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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솟는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
늦봄의 끝나지 않은 통일 이야기, 늦봄청년아카데미


늦봄 문익환 목사에게는 간절한 꿈이 있었다. 남북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었다. “통일은 됐어.” 1989년 방북하여 ‘4.2 남북공동성명’ 합의를 끌어낸 후 그가 한 말이다. 잦은 옥살이에도 꿈을 저버리지 않고 생애 마지막까지 한반도 통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문 목사의 아들 배우 문성근 씨(시민의날개·통일맞이 이사)가 청년아카데미와 통일맞이 주최로 연 ‘늦봄청년아카데미’ 첫 강연자로 나서 ‘문익환의 끝나지 않은 통일 이야기’를 들려줬다.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의 청중이 자리를 메웠다.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문익환 목사가 1989년 지은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는 그냥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실제 1989년 방북하여 평양 땅을 밟았다. 김일성 주석을 만나 두 차례 회담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9개 항으로 된 ‘4·2 남북공동성명’이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점진적으로 문화와 경제 교류를 해나가면서 길게 내다보며 통일을 이루자는 데 합의한 성명이다.

늦봄은 조선인이 북간도에 세운 명동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명동마을은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해가던 때 민족의 힘을 길러 독립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1899년 2월 함경도에서 140여 명의 사람이 두만강을 건너가 백두산 북쪽 만주 북간도에 이룬 마을공동체다. 농사를 지으며 개간한 땅이 600만 평에 달했다. 늦봄은 명동학교에서 일제에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와 같이 공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문 목사는 북간도에서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받고, 일찍이 기독교를 접하고, 독립의 꿈을 키운 경험이 이후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문 목사는 1970년대 개신교와 천주교의 공동번역성서 번역에 개신교 대표로 참여했다. 구약성서를 번역하면서 선지서의 영향을 받았다. 1975년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이후 문 목사는 늦봄이란 호를 만들고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하여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다가 처음으로 투옥됐다. 그 이후 6차례나 더 옥고를 치렀다.

늦봄 따라 사랑과 공감으로

5월 31일 늦봄청년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문성근 씨.


문성근 씨는 아버지에 대해, 어떤 위험한 일에도 앞뒤 재지 않고 득실을 따지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군부독재 시절 11년 넘게 옥고를 치렀는데, 어떻게 다시 일어서서 꿈을 위해 살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의지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샘솟는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늦봄처럼 샘솟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갖추자고 문성근 씨는 말한다.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화해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이 문 목사가 살던 시대나 지금이나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30, 40대 엄마들이 진상 규명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 중 어린 학생들이 대다수였지요.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기에 자식 잃은 마음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성근 씨는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사랑의 자세가 일상이나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통일의 미래, 정치의 새 길

“한국은 1997년 IMF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재벌 중심의 고도성장 정책은 통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얘기한 것처럼 남북 관계 전환에 한반도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문익환 목사가 얘기한 제3의 통일의 길, 문화교류와 경제협력을 꾸준히 해가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문성근 씨는 늦봄의 정신을 계승하며 시민의날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필요한 활동을 만들며 조직할 수 있는 ‘온라인 광장’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 5월 총선에서는 ‘시민의눈’ 자원 활동가를 모집해 투표·개표 감시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3000명 넘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온라인 광장을 통해 확산해 가려 한다.

임안섭 | 청년아카데미에서 일하면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청년 지도력 교육 활동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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