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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배움으로, 배움이 성장으로
3년을 한몸처럼 지내며 얻은 열매 갈무리, 생동중학교 졸업식


2016년 12월 24일 홍천 서석면 검산리 밝은누리움터에서는 네 번째 생동중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한 해 동안 복작복작 즐겁게 공부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 한 달 전부터 여러 모둠으로 나뉘어서 졸업식을 준비했다. 몇 해째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학생들은 부담을 가지면서도 이번에는 어떤 졸업식을 만들어 갈까 설레어 한다. 올해도 스스로 생각을 모으고, 공연 춤을 짜고, 노랫말을 짓는 등 마음을 다해 마련했고, 졸업식 내내 학생들의 솜씨와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의 재치가 묻어나는 말글에는 웃음바다가 되고, 담담히 읽어내려가는 축하글과 고백문을 듣고 있으면 가슴 뭉클해진다. 배움 한 마디를 갈무리하면서,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마당이 된 것이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만들어가는 잔치인 셈이다.


후배들이 졸업하는 선배들과 함께 했던 추억, 소중한 배움을 돌아보면서 선배들에게 편지를 써서 읽어 주었고 졸업생들은 각자 졸업소감문을 읽으면서 3년 동안의 배움을 정리했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옳은 답을 알아도 그대로 살지 않으면 아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 많은 걸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는 걸 삶으로 살아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최고 학년이 되었으니 형 노릇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막내노릇만 한 제게는 너무 낯선 상황이었습니다. 제 친구들은 동생들에게 잘 알려줘 가면서 지내는데 저는 동생들을 어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책임감을 가지고 친구, 형, 선생님들에게 형님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며 조금씩 형 노릇을 해 갔습니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실제 삶에서 배워갔습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관계가 무엇인지, 자연과 함께 사랑으로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실제 삶을 통해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교를 막 입학한 동생들이 비밀 많은 언니의 마음을 열게 해주고 함께 도란도란 수다를 떨었을 때, 오랫동안 함께 해온 선생님이 나를 먼저 알아주고 다가와 줬을 때, 내가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얘깃거리와 태도가 변할 때, 그런 순간들을 겪으며 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학생들 졸업소감문 중 일부다. 졸업생 모두가 자기 솔직한 마음을 소감문에 잘 담아내고 있었다. 다 큰 어른들도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 쉽지 않은 법인데 학생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부족함을 고백하고 또 그것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 뿌듯하다.



주말에 한 번 집에 돌아가고 일주일 내내 붙어 지내는 생활이 학생들에게 힘들기도 할 테지만 학생들은 그 시간동안 함께 지내면서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자기를 알게 되고, 곁에 있는 친구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자기문제를 뛰어넘으려 애쓰면서 지냈다. 졸업식은 그런 학생들의 변화와 그동안 배움의 열매를 고백을 통해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졸업식에는 이제 다른 이름이 붙여져야 할 것 같다. 배움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졸업은 어쩌면 무엇인가를 끝내는 시간이 아니라 그동안의 배움을 갈무리하고 돌아보며 새로운 길로 내딛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올해 졸업장도 작년처럼 동양화 기법으로 만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림 주제는 그 사람과 어울리는 자연을 담았고 각 그림들을 모으면 온 세상이 된다. ‘마음 깊은 곳 뜨거운 열정 선진’, ‘눈꽃처럼 따스한 새하’, ‘여름날의 싱그러운 태영’, ‘가을밤 별빛 같은 규민’, ‘듬직한 산 한백’, ‘너른 바다의 꿈 명현’, ‘한그루 나무로 굳게 선 재범’, ‘아름답게 피어날 하님’이가 걸어가고 만들어 갈 세상이 지금보다 아름답고 정의롭기를, 또 그 길에 선 학생들이 더 지혜롭고 든든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엄경숙 | 밝은누리움터에서 우리말글 교사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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