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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활과 영성 수련
디아코니아자매회 언님에게 듣다


“솥뚜껑을 솥뚜껑으로 보려면, 마음의 고요함 속에 있어야 합니다.” 영성수련 강의 중에 왠 솥뚜껑 이야기일까요? “옛 말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습니다. 이전 경험에 갇혀 있는 것이지요. 얼마나 열려있는가에 따라, 보이고 들리는 것이 달라집니다. 자기 생각에 빠져 있을수록 나와 주변이, 있는 그대로 자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 훈련으로 열려 있지 않으면, 내 생각과 경험에 의해 왜곡된 인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 노종숙 언님은, 비유와 예화를 통해서 영성수련의 의미를 하나씩 풀어주셨습니다. 수십 년 수도생활 속에서 부대끼며 몸으로 얻은 지혜입니다. “고요한 마음은 맑게 깨어서 나와 내 주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연스레 자각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늘 깨어 있어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한참을 묵상하고서, 어느 순간이든 마음의 고요함을 지키라는 뜻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십 가지 일들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평정심을 무너뜨리기 일쑤입니다. 고요함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너는 좋은 것을 택하였다. 좋은 것은 하나이다.” 예수가 당신 발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는 마리아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활동보다 기도가 우위에 있음을 뜻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기도와 활동이 하나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활동 속에 기도를, 기도 속에 활동을 담으라는 말씀입니다.

어느 수도원을 찾아온 손님이 수도사에게 물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영성 수련을 하십니까?” 수도사가 답했습니다. “저희는 앉아 있을 때 앉아 있고, 서 있을 때 서 있고, 밥을 먹을 때 밥을 먹습니다.” 손님이 “누구나 그렇지 않습니까?” 하고 묻자, 수도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앉아 있을 때 설 것을 생각하고, 서 있을 때 먹을 것을 생각합니다”라고 답하였다고 합니다. 자기 눈앞에 있는 일에 단순하게 마음을 두는 훈련을 통해 노동이 기도가 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마음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런 훈련 속에 내 안에 갇히지 않고 늘 고요히 깨어 있을 수 있다는 비밀이 신비하게 다가옵니다.

친구들과 생활 공동체로 살고 있는데, 매일 밤 방바닥 걸레질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한 친구가, 걸레질을 해치우듯 급하게 하지 않으면 더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듣고 그 때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걸레질이 기도하는 노동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기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장막을 늘 만들며 살아왔기에 스스로도 참 모습을 알기가 쉽지 않아요. 이는 기도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큰 자유를 느꼈습니다.”

‘영성수련과 공동생활’ 강의를 통해서 마음의 따스함과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전혀 다른 정황에 있는 도시 직장인들이나 청년들, 수도생활의 관심이 없었던 이들이라도 영성을 수련하는 삶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신비함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신원 | 서울에서 살며 풍력 발전과 관련한 일을 하고, 주말에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삼일학림에서 과학을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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