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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서각을 배워 택호도 만들고 선물도 하는 재미들인, 이번호 [아름다운 사람] 기사를 다듬으며, 서석 청량리마을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달맞이잔치가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달집에 붙일 소원문을 자신 있게 붓글씨로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서예와 서각을 갈고 닦아온 시간 덕분에 잔치가 더욱 알찼던 것 같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 해 안녕을 기원하는 마당에 흥을 돋운 아주머니, 아저씨 농악패는 또 어떻구요. 징치배 분이 덩실덩실 돌다가 아무나에게 징을 쥐어주면 얼씨구나 받아서 장단을 맞춰주거니 하면서 신명나게 놀았지요. 어울려 사는 이들이 즐거운 한 판을 벌이며 서로 흥을 돋아주기도 하고 기운을 모아 새해를 살아갈 힘을 내는구나 싶었습니다.

누가 뭘 해주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주위를 밝히는 마을사람들이 있기에 마을신문도 새 힘을 받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마을신문을 통해 여러 이들을 만나고 기사로 담아왔지요. 헛바람 들지 않고 거품 끼지 않고 뚜벅뚜벅 제 갈 길 걷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 다해 글 쓸 맛이 납니다. 누가 시켜서,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누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살아내고자 애쓰면서 사는 게 진짜 삶이니까요.

마을신문은 강원 홍천과 서울 인수를 오가며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어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서방향으로 넓게 퍼진 홍천에서도 굽이굽이 고개 넘어 서석지역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다니지요. 이번에는 서석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악보 찾아가면서 공연 기획하면서 밴드동아리에 꽤 공들여 활동해온 학생들이죠. 순수한 청소년들이 들려주는 거침없는 목소리들에 마을신문도 생기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삼일학림 청소년들의 하늘땅살이 기록을 마을신문 지면에 옮기며, 지면 분량을 맞추느라 글 빼고 줄이는 게 아까워서, 제목으로 뽑아내고 싶은 대목이 너무 많아서 고심한 적도 많았습니다. 손과 발에 흙 묻히며 땀 흘리며 날마다 담백하게 써온 글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북한산자락 서울 인수동마을에서도 오랜 동안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더욱 정겨운 자리를 마련하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북한산 뒷숲 자연생태계와 이어져 있어 여러 이들이 다양한 이유와 의미로 오갈 수 있게 해주던, 본래의 마을 오솔길을 지키고자, 이웃들 손길을 조금씩 모아 풍성한 사진전을 열었다고 합니다. 마을길에서 늘상 보던 풀꽃들 사진에 감동한 마을학교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오솔길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최소란 | 강원 홍천에서 서울 인수에서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 소식들을 엮고 여러 손길들을 거쳐 달마다 <아름다운 마을>을 펴내는 일꾼입니다.


<아름다운마을> 63호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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