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뜻을 품고 창조적으로 살기

명동마을을 방문했다. 윤동주 생가와 복원된 명동학교를 방문하며 명동마을의 흔적을 더듬어보았다. 거리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공부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일하고 밥 먹으며 함께 보냈을 흔한 일상과 어두워진 조국의 현실을 밝히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씨름했을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명동마을은 윤동주뿐만이 아니라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키워냈고, 지원했다. 더 길게 보면 장준하와 문익환 같은 민주·통일운동가도 이곳에서 함께 자랐다. 도대체 그 힘과 영향력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이며 어떻게 이어져온 것인가 질문하며 자연스레 마을공동체의 지도력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지도력이란 어느 영웅적인 개인을 말하는 것도, 그렇다고 어떤 전위집단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도력이란 창조적인 가치, 뜻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와 상황에 따라 어느 한 개인을 통해 집중적으로 나타나기도, 집단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명동마을은 김약연을 중심으로 한 네 가문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간도에 집단이주하며 태동되었다. 일제의 억압 아래 살기 어려운 것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생존을 위함만이 아니라 ‘동쪽을 밝힌다’는 뜻을 가지고 간도에 마을을 세웠다. 그리고 뜻을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 그 지도력은 기독교와 만나 창조적으로 발전하였고, 또 다시 학교와 교회를 통해 새로운 뜻을 이어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제시대와 분단독재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세워졌던 것이다. 비록 일제에 의해 마을공동체는 명을 다하였지만 그 정신과 뜻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밝은누리의 걸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질서가 가득한 세상에서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구하고 깨달아 필요한 시기마다 창조적인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지도력의 형성이 밝은누리를 이끌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을 조금 방향을 바꿔 생각하면 지도력이 생성되지 않는 마을공동체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땅에 줄긋고 한 울타리 안에 모여 산다고 해서 마을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쪽을 밝힌다’는 뜻이 사라진 명동마을은 더 이상 명동마을이 아니며, 생명평화의 가치를 상실한 밝은누리는 더 이상 밝은누리이기 어렵다. 함께 공유하는 가치와 뜻이 없다면 그저 각자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가치와 뜻은 가장 일상적인 형태로 공유된다. 먹는 것, 입는 것, 생활하는 것, 노는 것에서 공유된다는 것이다. 지도력은 강단에서 외치는 교육 내용이 아니라 일상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말로 전하는 가치는 생명력이 짧다. 김약연 선생이 유언으로 “나의 행동이 나의 유언이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그의 지도력이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너무나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스스로의 지도력을 어떻게 키워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창조적인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어지도록 하고 있는가? 창조적이라 함은 관성에 젖지 않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일진대, 그동안 배워왔던 생명평화의 가치를 나의 맥락에 맞게 관성을 넘어서 창조해가고 있는가? 그것이 잘 공유되어지고, 일상적인 생활과 관계에서 드러나고 있는가? 스스로 던진 질문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뜨거워지기도 한다.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나가고 싶은 열망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제의 어두움 앞에 밝은 빛을 비추려 했던 명동마을의 지도력을 떠올리며, 생명평화를 이루고자 지금까지 이어져온 밝은누리의 걸음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깨어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그 마음 잘 간직하고 실천하며 살고 싶다.

김겸손 |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고, 마을에서는 함께 노래 부르고 놀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