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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되는 날 마음에 꼬옥 품고

마을배움터 어린이·청소년 길벗들이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 다녀와서 소감문을 썼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 이야기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마음에 새기고 싶어서 순례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백두산 천지와 바이칼호수를 보고 온 몸으로 반응하고, 압록강과 두만강 넘어 바라만봐야 하는 조선땅 앞에서 절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어린이들처럼 그저 맑고 순수하게 하나 되어갈 수 있는 날을 꿈꾸게 됩니다. <편집자 주>

믿고 기다렸더니 진짜 보였다


백두산 갈 땐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천지를 못 보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조금 멀미도 났는데 힘들게 올라가니까 너무 춥고, 앞이 새하 얬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천지가 조금 보였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었지만 좋았다. 믿음은 보이지 않아도 믿는 것이 믿음이다. 그리고 언젠간 꼭 조선땅을 밟고 가겠다!

명동학교 있는 곳에도 가봤다. 명동학교는 ‘동쪽을 밝힌다’라는 뜻을 가지고 지어졌다. 그곳에는 명동학교를 다닌 훌륭한 분들과 선생님들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책, 종, 책상 등 예전에 지내던 분들이 쓰신 물건들도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집과 송몽규 시인의 집도 보았다. 신기했다. 시도 붙어 있었고, 우물도 있었다. 독립운동을 열심히 하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가보니까 좋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압록강 건너에 있는 우리 땅. 조선 땅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너무 조선땅을 밟고 싶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데, 반대쪽에서도 사람들이 보였다. 양도 봤다. 압록강에는 중국쪽 강가에 쓰레기가 많아서 슬펐다. 신한촌을 걸어가다보니 기념비가 있었다. 돌기둥 세 개가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크기가 다 달랐다. 그 곳에서 노래 부르고 기도했다. 태극기도 있고, 편지들도 있었다. ‘그대들은 참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바람이 불어서, 걸려있는 태극기가 펄럭였다. _하민(초등학교 5학년)


나라와 나라가 서로 믿고 산다면


이번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는 좀 특별하고 달랐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로 간다. 나는 솔직히 걱정도 되고, 먹는 것도 생각되고, ‘너무 몸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통일에 대해서도 배워봤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함께했다.

인천에서 대련으로 가기 전 통관을 거쳐야 했다. 짐 검사와 몸 검사를 하고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나라에서 나라로 가려면 통관을 해야 된다는 게 무섭고 두렵고 힘들었다. ‘모두 믿고 살 순 없나?’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좀 있으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모삼촌들과 갑판으로 올라가 멀리 풍경을 보았다. 순례기도회를 하고, 기도순례를 시작하는 마음을 돌아가면서 나눴다. 나는 문익환 할아버지와 윤동주 시인을 학교에서 배우고 알아가는데, 몸으로 직접 보고 느껴서 내 마음에 새기고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고 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백두산에 간 것이다. 천지를 비롯해서 장백폭포, 지하산림, 온천지대, 녹연담폭포까지…. 백두산 올라갈 때 흰개미가 움직이는 것같이 차들이 다 하얗고 길이 꼬불꼬불했다. 올라가니 안개가 너무 많았다. 천지 물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끈기있게 기다렸다. “어, 어, 보인다 보여!” 여기저기서 함성이 들렸다. 천지를 봤다. 정말 기분이 짱이었다.

그리고 호산장성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에 가면 만리장성에 안가도 된다고 한다. 정말 안 가도 될 정도로 가파르면서 높았다. ‘꼭 끝까지 가고 말거야!’ 땀범벅이 됐다. 중간중간 쉬며 갔다. 뒤를 돌아봤는데 빨간 지붕들이 쫙 눈앞에 펼쳐졌다. 입이 떡 벌어졌다. “여기야, 여기!” 하준이와 하진이형, 가을이형 목소리다. 얼른 뛰어갔다. 건너편에 조선땅이 보였다. _수인(초등학교 5학년)


자랑스러운 고구려 호산장성


인천에서 대련가는 배를 타려고 여객터미널로 갔다. 배를 타니까 이제 정말 시작인 것 같았다. 호산장성을 보니 정말 길고 튼튼하게 잘 지어져 있었다. 적이 못 쳐들어올 것 같았다. 우리도 올라갔다. 점점 갈수록 가팔라졌다. 겨우겨우 힘들게 올라오니 뿌듯했다. 그리고 바로 건너편이 조선땅. 조선땅이 바로 앞에 있는데 못 가는 게 슬펐다.

저녁엔 압록강 단교를 봤다. 조선땅이 보이는 압록강에서 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돌다가 단교를 봤다. 한국전쟁 때 부서진 슬픔있는 다리였다. 배를 타고 한참 돌다가 중국쪽을 보니까 으리으리한 집들이 많고, 불빛이 번쩍거렸다. 조선을 보니까 불빛이 한두 군데 깜빡거리고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강 하나 사이에 두고 두 곳이 너무 달랐다.

침대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백두산을 가는 ‘이도백하’였다. 장백폭포를 먼저 들렀다. 천지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폭포가 되어 흐르는 곳이다. 비가 많이 왔다. 올라갈 때 물이 부글부글 끓는 곳도 있었다. 폭포가 꽤 멀었는데 ‘촤촤’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짚차를 타고 천지로 올라갔다. 구름 때문에 못 볼 줄 알았는데, 구름이 걷히면서 천지를 봐서 기쁘고 좋았다.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다. 추웠다. 러시아로 넘어가서 개척리에 갔다. 바다도 보였다. 해양공원에서 물수제비도 하고, 순례기도회도 했다. 마지막 날 아침에 독수리전망대에 갔다가 블라디보스토크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더 있고 싶기도 해서 아쉬웠다. _ 하준(초등학교 3학년)


걸어서 갈 날 기다려야지


8월23일부터 9월3일까지 중국과 러시아로 기도순례를 다녀왔다. 이른 아침 큰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며 짐 부치고 마지막 탐승 수속도 끝낸 뒤 비행기를 탔다. ‘우우웅‘ 점점 속력을 내던 비행기가 떴다. 순식간에 마을이 사라진다. “잘 있어! 곧 다시 올께!” 이제부터가 정말 순례의 시작이다. 이번 순례는 특별했다. 다른 때보다 더 길게 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나라로 가는 게 새롭다. 순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를 뽑자면 백두산 못간 것, 두만강과 조선땅 본 것, 바이칼호수 본 것이다.

첫날. 중국 숙소에 오니 비가 오고 날이 흐렸다. ‘내일 백두산 가는데 어쩌지?’ 생각과 동시에 ‘하늘이 도와서 내일은 언제 비 왔냐는 듯이 개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생각만 떠올리고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날. ‘하늘은?’ 포슬포슬 비가 내렸다.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백두산 입구로 갔다. 바람이 ‘슁슁’ 불었다. 춥긴 했지만 얼른 천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다 잠겨있었다. 다시 날씨는 맑아졌는데 문은 잠겼다니! 진짜 아쉬웠다. 그래도 나는 아직 더 갈 일이 많고, 통일되면 북쪽으로 걸어갈 수도 있으니 그 날을 기다려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니 아주 아쉽지는 않았다. 저녁에는 두만강축제에 가서 두만강을 봤다. 두만강 너머로 북쪽땅도 보였다. 배로 채 일분도 안 될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가지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어서 통일이 되어서 다른 나라에서 조선땅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러시아에서는 바이칼호수에 갔다. 끝없이 넓고 티 없이 깨끗하며 파랬다. 넓은 바이칼호수는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포근할 것 같았다. 우리 선조들의 아픈 마음들을 씻겨내주고 품어주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 선조들은 이 드넓은 벌판에서 무얼 먹고 살았나. 무얼로 추위를 견뎠나’ 생각도 했다. 러시아에는 소, 말들이 들판에서 마음껏 쉬고, 먹고, 논다. 그 풍경이 아름다웠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도 아니고 지나가는 길마다 소들이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었다. 이번 순례 때 들뜨기도 했지만 많이 배우고 와서 뿌듯했다. _ 서안(초등학교 5학년)


바라만봐야 하는 건 슬프다


중국/러시아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서 기억 남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둘째날에 압록강 너머 조선땅을 본 것이다. 처음 봐서 아주 좋았는데, 한편으론 1km도 안 떨어진 곳인데, 게다가 다리까지 있는데, 그것을 못 건너가고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만 봐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슬퍼 통일을 더 염원할 수 있었다. 원래는 ‘통일’ 하면 ‘뭐, 그냥 되면 좋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조선땅을 보고나선 좀 더 구체적으로 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넷째 날에 백두산 천지에 간 건데, 안개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이고 바람 때문에 비옷도 찢어져 ‘이거 과연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안개와 바람 때문에 천지를 잘 못보고 있을 때 생명평화를 구하는 노래를 계속 부르니까 신기하게도 안개가 걷혀 잠깐이나마 천지를 볼 수 있었다. 그 때 진짜 깜짝 놀랐고 좋았다.

이번 순례 가기 전에,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고, 러시아는 세계에서 땅이 제일 넓어 다양한 경험을 할 줄 알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서 재밌었다. _하진(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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