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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마을에 텃밭 열린 날
하늘땅, 흙과 벌레가 함께 만드는 하늘땅살이
 
 
 
 
 
북한산 자락을 따라 4.19묘지 근처로 가면 넓은 텃밭이 있어요. 생협, 양봉, 시민정원사, 함께사는 빌라 주민들, 마을학교, 공동육아 등 여러 단체가 모여 한마음으로 텃밭을 일궈갑니다. ‘자연과 더불어 농사짓는 생태 텃밭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공동운영원칙을 세워 함께합니다. 비닐, 화학비료, 농약 없는 텃밭을 만들어 산이 아파하지 않길 바랐어요.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는 자율적인 운영으로 도시농업 가치 공유, 텃밭 공동체 활동을 함께해 갑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어느 날, 미리배움터(오리엔테이션)를 하면서 강북마을텃밭공동체 회원들이 모여 운영원칙을 공유하고, 텃밭에 널려 있던 쓰레기를 정리하며 대청소를 했어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즐겁게 청소했지요. 아름다운마을학교 어린이들도 저마다 손에 장갑 끼고 정리되지 않던 텃밭을 함께 정리했어요. 영차! 으쌰! 하나둘 힘을 모으니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되어요. 이곳에 씨앗을 넣는다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4월에는 시농제가 있었지요. 하늘땅살이(농사)는 사람만 짓는 게 아니에요. 하늘, , , 벌 레, 해와 달 그리고 미생물부터 온 우주에 이르기까지 돌보는 이가 참 많지요. 인수마을 풍물패가 힘찬 풍물 소리로 시농제 시작을 알렸어요. 흥겨운 잔칫 날이지요. 텃밭 둘레를 돌며 하늘과 땅을 울려 봄날을 알리고 씨앗 넣을 준비가 되었다며 땅을 깨워요. 논둑을 밟고, 둠벙을 밟으며 흙을 단단하게 해주었어요. 마을학교 학생들은 저마다 마음을 담은 악기와 노래로 하늘땅살이(농사)하는 마음을 전했어요. 한살림에서는 우리씨앗 농장에서 나눠주신 토박이 씨앗을 회원들에게 나누셨어요. 토박이 씨앗에 대한 문제를 맞히면 세 종류 씨앗을 받을 수 있어요.
 
 

 
 
드디어 모내기하는 날! 인수마을 풍물패와 마을학교 6학년 학생들이 어우러져 신명나는 풍물로 시작을 알려요. 기차놀이도 하면서 신나게 놀고 이제 모내기 놀이가 시작되어요. 못줄을 잡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하나요하면 하나 심고 둘이요하면 그 옆에 또 하나 심어요. 한 줄을 다 심으면 줄 넘어 가요하고 외쳐요. 그럼 모 심는 사람들은 두 발 뒤로 가고 못 줄 넘기는 사람은 30센티미터만큼 못줄을 옮겨요. 밥상에 올라오는 쌀 한 톨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음 모아 심고, 거둔 거였네요.
 
 
(윗둠벙에 미나리를 심는 모습 / 홍천 삼일학림 학생들이 먼 길을 달려와 텃밭 옆에 생태뒷간을 지어주었다) 

 

윗 둠벙에서는 미나리를 심어요. 이렇게 미나리를 심은 논을 미나리꽝이라 부른대요. 신발 저리 던져놓고 팔다리 걷어붙이고 흥겹게 노래 부르며 미나리도 쑥쑥 심어줬어요. 모내기 일주일 후 제비 한 쌍이 날아왔습니다. 제비는 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데 논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이리도 빨리 찾아오다니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온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텃밭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바람대로 되려나 봅니다.
 
 
최유리 | 아름다운마을학교 학생들과 텃밭하며 생명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 배우고 꿈꾸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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