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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를 환히 밝히며 봄학기 열었어요
이름표 꾸며서 붙이고, 밭 둘레도 정리하고, 종이에 빛칠하고


하나.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날, 마을배움터 학생들도 때 맞춰 부럼 깠어요. 아그작! 땅콩과 호두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부스럼 안 나고 모두 건강하기를 바랐지요. 둥글게 모여 큰 보름달 그리며 강강술래도 해보고요.


둘. 1학년 봄빛서당 학생들 ‘빛깔과 모양’ 첫 시간에는 새로운 배움터의 움(방) 이름표를 만들었어요. 1학년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열매움, 2학년 선배들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새싹움, 소중한 물건들이 자리한 씨앗움, 그리고 뒷간도 빠질 수 없지요. 골판지에 지끈을 오려 붙여 글자를 만들었어요. 이름표만 붙였을 뿐인데, 배움터가 더 환해졌지요.


셋. “하늘에 고운 빛 나에게 들어와 고운 빛이 되지요. 환하게 비치는 맑은 빛깔 해님, 내 마음을 비춰주지요. 고운 빛 맑은 빛 어여쁜 빛 모아서 고운 맘 맑은 맘 어여쁜 맘 되어요.” 호기심 가득한 노랑이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샘물서당 학생들의 마음속에 쏙쏙 들어왔지요. ‘고운 빛깔과 고운 울림’ 수업 때 노랑이를 만났어요.


넷. 하늘땅살이 수업하러 산길 걸어 텃밭으로 가요. 그동안 모아둔 퇴비도 챙기고, 조개껍데기 모아 태워둔 재도 함께 챙겨갔어요. 흙과 이야기도 나누고, 밭 둘레도 정리하고, 밀도 잘 있는지 살피지요. 함께 걷는 길이 즐겁습니다.

2018년 3월 5일
“오늘은 하늘땅살이를 처음으로 하는 날이다. 나가기 전,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예를 들면 청명, 우수, 곡우 등등… 모르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듣다보니 이해가 될듯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말이 있었다. 처음에는 똥, 오줌 이런 걸 왜 거름으로 쓰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알게 됐다. 세상에 쓸모 없는 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배웠다. 식물도 생명이라는 거. 여기서 참 좋은 걸 배웠다.”

2018년 3월 12일
“도롱뇽은 봐서 ‘이제 봄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미세먼지가 그래도 꽤 없어서 좋았다. 별을 빨리 보고 싶다. 올 봄은 미세먼지 없으면 좋겠다. 축구도 많이 하고 싶다. 올해 날씨가 좋아서 작물이 잘 자라고 씨앗을 잘 남기면 좋겠다. 날씨는 정말정말 중요한 것 같다. ‘흙아. 이제 계속 만나야 해. 올해도 잘해보자. 흙아. 우리 재밌게 지내자. 나중에 씨도 심어줄게. 이제 정말 너가 중요해. 너가 없으면 씨도 못 넣고, 정말 어려워. 잘 맡길께~’ 오랜만에 가서 만난 앉은뱅이밀이 정말 반가웠다. 힘들면 그냥 막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제 잘 해야겠다.”


다섯. 파스텔로 만나본 풍경들. 드넓은 미지의 하늘인 우주를, 물과 땅을, 계절을 머릿속으로 그려본 후 종이에 옮겨봅니다. 고민하며 고른 빛깔에 각자의 고유함이 묻어나요.

천다연 | 인수마을배움터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며 지냅니다. 발 딛고 손 닿는 곳에서 깊게 뿌리내리는 삶 살고 싶은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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