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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과의 관계가 삶의 기본"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의 알맹이 고민하는 교육운동가의 목소리


시대를 밝히는 글쓰기 현장 탐방 다섯 번째 시간(11월 6일)에는 잡지 겸 출판사 <민들레>를 통해 교육운동을 해오신 현병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15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탈학교한 청소년들과 머리 맞대고 교육의 변혁을 위해 힘써왔지만, 오늘 교육운동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 끊임없이 성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자기 몸을 잘 쓰는 훈련을 한다면 삶의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의 알맹이를 찾아가는 55세 교육운동가의 나직한 목소리를 지면을 통해 중계합니다<편집자 주>.

<민들레>의 첫 책 <학교를 넘어서>의 배경이 된 '학교를 해체하라'를 소개하는 현병호 선생.

<민들레>가 창간한 1998년 무렵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어요. 학교 밖에서 학교를 상대화할 수 있어야 학교도 변할 거라는 생각으로 탈학교 운동을 시작했어요. 출판을 통해서 교육운동을 해온 거죠. 민들레에서 낸 첫 책이 <학교를 넘어서>였어요. 95년에 스무 살 학생이 학교시스템에 대한 실상과 비판을 신랄하게 쓴 글들을 보내온 거예요. 책이 나오고 꽤 반향이 있었어요. 민들레도 발행 다음달부터 부모모임이 생겼어요. 입시 때문에 학교에 질릴 대로 질린 부모들, 학교를 자발적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저변에 있고 1998년 대안교육이라는 말을 처음 쓴 특성화학교 열한 개가 문을 열면서 시대적인 흐름을 탄 거지요.


탈학교 아이들이 민들레로 하나둘 모이고 죽치고 노닥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공간이 생겨났어요. ‘민들레 사랑방’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죠. 2005년 무렵부터 민들레에 오는 아이들 성향이 달라졌어요. 부모 손잡고 오는 아이들이나, 쉬어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드물었죠. 그래서 ‘공간 민들레’로 이름을 바꾸고, 대안학교 틀을 갖춘 거죠. 민들레는 학교 틀에 대해 부정적이고 ‘삶이 곧 교육이다’, ‘삶이 곧 배움이다’는 모토였으니까 아이들이 자기 시간을 기획하도록 해왔는데, 그게 힘들다는 걸 느끼고서 1년 과정으로 틀을 갖추게 되었죠. 다른 대안학교보다는 유연한 편이예요. 그리고 청소년과정과 별도로 20대 길 찾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청년과정, 사이랩을 열었는데, 올 한 해 동안 잘 꾸려온 것 같아요.

-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수련을 통해 얻는 유익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길을 잃었다 싶을 때 그냥 널브러져 있는 게 필요한 시기도 있는데, 요즘 아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널브러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스승을 만나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지요. 아이들을 내버려둬야 할 때와 개입해야 할 때를 아는 것, 교육은 타이밍의 예술이에요. 대안교육이 아이들에게 자유를 줬지만, 자기규율을 통해서 그 자유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데, 그 통찰력으로 적절한 자극을 줘서 아이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교사들이 흔치 않죠.

<민들레> 출판사가 펴내는 격월간지.


- 아이들이 선생님과는 지낸 일상과 달리 집에 가서 또 다른 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 사이에서 아이들의 총체적인 삶을 어떻게 바꿔갈 수 있을까요?

어른도 직장에서 하는 행동과 집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듯이, 부모가 보는 아이, 교사가 보는 아이가 다른 경우가 많겠죠. 부모와 교사가 잘 교감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교육공간에서 관계 맺는 방식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아이 삶의 본질적인 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아이가 자기 몸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 자기 몸을 어떻게 쓰는지 자각할 수 있게 도와주면, 길을 걸을 때든 집에서 뭘 할 때든 그 자각이 영향을 미치겠죠. 교사와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훈련이 되면 다른 데서도 영향을 미칠 테고요.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몸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겠죠.

자기 몸을 제대로 알게 도와주면 아이들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인성교육 프로그램 100시간 하는 것보다 100시간 걷는 게 훨씬 중요해요. 앞으로 나아갈 때 몸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머리끝부터 발가락까지 온 몸의 세포들이 걷는 움직임에 동참하는 거죠. 자기가 의도하는 대로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걸 몸으로 터득한다면, 아이가 삶의 중심을 잡고 잘 살아갈 겁니다. 몸을 통한 배움의 세계가 정말 깊고 새로운 것 같아요. 무예를 익히는 것도 굉장히 좋아요. 무술이 깊어지면 무예가 되고 무예가 깊어지면 무도가 되지요.


- 교육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인데, 대안적 삶을 담지하는 공동체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자치가 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게 진짜 우리 사회를 바꾸는 길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마을이 좀 더 문턱이 낮고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곳이어야겠죠. 어떤 공동체든 방주가 되어서 저이들끼리만 살아남으려는 건, 아니죠. 대안학교가 자칫 그런 방주 꼴이 될까봐….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해내는 공동체운동을 하는 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봐요. 아름다운마을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보여줄 수 있는 마을운동의 좋은 모델을 만들면 좋겠어요.

최소란 | 홍천마을에 터 잡고 여러 이웃들을 만나며 글과 마을신문으로 담는 게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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