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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준 생명과 마음 나누기
겨울 맞이하는 마을초등학교…무, 배추 뽑고, 묻고, 김장잔치 하기


1. 소설 절기 지난 인수마을에 올 겨울 들어 첫 눈이 내렸습니다. 밤새 내린 눈 쌓였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는 두툼하게 옷 챙겨 입고 배움터로 향한 동무들. 마당에 쌓인 눈 모아 뭉치로 만들고 선생님과 동무들에게 던져보고 내 뭉치와 네 뭉치 모아서 눈사람도 만들었어요. 빛깔과 모양 수업 때는 색종이 오려 눈꽃송이 만들었어요. 눈 결정체는 비슷해보여도 똑같은 모양은 없지요. 우리가 접어서 오린 모양도 다 달라요. 접어서 오린 눈꽃송이를 살구나무 배움터 유리창에 부치니 창 밖에 정말로 눈이 내릴 듯해요.


숲에서 주워온 솔방울과 종이끈으로 꽃목걸이도 만들었어요. 단단히 말려있는 종이끈을 비틀어서 엮어주니 저마다의 꽃이 피어납니다.


2.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 받아서 심은 무 씨앗이 튼튼한 무가 되어 뽑는 날이에요. 텃밭에 도착하자 한 일은? 바로 작물들과 마음을 나눠요.



“무야, 우리가 너를 뽑아줄 거야. 그래도 너네가 튼튼하면 씨로 남을 거야. 우리 학교로 가니까 걱정 하지마.”
“정든 흙과 나무 주변에 있는 자연과 헤어지는 게 힘들겠지만 새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지내렴. 중요한 일이 될 거야.”
“당근이 정말 작은데 주황색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3. 우리네 겨울나기 중 큰일은 김장이었어요. 가족, 친지, 이웃, 온 동네가 김장때가 되면 복작복작하게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김장 울력했어요. 겨우내 먹을거리를 만들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는 넉넉한 자리였지요.



인수마을 배움터에서도 김장잔치를 했어요. 재료 손질부터 양념 만들고 절인배추에 속 넣고 김장독에 묻었지요. 먼저는 모임터에 둘러앉아 감잎차 마시며 김장을 어떻게 해갈지 이야기 나누고 가볍게 몸 풀었어요.

모둠 별로 씻고 다듬고 자르고, 야무진 손으로 재료 손질 이어가요. 채칼 한번 쓰지 않고 모두 직접 무를 채 썰었는데, 모양은 들쑥날쑥하지만 왠지 정겨운 김장 속이에요. 양념 만들기 삼인방은 머리에 딱 맞는 모자를 썼네요.


맛있는 김치를 위해 배와 양파를 넉넉히 갈아주고 고루 섞은 뒤 배추 속을 넣어요. 속 든든히 들어찬 김치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장독에 넣고요. 그리고 마주한 점심 밥상 위의 김치를 보니, 어우러져 살아가는 해, 물, 바람, 흙, 벌레와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손길과 하늘 은혜 떠올라 다시 또 고맙습니다. 천천히 온 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리라, 다짐해요.



정리 | 천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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