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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역량 넘어서는 마을 창업 이야기

함께 걷는 친구 있으면 더욱 정답다
<오솔길 작은밥상>


저와 아내는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집에서 밥 먹을 때에도 떡볶이를 반찬으로 만들어 종종 먹습니다. 강원도 홍천으로 귀촌하고 1년이 되던 시점에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가 마을에 잘 뿌리내리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 끝에 우리는 마을에 작은 분식집을 차려보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두 사람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마음을 모았지만 작은 마음과 솜씨일 뿐이었습니다. 분식집을 하고 싶다고 마을 친구들에게 말을 꺼내는 것이 사랑 고백처럼 떨렸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우리의 마음을 반겨주었고 맛있게 잘 해보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공간을 구하고 이름을 짓고 공사하고 꾸미고 차릴 음식을 결정하는 과정마다 친구들이 함께해주었습니다. 가게를 열자 손님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힘에 부쳤는데 그때도 마을 친구들이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가진 색깔 위에 여러 사람의 색깔이 덧입혀지니 가게가 점점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분식집 이름은 ‘오솔길 작은밥상’이라고 지었습니다. 오솔길을 떠올리면 숲이 떠오르고 햇살이 비치고 새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같이 걷는 친구가 있다면 더욱 정답게 느껴집니다. 우리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빠름과 효율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같이 걷는 친구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갔으면 하는 마음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창업을 하는 저와 친구에게도 이 가게는 우리가 걸어가는 오솔길입니다.

저와 친구는 잘하는 것이 다릅니다. 저는 음식의 맛을 잘 낸다면 친구는 가게운영을 잘합니다. 저는 부지런히 음식재료 준비하는 일을 잘 한다면 친구는 음식을 예쁘고 맛있게 요리하는 일을 잘 합니다. 저는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해나가는 면을 잘한다면 친구는 음식의 완성도와 관련해서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요리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하고 새로 적용하는 것을 잘합니다. 가게를 해보기 전에는 몰랐던 점입니다. 잘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가진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주면서 가게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가게를 연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맛있게 드셔주시고 계속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힘이 많이 납니다.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음식에 마음을 담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오솔길 작은밥상을 통해 우리 두 사람이 마을의 좋은 이웃이 되고, 아이들의 좋은 이모 삼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병철 | 강원도로 귀촌한 지 3년째입니다. 청량분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 바라보며, 서석의 밤하늘 바라보며, ‘귀촌하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나를 넘어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마을찻집 고운울림>


“한신대 안에 찻집자리가 났는데 한번 해볼 생각 있니?” “음… 네.” ‘마을찻집 고운울림’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커피 일을 시작하면서 언젠가 내가 운영하는 찻집을 해보리라 생각했지만, 이미 포화에 이른 시장과 과감하지 못한 성격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제안을 바로 받아들인 것은 끝까지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입찰준비부터 찻집을 여는 날까지 관계 맺어왔던 많은 이들이 여러 형태로 기꺼이 함께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준비되었다는 듯 나타나 빠른 추진력으로 일을 처리하는 찻집지기 동생, 공사시공을 맡은 생태건축 사회적기업 ‘흙손’, 간판을 멋지음한 ‘그리는 사이’, 음향시설을 설치해준 동생, 길간판을 만들어 세워준 동생들, 필요한 물품을 기증해준 이들, 가구와 벽 페인트칠, 청소, 청 담그는 울력을 같이해준 이들, 새참 만들어 기운 북돋워 준 언니, 오빠, 동생들. 이런 적극적인 지지 속에 공사 시작 후 40여 일 만에 ‘마을찻집 고운울림’이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는 운영 7개월째, 이 공간에서 여는 잔치, 세 번의 음악회, 한여름밤의 영화수다회, 사진작가들을 초청한 열린 강의, 마을의 여러 모임, 웹툰 드라마 촬영까지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 사업장이라면 주체의 역량을 넘어가기 어려운데, 맺고 있는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은 그 역량을 넘어섬을 경험했습니다. 주체적으로 함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런 것임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마을찻집 고운울림’에서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에게 이런 것을 해보자고 찻집지기들이 제안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사진전이 기획 중이고, 자신이 만든 물건을 진열해보고 싶으니 다음에 가져오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운동성을 가지고 홍보 책자나 물건을 갖다 놓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마을찻집 고운울림’을 잘 사용하도록 내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찻집지기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것이 나를 넘어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될 테니까요.

조한라 | 몸과 마음의 평화, 쉼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을 찻집지기


쓰임이 되고 끌림이 있는 멋과 살림 짓는 곳
<그리는사이, 밝은공방>


사부작 사부작 그림 그리고, 조물락 조물락 만드는 것 좋아하는 두 사람이 모여 서석면에 공방을 열었습니다. 멋 짓는 <그리는사이>와 살림살이 짓는 <밝은공방>입니다. 저희는 마을에 있는 청량분교, 생동중학교, 삼일학림에서 그리기와 살림예술 수업을 학생들과 꾸준히 해가고 있습니다. 창작 작업을 일상적으로 잘 이어가고, 이웃분들과 더 적극적으로 만나갈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던 중, 좋은 때를 만나 필요에 꼭 맞는 공간을 만났고, 밝은누리 벗들 도움 받아 10월 13일에 아늑하고 따스한 밝은공방을 열게 됐습니다.

우리가 마을에서 어떤 재능을 펼쳐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오랜 시간 함께 꿈꾸어주었던 마을 사람들이 여러 모양으로 손 보태주어서 둘이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이루었습니다. 좀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하나씩 채워져갔지요. 문 여는 날 마을 사람들 함께 모여 노래하고 떡 나눠 먹으며 잔치 벌였던 그때가 눈에 선합니다.


<그리는사이>는 출판인쇄멋지음(디자인)과 그림 수업을 하고 마을에 멋짓이 필요한 다양한 일들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밝은공방>은 흙빚기나 꿀(밀랍)초, 짚풀살림살이처럼 일상에서 자주 쓰는 것들 손으로 짓는 것에 마음 두고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은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수업하고 때때로 쉬며 차 마시는 공간으로, 더 안쪽에는 작업 공간으로 꾸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리는사이가 ‘음악이 있는 장터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장이 열리는 날, 마을 사람들이 그동안 함께 갈고 닦아온 실력들을 모아 선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이지요. 그림책 모임에서 만든 그림책과 손수 그린 표지로 엮은 공책, 짚풀살림살이 작품, 걸개그림, 마을 손글씨(캘리그라피) 동아리 작품 등을 전시하면서 공방 앞 마루를 무대 삼아 여러 사람들의 공연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시골 장터에 활력도 불어넣고, 마을분들의 참여로 지역의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가려 합니다. 서석면에 공방이 생긴 건 처음이라며 이웃분들이 반가워하며 많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이곳에서 쓰임이 되고 끌림이 있는 멋과 살림 잘 지어가고 싶습니다.



박지혜(밝은공방) , 황지영(그리는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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