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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게 해주는 힘을 보다
작은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 땅 공동체들이 있기에


이 땅에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공동체들이 8월 10~12일 충남 천안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미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 뿐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까지 300명가량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삶의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 각 현장에서 어려운 이웃들의 치유나 재활을 돕는 복지활동, 교육, 농사, 지역운동 등을 해온 이들이 든든히 서로 연대하고, 공동체에 관심과 질문을 가진 이들에게 생생한 증언을 들려주는 시간이었다<편집자 주>.

한국공동체 한마당 잔치? 세미나나 연수회라고 쓰지 않고, 어떤 자리이기에 '한마당 잔치'라는 표현을 썼을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천안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보니,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주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고민하는 세부 주제는 달랐지만, 큰 맥락에서는 모두가 한 고민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픔과 문제 많은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더불어 더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 그런데 질문 내용보다도 더 주목이 되었던 것은 질문하는 자세와 그 질문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달려오던 자기 인생을 멈춰서고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질문 앞에 정직하게 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는 적당히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거슬러 자기 삶이 변해야 하는 불편한 자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이들을 만났다. 그 삶의 이야기들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공동체 박람회와 저녁 친교시간은 그런 이들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이 땅에 정말 다양한 공동체들이 있었다. 각 공동체마다 살아가는 모습과 집중하고 있는 활동이 달랐다. 나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곳도 있었다. 출소자들과 함께 삶을 꾸려온 오두막공동체, 중독자들과 동고동락해온 라파공동체가 나에게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차이보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자기 삶에 주어진 악조건들을 외부 핑계 대며 스스로 의지를 내지 않는 모습, 홀로 설 힘을 기르려 하기보다 당장에 느껴지는 헛헛함을 메우려고 물질적인 것에 기대어 허우적대는 모습은 특별한 이들에게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나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들 공동체는 이런 감당하기 벅찬 연약함을 놓아버리지 않았다. 깊은 관계를 맺으며, 인생에서 무너진 돌들을 하나하나 다시 쌓아나갔다. 그러다가 또 무너지면 다시 쌓았다. 그렇게 무너졌던 삶이 회복되어가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아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인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서로를 붙들어주는 손길 속에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공동체들 이야기를 들으며,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다. 고통스런 삶을 넘어 생명의 힘을 증명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광풍이 휘몰아치는 마른 땅에 피어난 들꽃을 만난듯한 감동이었다.



다양한 공동체들 이야기를 듣는 것 뿐 아니라, 공동체들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잔치에 참여한 이들과의 만남도 뜻 깊었다. 함께 강의를 듣거나, 저녁 친교모임에서, 밥 먹으면서,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새로운 만남들이 계속 이어졌다. 공동체로 이미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공동체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

각자 자기가 발 딛고 있는 자리에서 깊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 구도자들이다. 누군가는 자기 삶을 뒤흔드는 질문을 펼쳐놓기도 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연약함을 조심스레 내보이기도 했다. 어느 누구 가릴 것 없이 고민하고 고군분투했던 경험들을 나누며, 서로 격려해주었다. 다양한 인생이 서로 한 자리에서 감동으로 만나게 되는 자리였다.


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2박3일 함께 보내며 처음 들었던 질문의 답을 찾게 되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며 살아온 이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감동과 기쁨을 나누는 이곳이 바로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그 감동과 기쁨을 이어받아 일상을 더욱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신진영 | 날마다 아이들과 북한산 자락을 산책하며 햇빛과 바람과 아이들의 사랑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도토리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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