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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나누며 이야기꽃 피우니 그야말로 한 식구
효제곡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벌인 잔치
 
 
 
 
지난 어버이날, 효제곡 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흥겨운 잔치 치렀습니다. 피 섞인 어버이는 아니지만 열 해 동안 베풀어주신 사랑 헤아리며 아들, , 손자, 손녀의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며 만든 작품들 보기 좋게 펼쳐 놓고, 여러 빛깔 한지로 곱게 무대도 꾸몄습니다. 잔칫날 올릴 공연 연습도 몇 번이고 되풀이되었지만 즐거운 마음입니다.
 
 
 
어르신들 태운 차가 움터에 다다르자 모두 우르르 달려 나가 반갑게 인사드렸습니다. 뜻밖의 환대에 놀라시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움터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펴보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두런두런 자연스레 이야기꽃 피우며 한울에 들어오는 어르신들께 미리 준비한 이름표도 걸어드렸습니다. 뭘 이런 것까지 만들었느냐고 쑥스러워하셨지만 마다하는 분은 없습니다. 학교에 초대받아 이름표까지 달아주니 꼭 학생이 된 것 같다고도 하셨지요. 아무개 아버지나 어머니로 불리면서 오랫동안 자기 이름을 잊고 지내셨을 텐데 아이처럼 좋아하시니 저희도 뿌듯했습니다.
 
 
잔치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생들이 흙으로 빚은 그릇이며 짚으로 엮은 살림살이 따위를 재미나게 둘러보십니다. 젊었을 적에 많이 썼던 물건이라며 똬리와 둥구미를 머리에 얹어도 보고, 학생들 지은 시와 노래를 찬찬히 읽어도 보십니다. 그렇게 북적북적 어르신들 맞이하며 자리를 정리한 뒤에 이끔이 인사로 잔치 열었습니다.
 
삼일학림 학생들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서 지난 아홉 해를 헤아려 봅니다. 그 귀엽고, 앳된 꼬마들이 넉넉한 효제곡마을 품 안에서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큼의 세월을 보내며 의젓한 푸름이로 자랐습니다. 사진 주인공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들께 인사드리자 다 자란 손주 맞이하듯 반갑게 손뼉 쳐주십니다. 뒤이어 노인회장님 덕담과 격려 말씀 이어졌고, 교장 선생 님께서 학교 소개 해주셨습니다. 뭉뚱그려 학교로만 이해하고 계신 어르신들께 밝은누리와 밝은누리움터를 차근차근 알려 드리고, 그동안 너그러운 눈길로 학교와 학생들 지켜봐주셔서 고맙다는 인사 거듭해서 드렸습니다. 십 분짜리 밝은누리움터 알림 영상과 학생들 지내는 모습 담은 노래 영상 함께 보고 자랑스러운 마을 학교가 되겠다는 약속도 함께 드렸지요.

 

 

 

이제 흥겨운 공연을 즐길 차례입니다. 첫 마당은 봄꽃처럼 싱그러운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춤과 노래로 꾸몄습니다. 가락도 가사도 낯설기만 하지만 생기 가득한 학생들 목소리와 몸짓에 함박웃음 짓습니다. 다음 마당은 삼일학림 소리 모아 부르기 수업을 듣는 이들이 준비한 합창입니다. 널리 알려진 동요가 울려 퍼지자 아련한 옛 시절을 떠올리듯 노래를 따라 부르기 도 하셨습니다. 이어진 셋째 마당은 삼일학림에서 공부하는 어른 학생 지연, 은혜 님 판소리로 꾸몄습니다. 몽룡과 춘향의 사랑 이야기 담은 사랑가 한 대목과 심 봉사 눈뜨는 대목을 들려주었는데 구성진 우리 소리에 어르신들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뜨겁게 호응해주셨습니다.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자 어르신들께 노래 솜씨 뽐내보시라고 멍석을 깔아 드렸습니다. 처음엔 사람들 앞에 서기 부끄럽다고, 가사를 외우지 못해 못하겠다고 서로 손사래 치셨지만 노련하고 집요한 이끔이 손에 이끌려 한 어머님이 마이크를 잡으셨지요. 별안간에 무슨 노래를 하느냐며 어린아이처럼 수줍어하시더니 이내 구수한 목소리로 애창곡 들려주셨습니다. 노래 마치고 자리에 들어가, 나도 했으니 너도 해야지, 옥신각신하는 어머님들 모습에 모두 박장대소합니다. 그렇게 흥이 오르자 뒤에 근엄하게 앉아 계신 아버님들도 용기를 내십니다. 노래방 기계가 없는 걸 아쉬워하셨는데 인터넷에서 반주 영상을 찾아 띄우니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습니다.
 
한바탕 노래자랑을 갈무리하고 밝은누리움터 학생들 풍물 연주로 잔치 마당 갈무리했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에 눈이 즐겁고, 신명 나고, 힘찬 장단 소리에 귀가 즐겁습니다. 보는 이들 모두 손뼉 장단 맞추며 어깨춤을 춥니다. 길고도 짧은 연주가 끝나자 풍물 소리 못지않은 손뼉과 함성 터져 나옵니다. 곁에 계신 할머니는 학생들 팔 아프겠다며 걱정하시기도 했지요.
 
 
흥겹게 잔치를 즐긴 탓인지 여느 때보다 이른 저녁이 반갑기만 합니다. 밥상에서 정성껏 마련한 잔치 음식들 넉넉히 담아 삼삼오오 둘러앉았습니다. 음식은 입에 맞으시는지, 효제곡마을에서는 얼마나 오래 사셨는지, 학교에 대해 궁금한 건 없으신지, 이것저것 묻고 들으며 이야기꽃 피우니 그야말로 한 식구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저녁밥상 나누다 보니 금세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음식도 많이 남았고, 더 많은 이야기도 듣고 싶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니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요.
 
생각보다 많은 품을 들여 준비한 잔치였지만 마을 어르신들과 한 발짝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어 뜻 깊 습니다. 밝은누리움터가 마을 배움터로 든든하게 뿌리 내리려면 가까이 사는 마을 이웃들부터 정성스레 만나야 하는 줄도 새삼 느끼고요. 마을 어귀에 뿌리 내린 느릅나무처럼 앞으로도 마을 이웃들과 우정 쌓으며 믿음직한 배움터로 잘 가꾸어가겠습니다.
 
 
정대영 | 홍천 밝은누리움터에서 학생들과 우리말 공부합니다. 틈나는 대로 시골길 거닐며 메들나물 뜯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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