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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물고기, 강물아 흘러라
공사 후 초속 2cm로 흘러 흐르는 금강, 신음하는 현장을 가다


5월 30일~6월 3일 4박 5일 일정으로 충남 공주와 부여로 생동중학교 봄들살이를 다녀왔다. 웅진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 사비 백제 중흥기를 이끌었던 부여를 역사 탐방을 하고,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계룡산 연천봉을 포함해 봉우리 3개도 올라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한강, 낙동강, 영산강과 더불어 4대강 살리기로 물줄기가 멈추다시피 한 금강과 신음하는 생태계를 눈으로 확인한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냉정하고 아프게 마주한 큰 공부였다.

금강에 있는 3개 보 중에서,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가 25km니까 자전거로 다니면서 금강 생태계를 보려 했다. 그런데 공주시가 운영 중인 자전거 대여소는 무인대여체계로 고치느라 잠시 멈춘 상태였고, 일반 사업자는 수지가 맞지 않아 접은 지 오래라고 하였다. 그러고보니, 금강 자전거길은 죽어가는 강의 상징이었다. 콘크리트와 석유추출물을 써서 만든 길은 생명이 자랄 수 없는 땅이었고, 당연히 강의 생명과 주변 생태계를 끊어버린 높은 담장이 되었다.

“금강에는 ‘금계화 ’ 라는 외래종 꽃이 가득합니다. 공사 마지막에 조경을 위해 심은 것인데, 금방 퍼져서 강 주변의 종 다양성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꽃을 왜 심은 줄 아세요? 사람들이 강 가까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멀리서 아름답게 보이는 모습만 보여주려는 것이죠.” _ 김종술 기자

정말 처음부터 그런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효과는 내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소나무숲 그늘에서 바라보는 금강은 호젓하고 아름다웠다. 강을 직접 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종술 기자는 강 따라 걷다가 어느 곳에선가 운동시설을 발견했는데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상태라고 하셨다. 만든 첫 해에만 행사가 열렸다는 수중 공연장, 갈라지고 안이 드러나서 위험한 자전거길, 이미 사라지고 없는 모래사장. 이것이 금강의 모습이었다.

특별히 두 분 선생님을 초대했다. 충남대전녹색연합에서 녹색사회국 팀장으로 일하는 김성중 간사님과 인터넷신문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금강지킴이로 알려진 김종술 기자님이다. 처음 연락할 때부터 반갑게 맞아주셨다. 찾아오는 사람이 뜸해지고 있는데, 이렇게 멀리서 공부하러 온 학생들에 대한 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새들목 섬으로 갔다. 새들목 섬은 한강의 밤섬 같은 하중도이다. 강물 흐름이 느린 곳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게 하중도인데, 사람 발길이 닿지 않고 생태적으로 보존되어 있어 그 가치가 크다고 한다. 준설 때문에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면적이라고 한다. 금강 수질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공주보 수문을 열어두었고, 그 때문에 물깊이가 낮아져서 징검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가자마자 본 것은 뻘에 죽어 있는 40cm 가량의 잉어였는데, 냄새나 부패 상태로 보아 죽은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물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 최근에는 수질이 더 악화되면서 오히려 줄고 있다고 한다.


기자님은 바로 앞 바위에 붙어 있는 큰빗이끼벌레를 가리켰고, 물속에서 배구공만한 군체를 꺼내 보여주셨다. 큰빗이끼벌레 하나의 크기는 1mm 정도이지만, 바위나 나무, 수초 따위에 붙어 빠르게 무성생식하면서 군체를 이룬다. 물살이 느려지고 먹이인 조류가 많아진 금강은 이들에게 살 만한 곳이 되었다. 학교에서 앞선 공부를 할 때에도 학생들이 많이 관심 가진 주제였기에,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봤다. 시궁창 냄새에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군체는 수분이 95% 이상이기 때문에 돌 위에 올려두면 금세 말라서 까만 점들만 남는데, 이들은 곧 휴면상태로 들어가서 죽지 않고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질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여기저기 녹조들도 빠르게 번지고 있었고 저수지에서 잘 자라는 부들, 마름도 많이 있었다.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들에게 잘못은 없다. 강물이 짧은 시간 동안 생태계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의 유해성 여부와 대책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쉽게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검증도 거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원인도 없는 상태에서 없애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덮어버리게 된다.

물이 무척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 강 중심부는 빠른데 지금 이곳은 물이 적어서 이렇게 느린 건가요? ” 돌아온 답에 놀라고 말았다. “ 여기가 빠른 편입니다. ” 4대강 공사 이후 초속 2cm 정도로 느려졌는데, 작년 측정 때는 기계의 최소기준보다도 느려 ‘ 0’ 으로 나오기도 했단다.

새들목섬의 자연 습지. 물풀과 작은 물고기가 어우러져 있고, 물도 투명하다.


새들목섬에서 본 굴삭기가 퍼낸 자리에 생긴 웅덩이. 뻘처럼 변해가고 이끼들만 가득하다.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습지도 있고, 굴삭기로 파낸 곳에 물이 고여 생긴 웅덩이도 있었다. 똑같이 고여 있는 물처럼 보이지만, 둘의 차이는 확연했다. 자연 습지는 그 밑바닥에 물의 드나듦이 있고 여러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지만, 갑자기 만들어진 웅덩이는 물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되어 이런 조건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들만 있을 뿐이었다. 설명과 함께 바라보니 정말 그랬다. 자연 습지는 물이 차면 금방 본디 생태계를 회복한다고 한다.

우리가 본 것은 작은 부분일 뿐이다. 점심을 먹은 곳은 고마나루. 국가 지정 명승 21호인 곳이다. 이곳은 예전부터 나루터가 있었고 웅진이라는 도시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이 주변 지반이 암석으로 되어 있어 댐이나 보를 세우기에 제격이어서 처음에는 공주보를 이곳에 세우려고 했다가, 반발로 하류 1km 지점으로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전체적으로 모래 지반인 곳이기에 어찌 보면 지금 공주보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공주보를 뒤로 하고 고마나루로 향하다. 금강을 따라 걸으며 흐르지 않는 강물, 죽어가는 생명들을 만난다. 마음이 아프다.


고마나루 솔밭공원. 이야기를 다 나누고서 생명의 물길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고마나루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 곳은 물살의 흐름이 달라지는 곳이어서 배가 자주 엎어지곤 하였다.’ 북서쪽으로 흐르던 금강은 고마나루 상류에서 거의 직각으로 꺾여 남서로 흐르기 시작한다. 잔잔하지 않았을 물 흐름이 공주보 건설 뒤, 멈췄다. 시험 삼아 나뭇잎을 띄웠는데 하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 상류로 올라갔다. 더딘 물은 바람을 이겨낼 힘마저 없었다. 유속이 빨라 위험하다는 경고문을 민망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공주보에는 두 종류의 어도가 있었다. 하나는 아이스하버(Ice Harbor)식이라고 말하는 콘크리트로 만든 어도, 그리고 복합형 어도이다. 두 번째 것은 원래 자연형 어도라고 하여 제방 대신 흙과 자갈을 쌓고 바닥도 돌과 모래를 깐 것인데, 보에서 밀려오는 수압을 견디지 못해 벽을 콘크리트로 만들면서 붙인 이름이다. 학생들과 내려다보는 동안 물고기 한 마리가 어도의 한 계단을 뛰어올랐다. 둘러보니 어도 안에서 방향을 잘 찾지 못하고 계속 머물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물고기가 공주보 어도를 완전히 올라가는 데 30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어도는 댐이나 보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도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길이었다.

공주보 양쪽에 있는 콘크리트로 만든 아이스하버식 어도.


수문도 두 가지가 있는데, 가동식은 수문을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윗물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양도 적고 강바닥 퇴적물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강물을 맑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만 겉보기에는 부유물들이 없어지니까 그리 보이게 된다. 반면, 고정식 수문은 문을 열면 아래쪽 물이 먼저 나가기 때문에 순환효과가 크다. 우리가 갔을 때는 가동식 수문을 통해서만 물이 흘러내려가고 고정식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고정식을 열면 수압 때문에 문이 휘기도 하고, 보를 설치하고 물을 가두어서 강을 살리겠다는 ‘기본취지’ 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가동식 수문을 통해 낙차 있게 물이 떨어지니까 그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금강을 둘러싼 힘들은 강물을 이대로 두고, 더 많은 공사를 하고, 돈을 더 쓰는 쪽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강은 힘들다고 여러 모양으로 알리고 있다. 금강 물이 다시 언젠가 자유롭게 흘러갈 날을 소망한다.

'힘내라 물고기야, 흘러라 강물아.'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고, 다시 맑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담는다.


정재우│학생들 웃음 소리에 덩달아 기운 얻으며 밝게 지냅니다. 들살이 다녀오면서, 앞서서 얻는 지식과 그것을 적용하고, 직접 확인하고, 내 안에 들이는 통전적 배움의 소중함을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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