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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기 전에 우린 '생활인'
월급으로만 얻을 수 없는 기쁨, '새 삶' 일구며 얻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 아이들과 신나게 어울린 가을 운동회.


이른 아침 출근해서 저녁까지 ‘회사’라는 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 세계 인구가 대략 72억 명 정도 된다는데, 과연 전 세계에 직장인으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취업문을 통과하려고 수많은 청춘이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로 미루어볼 때, 한국사회는 대학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대학을 졸업하면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수학공식처럼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직장인은 직장인이기 전에 생활인입니다. 한 사람이 특정 회사에 속해 직장인으로 사는 시간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생활인으로 사는 것은 무척 깁니다. 직장생활 10년차를 맞는 올해, 과연 나는 회사를 벗어나면 어떤 생활기술로 풍요롭고 생기 있게 삶을 꾸려갈 수 있을까? 문서를 정리하고, 회사 전산 시스템을 다루는 일에는 제법 능숙하지만 텃밭에서 자라는 작은 생명을 무심하게 방치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감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물론 회사 일하며 배우는 점 많이 있습니다만 직장인으로 사는 동안 성실하고 진실하게 일하되, 회사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스스로를 특수한 대상으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해봅니다.

일터에서 의미 없이 시간만 보낸다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자본주의 세상은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일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월급으로 그 의미를 대신하라고 합니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으니, 그걸 통해 기쁨을 누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친구와의 우정, 자연을 사랑하고 더불어 사는 마음,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일구는 땀과 노력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직장인은 월급을 자기중심에 두며 살 수 없습니다. 생활인으로서 자기 삶을 기쁨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가치를 자기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준비하고 기획한 청년아카데미 강좌.


취업을 준비하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4주 강의(청년아카데미 2016년 가을학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직장인 자율모임 ‘꿈꾸는 일터’에서 준비했는데, 강사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들입니다. 저는 이번 강의 기획을 함께했고, 두 번째 시간 강사로도 참여했습니다.

강의를 통해 나누고자 한 것은 관계를 새롭게 하자는 것입니다. 돈 세상이 추구하는 끝없는 성장에 많은 문제가 있으니,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자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제 삶을 돌이켜보면,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 덕에 즐겁게 살았습니다. 학벌사회를 부추기는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대안학교를 세워가는 과정에 함께했고, 마을밥상운동을 해나가는 친구들과 뜻을 함께하며 여력이 되는 대로 도왔습니다. 도시에서 함께 살다 농촌으로 이사하는 친구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인수동과 홍천을 오가며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도 직장인이었고 지금도 직장인입니다만, 내면의 존재는 무척 달라져 있음을 느낍니다. ‘내가 너고, 네가 곧 나’라는 존재의 변화입니다. 홀로에서 함께로, 존재의 변화는 삶을 참으로 기쁘게 하는 힘을 줍니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뒤풀이 모임이 있었습니다. 강사와 수강생 구분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는데, 강의에 성실하게 참여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이로써 모든 것이 분명해집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뜻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입니다.

“회사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과장님이 한 분 있는데,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과장님과 대화 주제가 대부분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회사에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그래야만 연봉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자주 듣다보니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기도 하고, 과연 내가 지금 연봉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집은 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강의한 분들이 사는 얘기 들어보니까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를 통해 새로 만난 분들에게 관심이 생기고 더 알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현기 | 직장일을 한 지 10년째입니다. 책을 좋아해서 인터넷서점에서 일하는 게 참 좋습니다. '꿈꾸는 직장인으로 살 수 있는 비결은 마을에 있다'는 점을 몸소 경험했고, 그것을 나누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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