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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배움길 찾아가며, 옆친구 챙겨주며
또 성큼 자랐다…생동중학교 가을학기를 갈무리하며


“요즘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게 많이 좋아졌네. 봄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진 것 같아?” “그런가요? 음… 이제 우리학교에 적응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얼마 전 1학년 학생과 나눈 대화이다. 부쩍 얼굴도 밝아졌고,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던 차였다. 올 한해, 풋살한마당 준비로 함께 훈련하고, 춤동아리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쓰는 것이 좋아졌다. 자기는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나누어진 둘이 아니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라는 말을 그 학생의 일상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생동중학교에서 학생들과 지낸 지 햇수로 3년, 이제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나란히 걸어온 걸음이다. 졸업생들 선물로 주려고 사진을 추리면서 보니, 그 동안 얼굴이며 키며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끔은 앳된 모습에 자기들도 놀란다. 청소년 시기, ‘얼나’를 세워가고 마음속에 주체성을 키워가는 때이니만큼, 달라진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자람새만이 아니다.

보통 쇠날에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마지막으로 자기 움들을 돌아보면서 정리가 안 된 것은 없는지, 흘리고 가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꼭지가 있다. 언젠가 한번은 3학년 움이 가장 어지러운 채여서 엄히 이야기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한 명이 깜박했을 뿐인데 전체로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먼저 나서서 움을 깨끗하게 하자고 격려하기도, 어떤 학생은 친구가 놓친 것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어깨 걸고 만들어온 한 해이다. 함께 성숙해온 시간이다.

가을학기에 학교에서는 무엇보다도 일상의 규율을 잘 잡아가는 데에 주목하며 지냈다. 무심결에 쓰는 또래말이 사실은 어떤 뜻이 있고, 어떤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알려주어 경계하기도 하고, 생활관에서 지낼 때 자기 공간을 잘 쓸고 닦고 숙제하며 하루를 고요히 마무리하는 힘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평소 짬짬이 너나 할 것 없이 어울리고, 서로의 마음 살피고 나누는 관계 맺음도 중요한 대목이었다.

이런 것들은 내 마음과 관계없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제한사항이기만 하면, 기쁘게 생활할 수 없다. 또 규율을 너무 많이 설정하면, 서로 힘들어하면서 불만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따라주면서도 내 몸에는 전혀 들이지 않은 채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서 생활관에서는 우리가 어떤 뜻을 가지고 이번 학기를 보내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며 공감을 끌어내려고 했다.

요즈음 졸업식 준비가 한창인데, 모둠마다 힘이 있고 즐거운 상상이 펼쳐진다. 함께 노래지어 불러보고 몸짓 짜고 맞춰 보는 시간에도 힘듦 속에서 누리는 짜릿함이 있다. 정말 학생들을 위하는 것은 어떤 일을 대신 해주거나 몸 편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을 넘어서는 도전,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밀고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해냈을 때의 기쁨은 오래간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는 자기 근거, 나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를 잡아가고 자라는 데, 주말학교는 중요한 몫을 한다. 학생들은 주말학교 하면 얼마나 자주 집에 갈 수 있는지를 보면서 선택하지 않는다. 지금의 때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내가 배우고 싶은 주제가 열리는지를 보며 판단한다. 이번 학기에도 아홉 번의 주말 동안에 복작복작하게 지냈다. 생활관 방도 바뀌고, 선생님 집에도 놀러 가고, 학림 공부하러 오는 어른들과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이렇게 다른 배치와 만남을 가지며 재미가 늘어난다.


드럼 수업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어해서 열게 되었다. 1학년 두 명이 함께 했는데, 기본 가락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드럼 막대를 손에 익혔다. 주말학교가 열리지 않는 주에도 남아서 수업 하고 돌아가는 열심도 냈다. 몸에 들이는 배움일수록, 그것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학생들도 알고 잘 따라와 주었다.


전통무예나 풍물 수업은 선생님들이 봄학기에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수업 얼개를 꾸렸다. 꾸준히 연습해서 졸업식 때도 공연으로 올리게 되었으니 나름 처음 뜻을 잘 이루었다 하겠다. 풍물은 자기 필요에 맞게 반을 나누기도 하고 가락을 달리 주어 연습했다. 몇몇 학생들은 이번에 서석면에서 주최한 한마당 음악회 때 ‘밝은누리 풍물패’로 참여하였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지식 전달에 있지 않다. 학원이나 동영상 등, 더 편리하거나 수위가 높은 방법도 많이 있다. 오히려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틀을 세워가고, 내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알려준다. 함께 저녁 밥상을 마주하는 젖먹이 아가와 어린이들부터 또래 친구들, 그리고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삼일학림 선배들, 선생님들과 마을의 이모삼촌들까지, 함께 지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관계 맺고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정재우 | 청출어람(靑出於藍)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더 잘 살아야겠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여전히 보고 배울 것이 넉넉한 이로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요즈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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