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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진 것으로 누리는 넉넉함
함께 사는 이들이 준비해준 정갈한 생일잔치

하나.


막내 산이의 첫돌을 맞아 마을 친구들이 돌상을 꾸며주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 플라스틱 남발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화려한 풍선이나 반짝이 장식 쓰지 않았다. 정갈하면서도 기품 있고 따뜻했다. 부모가 준비한 것은 마음 담긴 편지와 산이가 그 시간을 기쁘고 생기 있게 누리도록 잘 살펴준 것뿐이다. 어떤 식당에서 어떤 이벤트를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마을 친구들의 축하를 오롯이 받으며,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 격려받았다.

부모는 산이에게 마음 담긴 편지를 읽어주고 이모들, 언니, 오빠들은 노래 불러주었다. 산이는 가진 생명력대로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이모들이 준비해준 돌잡이를 했다. 잘 자라서 친구들과 서로 살리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산야초 효소, 변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옻칠과 밥 푸는 주걱같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옻칠주걱, 밥으로 잘 살라는 마음 담아 쌀, 신명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소고를 준비해주었는데, 산이는 소고와 옻칠주걱을 잡았다. 산이가 사람 살리는 밥을 떠주는 주걱처럼 누구에게나 넉넉한 품으로 생명 떠주는 사람으로 신명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인생 살기를 기도했다.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둘러앉아 평화 노래를 부르며 축복하고 떡과 과일 새참 나누었다.

둘.


첫째 여울이의 다섯 번째 생일잔치가 어린이집에서 있었다. 민들레방 친구들이 고사리손 정성 모아 생일축하 새참 접시에 담아내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쓴 그림편지 엮어 선물로 주었다. 산책길에 친구들과 따온 들꽃을 꽃병에 소담스레 담고 다 같이 둘러앉아 축하노래하고 한 명씩 따스한 포옹으로 마음 전달했다.

역시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 플라스틱 남발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화려한 풍선이나 반짝이 장식 쓰지 않았다. 가진 것으로 정성껏 마음 전달하고 표현했음이 다 보였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무분별하게 소비하거나 낭비하지 않도록 관념이 아닌 일상으로 배운다. 어린이집 생일잔치는 생일상에서 이미 우리가 얼마나 큰 것을 가졌는지 잘 보라고, 잘 누리라고, 잘 표현하라고 일깨워 준다. 어떤 때는 어린이집 사진첩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생일상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된다.


돌잔치와 생일잔치는 힘들여 치르고 해치워야 하는 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생명이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 되새기게 해주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배운 대로 나의 일상에도 정성을 기울여 창조성과 창의력이 발현되게 하고 싶다. 정갈하면서도 기품 있고 따뜻하게.

고맙고 고마운 시절이고, 사람들이다.

김지선 | 인수동에서 친구들과 육아하며 살리고 살림받는 삶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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