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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으로 초대
'한몸살이 배움터' 참여 후기


혼자가 익숙하고 개인이 강조되는 시대에, 비혼 청년들이 공동체방에서 같이 사는 이유는 뭘까? ‘마을’로 함께 모여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동체에 대해 다양한 궁금증들을 가진 사람들이 마을을 더 가까이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한몸살이 배움터’로 모였다.

한몸살이 배움터의 첫 만남은 마을밥상에서 이뤄졌다. 마을 생활의 중심이 되는 ‘마을밥상’.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매일 마주하는 밥상 안에 공동체의 가치가 담겨 있다. 어른아이 한데 어울려 북적대는 모습, 건강한 재료로 맛깔나게 차려진 반찬 등,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맛보며 그렇게 한몸살이를 몸으로 먼저 경험해간다.

식사를 마친 후 마을서원에 모여 서로 소개를 나눴다. 각자 배움터에 참여하게 된 이유들도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공부모임에서 종종 듣게 된 마을에 대한 궁금증으로, 학교 친구들과 공동체 생활을 시작해보기 앞서 경험해보고 싶어서, 공동체에 대해 전혀 모르다가 학교 교수님에게 소개를 받아서, 그리고 이미 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지만 함께 하는 삶을 더 잘 배우고 싶어서 참여한 사람까지. 각자 다양한 이유와 계기들로 이곳에 모였다. 각각의 공동체방으로 흩어져 좀 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어서 그런지 취업과 진로에 대해서 더 많은 말들이 나눠지기도 했다.

지금 마을에는 일을 쉬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청년들도 있다.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기보다 마을 안에서 안정감 누리며 새로운 삶을 찾아가고 있다. 마을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니 자기도 생각하지 못한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롭게 의미를 찾아 직장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나누는 이야기들 들으며 한 청년은 조만간 친구들과 공동체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 안에서도 다양한 고민들을 잘 해결해가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새로운 모험과 도전으로 변화를 이뤄가려는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같이 마음이 설렌다.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이야기들 나누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은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마을뒷산과 주변을 둘려봤다. 마을 곳곳을 돌아보며 마을학교, 마을어린이집, 그리고 함께 이웃하며 살아가고 있는 집들을 둘러보았다. 집안까지 다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단정하게 정돈된 마당, 정성 다해 기르고 있는 밭작물들, 아름답게 어우러진 꽃들을 보며, 마을을 함께 돌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배움터의 마지막 일정은 가정공동체 방문. 공동체방에서 지내다가 혼인해서 이제 육아과정을 보내고 있는 ‘열음이네‘와 ‘하늘이네‘ 두 가정을 방문했다. 처음 밝은누리로 오게 된 계기부터 만남과 혼인, 육아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요한 과정을 어떻게 마을과 함께해왔는지 들어보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부모님 영향 아래 있다가 처음으로 주체적인 선택을 했던 공동체로의 첫 발걸음. 자본에 길들여진 삶, 혼자가 익숙한 삶에서 점점 변화를 이뤄갔던 공동체방 생활. 가까이 지낸 사이에서 서로 변화와 성숙을 주목하며 새로운 존재로 만나온 교제기간, 마을 잔치로 치룬 혼인, 가족이기주의를 넘어 마을의 아이로 함께 길러가는 육아. 그렇게 삶의 중요한 계기와 변화의 순간마다 한몸살이가 어떻게 그 걸음을 함께 지켜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한 개인이 가치와 뜻을 따라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문제인식이 있어도 그 정도의 담력을 기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주변에서 지지 받을 수 있다면 대단한 의지와 결단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육아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는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자 도움이었다.”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각자의 소감 나눴다.
“설명으로만 들었던 것들을 1박 2일 함께 지내며 실제 보고 들으며 궁금증들이 많이 해소된 시간이었다. 더불어 새로운 숙제, 새로운 고민을 안겨준 시간이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과 지내며 불편할 줄만 알았는데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진짜 공동체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서로 의지하기 때문에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공동체생활을 앞으로 잘 꾸려나가고 싶다.“
“실제 아는 만큼 살아가고 있는 모습,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고 고민하는 모습에 큰 도전이 됐다. 공동체가 어떻게 가능하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참여자들의 여러 소감을 들으며 문득, 이렇게 마을에서 지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로 고민하며 6개월째 백수로 지내고 있는 시간, 과연 잘 지냈을까? 열심히 취업 준비 했을까? 혼자 하고 싶은 거 하며 재밌게 지냈을까? 이전의 경험 비춰볼 때 결코 그러지 못했으리라 확신한다. 마을이 있기에 지루할 틈 없이 생기 있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생겨난 여유의 시간만큼 마을의 필요를 채우고, 더불어 나도 살림 받고 채움 받는 삶 살아간다. 모든 일정 마무리하고 이제 각자의 자리로 떠나는 시간. 더불어 사는 삶, 생명평화 일구는 길벗으로 언젠가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마지막 인사 나눴다.

주동술 | 행복한 마을 생활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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