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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같이 하는 게 필요한 거였다!
공동육아 도토리집 큰오름잔치에 다녀와서
 

 
 
5월 말에 이사 와서 인수마을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공동육아 도토리집 얘기를 나눔에서 많이 들었다. “나중에 언니도 아이들과 산책 한번 해보세요”라는 말도 몇 번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후라서 그런지 금방 다가가기도 그렇고 ‘밥상에서 먼저 익혀가자!’라는 마음으로 뒤로 미루던 차에 마침 밥상에서 자주 같이 앉아 먹게 되었던 도토리집 선생님에게 부탁해 보았고 흔쾌히 수락해줘서 물날마다 산책을 같이 가보기로 했다.
 
둥굴레방 어린이들(7세)을 만나는 첫날,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했는데 산책을 가보고 알았다. 그냥 “같이” 하는 게 중요하고 필요한 거였다. 아이들의 씩씩함과 선생님의 너른 품에 그냥 내가 같이 하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으로도 잘 따라서 산길을 걷는 게 다행이었고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여러 번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잘 지켜보고 질문을 던지고 하는 가운데 스르륵스르륵 해결이 되었다. 새내기 이모와의 시간은 마지막 날 종이접기로 끝났다. 그런데 그런 이모도 이모라고 1월 어느 날 도토리집 큰오름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마주이야기? 아~ 마주이야기~!
 
 
‘곱기도 해라’라는 노래처럼 졸업하는 이 아이들이 정말 곱게 피어날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큰오름장(졸업증)을 받았다. 초.중.고 졸업장을 받고 나면 엄마들만 그걸 소중히 간직했는데 이 오름장은 정말 본인에게 소중한 졸업장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초.중.고까지 큰오름장을 받고 나면 본인의 인생길이 한눈에 들어올 것 같다. 특히나 오름장에 적힌 ‘마주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주이야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 이 마주이야기가 매주 이루어졌다니 그 쌓인 이야기들이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저 스쳐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살피고 적으면서 부모들도 아이들의 속마음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지 않았을까?
 
나는 딸이 여섯 살 때 미국에 갔고, 하루라도 빨리 영어를 배우라고 사흘 후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버렸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별로 큰 야단을 친 것도 아니었는데 밤 8시쯤에 아이가 혼자 밖으로 나가 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순간 화도 나고 당황해서(그 밤에 아이가 혼자 다니다가 경찰이라도 보게 되면 부모가 경찰에 끌려가니까) 아빠가 따라 나갔는데 큰길까지 그냥 걸어 나가더란다. 그런데 그때 난 마주이야기를 하지 않고 으름장으로 끝내고 말았다. 타지에서 겪는 아이의 어려운 마음이 아니라 ‘으름장을 놓으면 다시는 안 그러겠지’라는 재발 방지가 먼저였다. 그때 나에게 ‘마주이야기’ 숙제가 있었다면 당장 도토리집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상담을 하셨을 것 같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바라보니 ‘참~ 잘 크고 있구나!’ 싶었다. 이 크고 너른 북한산을 자기집 앞마당처럼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산에 안기는 듯한 느낌을 아이들과 산책할 때 느낀다. 이날 큰오름잔치도 아이들마다 색깔을 느낄 수 있는, 한 아이 한 아이를 위해 준비된 잔치였고 ‘마을의 너른 품에 안겨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이었다!
 
6세 아이들로 구성된 민들레방 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렀다. “큰오름을 축하해! 학교 가니 대단해! 잘 가요, 고마웠어요!” 그 가락에 이모의 축하하는 마음도 함께 띄워 보냈다.
 
 
이소윤 | 한국에 온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말 가르치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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