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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힘으로 함께 일구는 삶의 터전
자연 재료로, 에너지 덜 쓰는 집 짓는 '생태건축 흙손'


"에너지는 집을 어떻게 짓고, 어떤 생활양식으로 살아가느냐의 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흙으로 벽을 만들고, 통풍이 잘 되게끔 집을 지으면 에어컨이나 별도의 환기 시설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생태건축흙손에서 활동하는 구자욱, 박영호, 장재원 님이 '생태건축과 에너지'를 주제로 강의했다. 위 이야기는 박영호 님이 들려줬다.



흙손의 활동 터전은 강원 홍천이다. 흙손은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와 대안학교 밝은누리움터(생동중+삼일학림) 터전에서 집을 지어왔다. 농촌 터전에서 흙·나무·돌 위주의 재료로 집을 지으며, 에너지를 덜 쓰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건축을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현대 고층건물들은 엘리베이터와 냉난방·환기 시스템이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이미 시작부터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전제한다. 도시 속 아파트나 빌딩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석유나 전기 에너지를 과도하게 많이 쓰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낸다. 화장실 변기를 이용할 때 물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것 같지만, 여기엔 엄청난 에너지가 쓰인다. 층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해진다.

"잘 먹고 잘 쉬고 회복하는 일상을 보내는 곳이 집입니다. 역세권에 살면 교통이 편리하다고들 하지만, 조명과 소음으로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건축하는 데 들어간 시멘트나 본드에서 나오는 독성은 아토피를 유발합니다. 그만큼 몸에 해로운 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지요. 자연과 가까운 재료로 집을 지으면 우리 몸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장재원)


흙손은 도시의 주거양식의 문제점을 돌아보며 새롭게 집을 짓고자 했다. 한옥 목구조를 시작으로 경량 목구조로 된 흙집을 지었다. 양파망에 흙을 넣어 층층이 쌓는 방식의 흙부대집도 지었다. 겨울철 난방은 구들을 놓아 해결했다. 일부 공간에서는 소용량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생태 건축을 얘기할 때 어떤 재료를 썼느냐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떤 삶을 사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흙손은 생명 순환의 삶이 가능한 주거 양식을 고민했다. 집 바로 옆에 생태뒷간을 만들었다. 터전에서 생명 순환 농사를 짓는 이들과 함께 뒷간을 지었다. 뒷간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농사 퇴비로 쓸 수 있게 했다. 수세식 변기에 쓰이는 에너지 소모도 줄이고, 먹은 것이 소화되어 다시 흙으로 가고, 그것이 다시 먹을 것으로 돌아오는 순환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농촌에 살고 흙집에 살면서도 생태적인 삶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쓰면서 지낼 수 있고, 함께 어울려 사는 생명들과 평화를 이루지 못하며 살 수 있습니다. 집에 쓰이는 재료뿐 아니라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삶이 달라져야 생태 건축이 완성됩니다. 흙집에서 지내면서 흙이 조금씩 떨어지고, 난방을 위해 나무에 매일같이 불을 붙여주고, 날씨가 흐리면 태양광 전기가 끊기는 삶을 불편해하지 않는 삶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박영호)




흙손은 앞으로도 이런 삶의 자세를 지키며, 마을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지어가려고 한다. 홍천에서 같이 지내는 학생들과 주말이나 휴가철 서울에서 오는 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울력하며 집을 지어 왔다. 같이 집을 지으면서 그 집에 담긴 생태 건축과 삶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공유해간다.

"소위 전문가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이 지은 건물에 들어가서 사는 방식의 건축을 하지 않았습니다. 집 짓는 사람 따로 있고, 이용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방식은 지양했습니다. 같이 땀 흘리며 노동하니 몸도 마음도 새로워지고, 함께 지은 집이니 더 애정이 갑니다." (구자욱)


임안섭 | 청년아카데미에서 일하면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그 고민의 실마리를 찾고자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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