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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을 향하여
한국생태마을공동체 네트워크 회의, 그리고 잔치를 다녀와서


지난 6월 16일에서 17일, “생태마을(독립/전환)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2017년 한국생태마을공동체 네트워크 회의, 그리고 잔치>가 충북 보은군 기대리 선애빌마을에서 열렸다.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쇠날 아침 9시부터 행사가 시작된다고 해서 출근 시간 피하려고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서울을 빠져나와 긴 고속도로를 지나 충청북도 국도로 접어들었다. 6월 중순인데도 아침부터 대단한 날씨였다. 잔치가 열리는 선애빌마을에 일찍 도착했다.

잔치 준비로 사람들이 분주했다. 선애빌마을은 2010년에 귀농·귀촌한 30여세대가 이룬 공동체마을로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고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는 대안문화를 추구하며 목수·약사·법무사·교사·만화가·환경운동가·작가·명상가·강사·사업가·상담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보청천은 속리산 계곡물이 모인 비룡저수지에서 흘러내려 ‘서원계곡’을 지나 삼가천에서 갈라져 나온 물길이다. 탁 트인 강가 물 맑고 볕 좋은 곳에 마을이 섰다. 좋은 곳에 마을이 서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흥이 난다. 시작 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서서히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1. 오전 9:00~12:00 식전특별행사 : 적정기술과 우드 페스티발, 공동체 장터 마당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두 가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과 대안에너지 기술연구소에서 적정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기구들을 전시했다. 페달믹서기와 페달세탁기, 페달톱과 태양광을 이용한 스마트폰 충전기 등, 누구나 손쉽게 만들고 전기를 덜 써서 지구 생태계 부담 줄이도록 만든 생활 속 다양한 기구들이 있었다. 전북 완주군 용진면에 있는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은 <손발 기술학교>, <적정기술연구소>, <몸소 방문자센터>를 운영하며 적정기술을 적용한 여러 가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나는 난로다>라는 소형 벽난로는 나무를 넣는 입구와 열이 돌아나가는 통로 열 손실을 최대한 줄여 성냥개비 길이의 나무토막 15개 정도로 라면을 끓일 수 있다고 했다. 나무가 완벽하게 타니까 연기가 없고 최대한 열을 이용하도록 구들 원리를 적용해 적은 나무를 태워 최대한의 효율을 낸다고 했다. 그 옆에서는 생태건축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 캠핑장에 필요한 취사장을 만들 겸 목재를 자르고 다듬어 이어 만드는 전통방식의 제작 과정을 잔치에 참석한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작업을 진행했다.


마을 언덕 숙소가 있는 곳 위쪽에는 잔치에 참여한 다양한 개별 생태마을 공동체 소개 부스와 공동체들이 손수 만든 제품을 전시하는 곳이 있었다. 눈에 띈 곳은 <맑고 밝고 따뜻한 협동조합>에서 만든 자염(煮鹽)이었다. <맑고 밝고 따뜻한 협동조합>은 전남 고흥군에서 2013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해 시작했다. 지역특산물을 가공해 대안경제를 준비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도시에 안전한 먹거리와 농민에게는 안전한 판로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염은 끓인 소금이다. 바닷물에 젖은 갯벌을 잘게 부수어 햇볕에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여 갯벌 흙에 염분을 농축하고 깨끗한 바닷물로 걸러 오랜 시간 은근한 불로 끓여 만드는 전통 소금이다. 2010년부터 시작해 전통 자염 제조방식을 현대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바닷물을 끓이는 가마솥을 손수 공부해서 제작·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단식과 생채식을 하면서 결국 먹거리의 기본이 장(醬)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된장·간장·고추장의 기본은 결국 소금,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해 그간 애쓴 이야기를 들으니 무엇이든 근기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13:30~14:00 본행사 : 개막식과 공동체 춤

선애빌마을 밥상에서 하늘땅살이로 손수 지은 각종 야채들로 맛난 점심을 먹었다. 마을 잔디밭에서 어깨가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본격적인 행사를 열기 전 안솔기마을 강휴 선생님과 이선 선생님의 인도로 공동체 춤을 추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어깨를 걸고 잔디밭을 빙글빙글 돌았다. 차츰 어색함은 사라지고 흥이 솟았다. 어디까지 하나 될 수 있을까? 어색함과 반가움이 뒤섞여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름에 갇히기보다 각자에게 있는 생명의 특이성을 환대하고 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서로 바라보는 것, 연대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오랜 동안 가꾼 것을 나누며 서로 한 뼘씩 풍성해지는 공동체들 저마다의 몸을 확장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색함은 높은 하늘 뜬 구름처럼 조금씩 사라졌다.

3. 14:00~16:00 생태마을운동포럼 : 초청강연 - 스즈카 커뮤니티의 실천과 일본 생태전환마을 운동 /아우름강연 - 생태마을운동의 세계적 흐름과 한국 동향과 전망


초청 강연을 듣기 위해 선애빌마을 가운데 있는 강연장에 모였다. 일본 <스즈키 사이엔스 연구소> 코디네이터 오노 마사시 선생님의 강연이었다. <애즈원 네트워크 스즈카 커뮤니티>는, 2001년부터 일본 미에현 스즈카라는 인구 20만의 지방도시에서 시작된 도시형 생태공동체다. 나답게, 그 사람답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모두 함께 생각하고, 일이나 생활을 도우며 한 사람 한 사람이 풍요롭게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 공동체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누구나 안심하고 풍요롭게 살고 싶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뜻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즈카라는 동네에 모였다고 했다. 막상 모이고 나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의욕 높은 동지들이 모여도 뜻만으로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공동체 생성의 초기 문제의식과 영감, 가치를 구현해가며 겪는 우충좌돌, 문제를 해결하면서 축적한 지혜는 지구촌 어디에 있는 공동체든지 다 엇비슷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으로 겪고 치열하게 공부하며 얻은 지혜로 하나하나 생성해간 도시에서의 활동과 막 시작하기 시작한 마을 사업이 우리와 닮기도 했고 다르기도 했다.

아우름 강연은 전남 영광 <생명평화마을> 대표 황대권 님이 한국의 마을과 공동체운동에 대한 소개였다. 한국 공동체운동의 역사에 대한 개관과 역사 속에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공동체들을 소개했다. 나름의 다양한 기준으로 공동체를 분류했고 특히 종교 공동체들의 역사를 주목하고 있었다.

4. 16:00~18:00 주제별 잡담회 : 생태공동체마을 모둠/ 지역공동체·전환마을(도시) 모둠/ 문화예술마을 모둠/ 영성종교공동체 모둠/ 적정기술 모둠


주제별 잡담회는 다섯 모둠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지역공동체 · 전환마을(도시) 모둠과 함께 했다. 각자 자기소개와 몸담은 공동체 소개를 했다. 소개를 하고 보니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둠에 함께 하고 있었다. 1)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마을 만들기 · 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주최자와 당사자들 2) 뜻과 가치(생태와 종교 등)를 중심으로 공동체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 그 사이에서 지자체와 결사체인 공동체와 소통을 하면서 3) 전환마을 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서로 배우기 위해 고심 찬 질문들이 오고 갔다. 서로 몸으로 겪은 지혜와 그간 체험적으로 공부한 것들을 나누며 풍성한 나눔을 이어갔다.

특히 전남과 전북 농촌으로 귀농 · 귀촌해서 사시는 젊은 분들의 고민이 귀에 들어왔다. 젊은 축에 속하는 그들은 농촌에서 소수자였고 이미 농촌과 마을에 대해 도시를 대상화해 열패감과 체념에 사로잡힌 어르신들을 설득해 마을을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게 힘에 부친다고 고백했다. 일손과 사람, 함께 고민을 짊어질 젊은이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함께 할 주체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젊은이들이 지금 당장 내려오면 살 곳과 농사지을 땅을 제공하겠단다. 우스개 속에 담긴 간절함이 애타게 전해졌다. 오가는 대화 속에 실낱같지만 영롱한 희망과 그간 겪은 아픔과 절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도시 탓에 신음하고 있는 농촌이 다시 생명으로 넘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5. 19:00~22:00 공동체 영성마당(각 마을공동체와 참가자 소개)와 공연, 공동체 놀이마당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잡담회를 가진 이들이 맛난 저녁을 먹으며 마을 밥상 곳곳, 선선해진 밥상 밖 탁자 위에서 못다 나눈 대화를 삼삼오오 이어갔다. 긴 대화 끝에 조금 늦게 마을 잔디밭에 다 같이 모였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스름이 찾아왔다. 생태마을공동체 네트워크 회의와 잔치에 참여한 공동체들 소개가 이어졌다. 공동체 각자의 특이성을 나누고 그간의 사역,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깜깜한 밤이 더욱 깊어져가고 있었다. 풍물놀이와 공동체 놀이마당이 이어졌다. 공식 행사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몇몇 분과 인사를 나누고 아쉬움을 뒤로하며 먼 길 재촉해 인수와 홍천으로 돌아왔다. 도착해 잠을 청할 무렵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을 향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전국 방방곡곡 물 좋고 산 좋고 공기 좋은 곳에 마을과 공동체가 존재했다. 크고 작은 소도시에도 마을과 공동체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롭게 솟아오른 공동체들의 역사도 생명 순환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들은 알록달록했다. 저마다의 문제의식과 고민, 몸으로 겪은 아픔과 상처를 딛고 오늘 여기까지 뚜벅뚜벅 걸어왔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야 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나름의 호흡과 보폭으로 걷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연대와 만남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조기성 | 시민단체에서 네 해째 일하고 있습니다. 육아와 가사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섬세한 매무새와 꼼꼼한 마무리를 몸에 들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마을 여기저기의 필요를 살피고 채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자세를 길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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