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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다는 순간 교만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민들레공동체, 언제나 마음 중심은 '가난'

경남 산청에 자리 잡은 민들레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김인수 대표가 공동체 삶을 나누어준 걸 정리한 내용입니다<편집자 주>.


저는, 제가 봐도 공동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공동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한 아이가 던진 말이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운동장에서 못 모이면 저기 나루터에서 모이면 되잖아요.” 그 말을 듣고, 단 한 명이라도 친구로 삼고자 할 때 천리길, 만리길도 가겠다 생각했습니다. 이후로 농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동기로 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사심 없이 몸과 마음을 다해서 갈 때, 지역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경험했습니다.

공동체의 기초는 가난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 경험이 실패든 성공이든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하고자 하는 복음이 쉽게 관념화되고 순전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섬겨야 하는 가난한 사람이 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섬기며 살고자 하면,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삽니다. 그러다 가난한 사람과 함께 살고자 합니다. 그러다 결국엔 스스로 가난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말씀에서 ‘가난’은 낭만적인 가난이 아니라, 실제적인 가난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 어록 중에서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의는 반드시 이룰 날이 있다’는 말을 보고, 내 평생 돈 버는 데 힘쓰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진리다 싶으면 따르는 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형통’은 걸어가면서 돕는다는 뜻입니다. 같이 걷는 동료들이 있는 게 형통입니다. 공동체에서 학교, 농장, 공예, 집짓기, 대안기술, 제빵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시도가 실패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다툼과 갈등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를 통해서 ‘인간이 무언지, 용서가 무언지, 화해가 무언지’ 묻게 됩니다.

공동체 삶은 물질적, 통전적입니다. 공동체로 함께하며 농사를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공동체를 하면서 지향하는 삶의 실천을 유지하면서도,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 변화에서 핵심적인 것은 ‘성공했다’는 것인데, 이 순간 교만이 같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도 쉬운 해답이 없습니다. 쉬운 해답을 구하려 할수록 어렵게 됩니다. 저는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해봤습니다. 그러나 내 존재 자체를, 내가 성취한 것에서 찾지 않고, 함께 일구는 공동체 삶에 내맡기는 것이 중요함을 깨우칩니다.

민들레공동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보다 삶에서 경험하고 알게 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공동체를 하며 성취한 것보다 공동체를 하게 된 분명한 뜻을 새겨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삶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겸손과 삶의 목적, 삶의 근원이 중요하다는 걸 배웁니다.

박미정(새삶공동체) | 부천시 소사동에 살며, 이웃과 만나고 살림하며 지냅니다. 삶에 필요한 것을 소비하기보다 직접 만드는 것을 배우고 나누며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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