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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이, 편안한 사이에서
서로 생기 있게 대하는 관계로 나아가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남편과 잠자리에 누우니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지금쯤이면 집에 다들 있겠네. 뭐하고 있으려나?’

작년 봄 우리 가정은 남편이 타 지방에서 1년 정도 머물면서 배움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남편에게 좋은 결정이었다. 근데 난 ‘혼자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홀로 지낼 나를 배려해서 공동체방에서 지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었다. 나에게 공동체방에서 사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는 혼인을 하면서 마을에 왔다. 어렸을 때부터 살던 가족이나 남편 외에 누군가와 오랜 시간 살아본 적이 없다. 마을에서 비혼청년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방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서 놀러가기도 하고 하룻밤 잠을 함께 자기도 했지만 긴 시간 함께 살아본 적은 없다. 그래서 여인네들과 사는 공동체방에 사는 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했다.

방에 들어가기 전, 나에게는 공동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다. 서로 지켜봐주는 관계망이 여럿인 안에서 지내는 삶은 더 철저하게 살 것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방에서 지내면서 배운 대로 산다는 것이 사람 수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배운 것을 실천하는 마음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드러내고 기운을 주고받고

나는 2017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의 변화를, ‘해든’이라는 공동체방에서 다섯 명의 멋진 친구들과 느꼈다. 처음엔 새로운 친구들과 지냄에 과도하게 긴장을 했다. 그 긴장은 생활하면서 나를 드러내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었다. 함께 먹고 자고 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내가 온전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난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긴장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 긴장도 오래가지 않았다. 삶의 가장 편한 공간에서 나를 숨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실수도 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도 보고 그 실수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주는 식구들의 사랑도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더 이해해 감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소중한 것임을 방에서 지내면서 알게 되었다. 서로의 시간이 달라 방에서 보는 시간이 적더라도 그 시간 속에서 그 사람이 하고 있는 행위 안에는 좋던 나쁘던 그것은 하나의 기운이 되어 서로가 주고받게 되어 있었다. 방에서 이렇게 기운이 넘나드는 걸 느끼면서 남편과 지냈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랜 세월 같이 지내다보니 같이 있어도 내 일에 몰두해 남편에게 관심 없던 시간들이 방 식구들과 지낸 마음과 대비되며 함께 사는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방에서 지내면서 시간기차를 타고 다시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집에서 마주하는 밥상에서, 저녁에 하나 둘 모인 거실에서 소소한 정담들로 우리 해든에는 웃음소리가 자주 이어졌다. 저마다 가진 흥으로 누군가가 노래를 시작하면 옆에서 기타 반주를 하고 또 그 옆에서 화음을 넣으며 때때로 즉흥적인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즐기면서 노래를 이어 불렀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가 가진 다른 성격과 잘하고 못하는 것들이 어우러져 서로를 채워주고 있었다.

진로를 고민하고, 관계를 고민하고, 몸에 대한 고민과 마음에 대한 고민 등 각기 다른 고민 속에서 우리는, 그 고민을 너만의 고민이 아니라 우리의 고민으로 여기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풀어나가려고 마음을 썼다. 함께 살고 마음을 서로 알아주려는 사랑을 느끼면서 나 또한 마음이 열리고 방식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내가 사람을 사랑하고 서로 생기있게 대하겠다는 고백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던 걸까 되짚어 생각해보게 되었다. 배운 가치에 걸맞게 살아가도록 조언하고 나도 배운 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그 중심엔, 옳으냐 그르냐만 있어 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부족했음을 느끼게 되었다. 해든에서도 가정에서도 관계에서 마음이 어려워지는 순간은, 내 마음의 어려움을 들여다봐주지 않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어린애같이 이해받고만 싶구나 하고 나를 타일러보아도 그 서운한 감정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 관계에서 솔직하게 나의 그런 마음결을 드러내보이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작년 12월초 남편이 다시 집으로 오고 나도 집으로 다시 이사했다. 해든의 누군가가 좋아했던 음식을 마주할 때, 다들 집에 돌아와 있을 것 같은 시간에 시계를 볼 때 등 새록새록 해든 식구들이 뭐하고 있을까 상상하게 된다. 방식구들에게 준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많다. 그리고 방식구들도 아마 나와 같은 고백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이영미 | 인수마을에서 동무들과 함께 지내고 있고요, 마을 아이들과 몸수련하고 옛이야기 들려주며 아이들과도 지내고 있어요.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상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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