _ 편집자 주

 

 
 

100년 전 3·1운동 당시는 나라의 국권이 빼앗긴 식민지 시대였어요. 일제에 우리가 강제합병 된 지 10년 만에 나라가 없어지고 국권을 상실했을 때 민(民)이, 백성이 스스로 궐기해서 일제의 무단통치하에서 독립을 찾겠다고 독립운동을 일으킨 것이지요. 그때 독립을 외쳤지만 바로 독립은 안 됐죠. 45년까지 기다려야 했죠. 어쨌든 민이 중심이 돼서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그 여파로 한 달 뒤에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됐어요. 비록 임시정부, 망명정부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국호가 갖는 의미를 잘 생각 안 하는데 그전에는 대한제국 시대였어요. 대한민국이 됐다는 건 주권과 국권이 민에게 주어진 주권제민의 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거는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3·1운동이 아니라 3·1혁명

우리나라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개항이 시작됐는데 이 조약이 굉장히 불평등해요. 이런 불평등을 뒤늦게 알고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무지 애를 썼지요. 애국계몽운동, 항일의병운동, 독립협회, 만국공동회 등을 했는데, 1919년까지 운동은 많이 전개됐지만 성취하지는 못했단 말이에요. 앞의 많은 운동들이 쌓이고 쌓여서 3·1혁명이 일어났다고 봐요. 물줄기와 같은 여러 운동들이 모이고 모여서 3·1혁명을 일으켰고 그 결과 제국의 시대에서 민국의 시대로 갔다는 것은 완전히 혁명이거든요. 그 중요한 계기가 3·1운동에서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에 이전의 운동과 똑같이 보는 것은 3·1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낮추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3·1혁명이라는 말을 정부에서 바로 받아서 쓰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것은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되도록 맡기는 게 좋아요. 내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동학난’이라고 가르쳤어요. 지금은 ‘동학혁명’이라고 하지. 그걸 가지고 비생산적인 논쟁을 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나라의 친일청산

우리가 1, 2년도 아니고 36년 식민 지배를 받다 보니까 대부분 현실에 적응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을 뽑았는데 그 당시 지명도가 높은 분들은 다 거부했어요. 바위에 계란 던지기, 즉 만세 몇 번 부른다고 일본이 식민지를 내놓을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 거죠. 해봐야 피해만 온다고 거절해서 종교인들이 나서게 된 거예요. 지금은 많이 세속화됐지만 그래도 종교인들이 양심적인 세력 아니에요? 1945년에 해방이 되고 새 나라를 건설했으니 과거의 잘못을 한번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제헌의회에서 반민특위를 만들어서 친일한 사람들 정리하는 작업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승만 정권 자체가 국내에서 친일했던 세력들과 가깝다 보니 1년도 못 되어서 강제해산당했지요. 그 뒤로 70년이 흐른 거죠.


역사가 무엇이냐? 역사는 고백하는 것이라고 봐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것도 역사화해야 되지만 부끄러웠던 역사도 한 번쯤은 고백해야 된다, 정리하고 역사화 시켜야 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2005년에 〈친일인명사전〉에 실릴 인물들을 1차 발표하고, 2009년 11월 효창공원 백범 김구 묘소 앞에서 최종 발표를 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일제 때 내가 무엇했다고 자랑스러워했어요.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친일했다는 걸 자랑스러워하진 않잖아요. 
〈친일인명사전〉 만들었다는 거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지만 역사학자로서 아주 중요한 일을 했다는 자긍심이 있어요. 지금도 위원장직을 맡고 있고, 이제 10년이 되었으니 보완을 좀 하려고 해요. 잘못 들어간 사람은 거의 없는데 해외에서 밀정 노릇을 했던 사람들이 좀 누락이 되었어요. 당시 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못 넣었거든요. 추가 보완할 계획이에요.

통일, 독립운동, 남북관계

우리가 100년 전의 사건을 오늘로 체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시는 국권과 주권을 되찾는 자주독립이었다면 오늘날은 자주평화라고 생각해요. ‘한반도의 자주평화.’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말이 있어요. 황하에서 시작해 수없이 꺾이며 만 번을 굴절하지만 반드시 동쪽 황해로 흘러 내려간다는 뜻이에요.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을 어느 누구, 어느 시대가 막을 수는 없어요. 남북문제도 70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해서 그날이 올 거예요. 그런 조짐이 보여요. 여기에 전제가 있다면 우리가 똑똑해야 돼요. 국민들이 지도자를 잘 뽑고 감시하면서 남북문제도 서서히 풀릴 것이라고 봐요.



윤은주 | 북한산 자락 아래에서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 살며 시민운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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