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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한 보람 느낀 ‘저마다 겨루기’, 손에 땀 쥐게 한 ‘모둠 겨루기’
밝은누리움터 운동회 풍경


5월 3일. 올해도 어김없이 밝은누리움터 운동회가 홍천 서석면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운동회 때는 밝은누리움터 식구들이 모두 모인다. 학생들, 교사들, 그리고 반가운 부모님들까지…. 평소 몸 쓸 일 없던 한 부모님은 매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도 한다. 날씨도 맑고, 공기도 좋았고 그래서 다 같이 큰 호흡 내쉬며 감사한 마음 나눴다.


운동회의 첫 시작은 항상 풍물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학생들이 가락을 맞추고, 뜀박질, 오금질 연습하며 음악적인 합 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합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밝은누리움터 식구들이 나와 어깨춤으로 얼쑤, 잘한다, 지화자 등 추임새 넣으며 한데 어우러졌다.


이렇게 신나게 운동회를 열고, 오전 경기를 했다. 밝은누리움터 학생들과 학부모·교사 모둠으로 나누었고 밝은모둠, 누리모둠으로 이름 지었다. 예년에는 밝은모둠(학생)이 대부분의 경기를 이겼는데, 이번엔 누리모둠이 경기를 잘 풀어간다. 특히 재미있던 경기가 단체줄넘기다. 처음으로 누리모둠(학부모·교사)이 이겼다. 사실 연습할 때는 조금 많이 불안했는데 실제 시합에서 엄청난 단합력을 보이며 처음으로 밝은모둠보다 더 많은 횟수 뛰었다. 각 모둠이 한데 어우러지며 이렇게 오전 경기 치렀다.


또 밝은누리움터 운동회 처음 오신 신입생 부모님들의 이야기 들었다. 처음엔 딸과 떨어지는 것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매우 편안해졌다는 이야기, 오늘 새벽 4~5시에 일어나 도시락 싸서 오며 학부모가 된 기분을 실감했다는 이야기….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 나눈 뒤 ‘저마다 겨루기 마당’을 시작했다. 팔씨름, 제기차기 등 전통적으로 해오던 놀이 외 공 던지기(과녘 맞추기), 신발 던지기 등 각 놀이가 펼쳐지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흩어져 구경하고 환호하고 박수쳤다. 특히 팔씨름은 막상막하의 대결이 펼쳐질 때도, 쉽게 누군가가 넘어갈 때도 모두 진기명기다. 또 학생들은 운동회 준비하며 제기차기를 엄청 열심히 준비했다. 처음 한두 개밖에 못 차던 학생들이 10개를 거뜬히 찰 때 꾸준히 하는 연습이 이런 변화를 만드는구나 라는 생각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올해는 특히 오랜만에 체육공원에서 축구했고, 드넓은 잔디운동장에서 경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지막으로 이어달리기. 요 몇 년 이어달리기에서 청소년들의 속도에 어른들이 따라갈 수 없었다. 이번엔 이어달리기. 엄청 재미있었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지만 역시, 청소년들이 이겼다.

이렇게 올해 운동회도 마무리했다. 밝은누리움터가 홍천에 터 잡은 지도 벌써 일곱째 해다. 모든 식구들 모여 함께 웃고, 몸 부대끼고, 이야기꽃 피웠다. 이 세상 속에 새길 만들어가는 우리 학생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해주는 모든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민수│밝은누리움터에서 사회역사 과목, 체육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과 생활하며 학생들의 변화, 성숙을 보며, 나이에 맞는 성숙 이루고 싶어 하는 이다.



그땐 져주시더니, 이젠 막상막하!

기다리던 운동회 날이 찾아왔다. 매년 하는 운동회지만 매번 기다려지고 기대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하나 되어 어우러져 노는 시간이 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홍천에서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2012년, 학림이 개교되기도 전이니 자연히 생동중학교 학생들과 마을초등학교 4~6학년 꼬마들 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도 학생 대 선생님·학부모님으로 경기를 했었다. 그때는 어른 분들과의 모든 경기들을 가볍게 이겼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은 그때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전부 우리한테 져주셨다는 것이다(물론 아닌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학생들 연령대의 범위가 더 커지고 다양해진 지금 오히려 모든 경기가 막상막하가 되었다는 역설은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고 어른분들께도 참 감사한 일이다.

세상에 마을공동체 문화가 파괴된 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 많은 사람들은 흩어졌고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좁은 관계망 속에서 자기 일상에만 전념한다. 이 속에서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려는 작은 움직임, 그 움직임의 첫걸음은 남녀노소 모두 함께 조화를 이루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아름다움이 운동회에서 꽃핀다.

세상을 바꾸는 이 작은 움직임을 점점 큰 움직임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또 이런 꿈을 지켜나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잊지 않고 잘 이끌어나가고 싶다.

성은│안녕하세요? 그림과 풋살을 좋아하는 학림 학생입니다.


이렇게 있는 힘 다해 노는 사람들 또 있을까?

50대가 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노는 게 더 어렵다.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일을 하면서 일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게 훨씬 편하다. 홍천 운동회는 제대로 노는 법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준다.

7년 동안 매번 열리는 운동회에 갈 때마다 느낀다. 이렇게 있는 힘을 다해 노는 사람들이 있을까? 잘 놀기 위한 치밀함.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즐거움. 평온함. 개방적이고 편안한 기상. 타인을 향한 극도의 진정성과 완전한 겸손. 극히 사소한 것에 모든 자질을 모으는 집중. 이런 성품들이 제기차기, 팔씨름, 공놀이, 뜀박질에 그리고 떡과 찻물에 곱게 새겨져 있다. 하루 동안 만나는 학림이지만 한해가 어떠하리라는 걸 다 알겠다.

홍천 운동회를 갔다 오면 새삼 인간 삶이 결코 완결되지 않으며, 항상 열려 있다는 걸 느낀다. 이기고 지거나 뭔가를 얻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함께 뒹구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구체적인 몸놀림을 통해 각자의 삶의 의미가 서서히 우러나게 하는 기술을 홍천 식구들이 보여주어서이다. 차향처럼 향기롭게 잘 놀고 있다, 밝은누리움터.

진해│1년에 한 번밖에 안 하는 운동회에 가서 제기차기는 백 번, 축구는 세 골을 넣겠다는 각오이지만, 늘 한 번도 준비하지 않고 가서 헥헥거리다가 오기만 하는 인수 마을 7년차 허당. 우리말 공부를 하며 대학 속에 다른 대학을 만드는 몽상에 헛심을 빼고 있음.


직장인 일상에 새로움 주는 운동회

반복되고 단조로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주는 봄 운동회를 기다린 지 보름째. 드디어 5월 3일 아침이다
(야호!). 창가를 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날씨는 좋구나. 다행이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5시 좀 넘었다. 은희(아내)는 부엌에서 가족들이 먹을 도시락과 간식, 그리고 과일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늦으면 도로에 차가 많아 지체될 수 있기에 서두르기로 했다. 다행히 가는 길 막히지 않고 약속장소인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공원 앞산과 큰 개천을 바라보며 차 소리 들리지 않는 고요함을 느꼈다. 문득 운동회가 아니면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휴일인데 집에서 아직 자고 있을까? 아니면 밀린 업무를 위해 직장에 출근하고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해봐도 별로 재밌거나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아닐 거라 단정 짓고 오늘 재밌는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했다.

다들 모이니 운동회가 풍물놀이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생동중, 삼일학림 학생들의 합동 공연이라 참 보기 좋고 대견했다. 민수선생님 사회로 운동회가 진행되었고, 운동장에 나와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도 풀고 봄기운도 맘껏 느끼고 단체경기를 시작했다. 파도타기, 단체줄넘기, 풍선 터뜨리기, 생동중 새로 입학한 가정 소개하고 환영하기. 그리고 기다리던 점심식사시간.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준비한 식사거리와 과일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다. 조금 졸리기도 하다. 선생님과 학생들(+가족) 이름과 얼굴도 낯익고, 한걸음 더 익숙한 분위기에서 운동회를 하니 어찌 즐겁지 않을쏘냐? 개인경기도 있지만 단체경기도 많아서 함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뜨거운 오후의 열기를 식히고 에너지 보충을 위해 학교에서 준비한 딸기와 쑥절편, 꿀떡을 양껏 먹었다. 조금 전 점심을 먹었는데 잘도 들어간다. 아∼ 맛있다. 이어 금일의 하이라이트인 축구와 이어달리기로 마무리를 했다. 다친 사람 없이 다행히 행사가 잘 마무리되었고 선생님들과 생동+삼일학생들의 헌신으로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 기뻤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어린아이들의 밝게 웃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내년에도 함께하는 운동회가 될 거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겠지.

병수│생동중학교, 삼일학림에 재학중인 오누이의 아비로서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과의 조화를 위해 바쁜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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