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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 못난 사람 다양하게
어우러짐 속에 답이 있다, 오두막공동체

2016년 7월 4~6일 열린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여름 연수회에서 오두막공동체 이재영 대표가 공동체 역사와 삶을 소개했다.


때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막 출판사를 시작한 남자가 있다. 그는 성경 한 구절을 떨쳐내지 못해 며칠째 곱씹고 있다.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형제 아닌 이들을 생각하다 재소자들을 떠올렸고, 책 만드는 것이 업인 그는 재소자를 대상으로 월간지를 만들어 달마다 2천 부씩 전국 교도소에 보냈다. 이만하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출소자들이 도움을 청하며 찾아오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온갖 방법을 동원해 출소자들을 도왔다. 잘되었을까? 열의 아홉은 술을 마시고 사고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는 고민 끝에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함께 살 방을 얻었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그들은 자주 다투고 격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안 되겠다 싶어 아예 24시간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좀 좋아졌을까? 별로! 다 큰 성인들을 24시간 지켜본다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그들의 아픔과 상처가 너무 컸다.

동네 주민들과의 마찰도 겪고 이곳저곳 전전하다 마침내 도시에서 살 곳을 잃은 그들은, 인적 드물고 값싼 산골짜기로 찾아들어 합천에 터를 잡게 된다. 그러다 한국에 방문한 독일 공동체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오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얻게 된다.

“우리도 똑같은 경험을 했어요! 2차대전 후 노숙자와 실직자, 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들이 많이 찾아왔죠. 어려운 문제들이 끊임없이 생겼어요.” 그때 공동체에 답을 준 것은 동네 할아버지였다. “사람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여자와 남자, 잘난 놈 못난 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섞여 살아야 해. 사람이 사람 사는 구조 속에 살게 해야지!”


골고루 섞여 살면 저절로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 자연스럽게 그들의 부모도 들어오고, 점차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게 되었다. 그 뒤로 공동체가 저절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자연환경과 각 사람에게 맞는 노동, 다양한 관계가 치유와 어우러짐을 만들어냈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는 소위 ‘정상적인 사람’인 자신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안고 있는 이들은 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통해 ‘정상적’이라는 내가 변하고, 관계가 변하고 다른 삶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작지만 부족한 사람도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로 하나가 되고 있었다. ‘오두막’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문제들은 끝이 없다. 다만 문제를 통해 더 깊은 배움으로 가고 있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함께 살면서! 가장 느린 이의 속도로!

공동체 소개를 마무리하고 청중을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이마가 훤한 아저씨. 오두막공동체 이재영 대표다. 이제 그의 얼굴에서 오두막공동체 식구들이 보이는 듯하다. 저마다 다른 얼굴이 방긋 웃는다. 온갖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 같은 공동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그 숲의 일부가 된 듯하다.

이지연 | 경기 군포에 살며, 세상의 빠른 속도에서 벗어나 멈춰 서서 사색하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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