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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알고 넘어서려 합니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생동중학교 졸업식에 함께하며

'이 길의 전부'라는 곡으로 축하 공연을 하는 삼일학림 선배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와 생동중학교 졸업식이 2014년 12월 27일, 홍천 밝은누리움터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배움을 갈무리하고,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겪었는지 함께 나누는 자리에 초대를 받으니 떨리고 기대가 되었다. 학생들은 어떤 고백을 이번에도 들려줄까. 내가 다녔던 학교와는 질적으로 다른 배움의 관계 속에서 커가는 학생들을 응원하며, 오히려 축하하는 사람이 도전 받는 자리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밝은누리움터로 향했다.

이번 해에는 준성이가 초등학교를, 어진이, 성은이가 중학교를 졸업한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축하 영상이 먼저 소개된다. 홍천으로 처음 왔을 적 앳된 모습부터 그동안 학교생활 속에서 다양한 준성이 표정이 숨어있는 장면들을 깨알같이 찾아낸 흔적이 엿보이고, 준성이를 향한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격려와 속 깊은 한 마디들로 채워진 성장 영상이었다. 이어진 순서에서, 손수 쓴 편지를 낭독한 선배는, 곁에서 길게 지켜본 사람답게 애정 어린 충고를 글에 담아 전했다. 가장 기대된 시간은 졸업생의 변화와 다짐을 듣는 졸업 소감문에 귀를 기울 때였다.

"홍천에 와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제 과제를 알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끔 흥분해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운을 빼지 않고 좋은 기운을 주고 싶습니다. 기운을 꺾으면 하고 있는 일이 힘들어지기도 하고 곳곳에 있는 모두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넘어서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성숙해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준성이의 졸업 소감문에서)

매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예술작품으로 학생들이 손수 만든 졸업장을 교장선생님이 전달했다. '배운 대로 살려고 하는 심지가 굳다',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하던 모습에서 자기 내면의 깊은 섬세함을 찾아내고 키워가는 사람으로 자랐다', '중학교에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며 학교생활을 평가하고, 계속 배움의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당부하셨다.

준성이의 졸업을 축하하며 몸타 공연을 선보이는 학생들.

배움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모든 이들의 잔치에 흥이 빠질 순 없다. 느린 호흡에서 점차 가빠지는 호흡으로 옮겨지는 설장구 공연은, 보이지 않는 끈 같은 게 팽팽하게 서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으로 듣는 이들을 인도해주었다.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머리를 짜내 시시때때로 연습했다는 '몸타'(몸을 악기로 써서 두드리며 연주하는 공연)는, 삶이라는 무대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선 청소년들다운 재기발랄함이 빛나는 놀이 같은 공연이었다. 다음으로 생동중학교 졸업식에서는 어진이와 성은이가 졸업을 했고 각자 졸업 소감문을 발표했다.

"처음 왔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소통하기였습니다. 기분 상하는 일 있을 때 잘 말하고 풀어야 하는데 성격이 소심하고 서툴렀던 저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쌓였던 화들이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는 황당한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화가 나는 일 있으면 그때그때 풀고 담아두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3년 동안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어진이 졸업 소감문에서)

"3학년 초까지만 해도 저의 목표는 성질부리지 않기. 생각하고 말하기, 화를 주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도 저는 짜증을 잘 내고 생각 없는 사춘기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3학년이 되고 나서는 '사람 됐다', '작년보다 낫다', '착해졌다' 등 칭찬을 받았습니다. 관계, 말, 마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깨닫고 공부하면서 성숙할 수 있었고 제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느꼈습니다. 이제는 많은 힘을 쏟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살필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고 지금도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공부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로 알고 잘 지내겠습니다."(성은이 졸업 소감문에서)

'여리고 섬세한 기질로 개별적인 만남에서 최선을 다해 대화하고 만나려 한다', '관계를 맺는 내재된 힘이 있다'는 어진이, 그리고 '성숙과 변화를 뚜렷하게 주변에 알려주었으며, 자기 변화가 어떤 관계에서 오는지 자각하고 있다'는 성은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평가를 들으며, 물론 그들을 다 알았다고 할 순 없지만,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한 생명을 지켜본다는 게 어떤 건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점수나 석차, 상장 등이, 한 사람이 가진 고유성을 퇴색시켜버리는 이 시대 변질된 교육풍토에 휘둘리지 않고,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든든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해서 저런 자각을 할 수 있는 졸업식이 이 시대 교육현장에 울림을 주고 있다.

느리게 치다가 몰아치다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던 설장구 공연.


김준표 | 출판 편집일을 하며 한몸살이를 배워 가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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