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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기개와 따뜻한 의리
그 삶의 자취를 따라

한의학 공부하며 지내다 방학기간 기회가 되어 이번 중국 러시아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 참여했다. 생명평화의 주제는 정치, 사회적 영역 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몸, 마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한의학 공부를 하게 된 것도 우리 몸과 마음의 생명평화 구하며 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바쁜 학기 보내면서도 순례에 관심 두며 지냈었고,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 더욱 기뻤다. 순례를 통해 대한민국과 조선, 동북아와 온 누리의 평화를 노래하며, 생명답고 평화롭게 사는 삶을 향한 간절함이 더욱 커질 수 있기를 기대했다.

순례를 떠나기 전, 간도와 연해주 지역에서의 독립운동사를 공부했다. 가서 보고 느낀 것만큼이나 가기 전 공부가 유익했다. 이전까지는 독립운동을 떠올리면 훌륭한 행동이긴 했지만 결과를 이루어내지는 못했다는 실패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독립운동하며 살았던 분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게 한 마디로 간추릴 수 없었다. 당당한 기개와 강인한 결단, 따뜻한 의리... 그 자체로 찬란히 아름다웠고 그런 분들이 다양하게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생명력을 다해 살며, 다른 이들을 밝혀주고 다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까지도 밝혀주는 삶들이었다. 독립된 조국에 대한 그들의 꿈은 오늘 우리의 통일된 대한민국와 조선에 대한 꿈으로, 생명답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치열하게 찾아갔던 그들 삶의 자취는 대한조선 영세중립 생명평화의 땅과 새로운 동북아 평화체제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가서 본 북간도와 연해주 땅은 여러 모로 낯이 익었다. 침엽수 숲이 늘 보던 것 같고, 남아있는 우리 문화와 살림살이 흔적이 그러했다. 윤동주와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연변의 명동마을과 몇 만이나 되는 한인들이 살았다는 블라디보스톡 신한촌을 보면서 독립운동이 외따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마을을 기초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함께 살아가는 삶과 관계, 그것이 바로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겨레 독립의 구체적 실체로서 그들 안에 든든히 자리했던 것이다. 온 누리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기도와 운동 또한 함께 살아가는 마을의 삶과 관계, 몸과 마음의 생명평화로부터 가장 깊이 깨닫고 추동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순례 길마다 보았던 것은 제국의 폭력과 정복의 역사이기도 했다. 간도의 마을들은 일본에 의해 파괴되었고 그 역사는 중국의 소수민족 ‘조선족’의 역사로 왜곡되고 있으며, 연해주 한인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다. 우리 겨레 뿐 아니다. 바이칼 근처 딸찌 민속박물관은 원주민들의 전통가옥은 얼마 되지 않고 정복민인 러시아제국 슬라브족의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독립운동하던 선조들이 부딪쳤던 것도 이처럼 거대하고 압도적인 제국의 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복자가 되려고 하지도, 체념하고 순응하지도 않았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서 보이듯 제국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무장투쟁을 하면서도 평화에 대한 신념을 견지했다. 순례를 시작하며 옳지만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이는 일에 어떻게 헌신하며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질문 가졌었다. 그 질문에 대하여 이번 순례 길에 만난 먼저 살아간 이들은 그들의 삶 그 자체로 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우리가 그렇게 살아갔다고. 생명평화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평화 이루며 살아가는 힘들지만 아름다운 삶의 현재라고. 그 분들은 조국 독립을 고대하는 동시에 이미 맛보며 살아갔다고 믿는다. 매일 삶 속의 생명평화에 힘쓰며 살아갈 마음과 기운 다시 얻는 순례길이었다.

주은 | 전주에서 한의학 공부하다 곧잘 마을 친구들 보러 오는 학생이자 마을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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