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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삶을 증언하는 몫, 제대로 감당하길
아름다운마을신문을 말한다

마을신문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마을신문 초창기부터 지켜봐온 사람들 혹은 필자로 글을 기고한 사람들이 1월 8일 인수마을에 모여 좌담을 했습니다. 삶을 담은 글쓰기가 요청되는 시대라는 것에 입을 모았고,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꽃만큼 그동안 실린 기사들에 대한 해석들도 다채롭고 풍성했습니다. 마을신문이 이 시대 언론매체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가야 하는지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어디서나 마을신문을 받아보시며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보내주세요. 쓴소리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임재원 : 처음 마을신문을 보게 된 건 2009년부터였어요. 그 후 제주에서 3년간 지내면서 제주에서 만난 이웃들과 공동육아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는데, 마을신문을 통해 마을어린이집, 마을학교, 삼일학림의 태동과 성장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50호에 실린 '줏대있게 찾아가는 조선상고사'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어요.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공부한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성찰한 것을 나누는 좌담이었는데, 두 발을 땅에 대고 핑계 대지 않고 참된 자기를 찾는 일에 매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꾸준함이 부족하고, 잡다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에 쉽게 관심을 빼앗기거나 소비가 주는 위로에 기대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지요. 나도 모르게 바깥에서 무엇을 찾는 것은 결국 '내'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무엇을 결정하는 데 내 맥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졌고, 하루를 사는 동안 엉뚱한 선택들이 줄어든 것 같아요.

김현기 : 저는 인터넷서점에서 과학, 종교, 청소년 분야를 맡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새 책이 나올 때 책에 '추천사'를 달아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만 보면 그 글을 작성하는 분들이 매우 한정적이에요. 저술 자체도 마찬가지죠. 몇 안 되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의존하고 있지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권위를 두는 현상이라 봅니다. 마을신문은 이런 출판시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글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글 쓰는 권한이 제한되지 않고, 누구나 자기가 배운 대로 살면서 사는 만큼 글 쓸 수 있는 매체라 생각합니다.

송미영 : [꿈꾸는 일터] 지면에 글을 쓴 적 있는데, 강원도로 터전을 옮기면서 새로운 걸음에 앞서, 15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만 내던 때가 있었는데, 공동체를 만나 교육현장에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앞으로 걸음을 전망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내 삶의 고백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언하고 현장에서 힘차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경험이었습니다.

장철순 : 대학시절, 다가올 졸업과 그 이후를 생각하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섰었습니다. 그 질문은 곧, 하고자 하는 삶을 일관성 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로 바뀌었죠. 답은 불가능하다였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이 아등바등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벗어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이, 더불어 사는 삶으로 몸과 발걸음을 옮기게 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청년 후배들에게 함께 사는 관계의 토대를 일구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모호한 미래로 인해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마을신문은 새로운 기준으로 살아가는 청년들 글을 통해 두려워 않고 즐겁게 사는 삶을 구체적으로 보게 해줍니다.

임재원 : 제가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자 노력하면서 오랫동안 정기구독하던 교육잡지가 있었는데, 아무리 좋은 주제를 다룬 글이라 하더라도 내 삶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내 삶의 맥락과 연결된 질문들을 부여잡고 꾸준히 살아가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마을에서 교육터전들이 잉태되고 자라나는 과정이 담긴 마을신문 글이 제 삶에 실제적인 힘이 됩니다. 마을신문은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존재의 역량에 맞는 성장을 응원하는 중요한 시선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배지은 : 만화를 그리는 일을 하며 소위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어요. 일이 바뀔 때마다 돈을 잘 벌지 못할 때도 있는데, 돈 버는 일에 많은 가치를 두는 세상 속에서 제 일이 힘 빠지고 어려울 때가 가끔 있어요. 그런 저에게 마을신문은 격려가 되고 새로운 가치를 세워주는 힘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에 붙잡혀 있지 않으려는 다양한 이들의 고백을 읽으며 공감하고, 그들의 꿈에 함께 두근거리기도 해요. 내 안에서, 밖에서 '안 된다', '어렵다'라는 관성 같은 생각과 말들이 깨지게도 해주지요.


홍욱표 : 저는 제가 쓴 말대로 다른 사람이 말을 하게 하고, 제가 쓴 글대로 다른 사람이 움직이게 하는 일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가 쓴 말을 그 사람이 읽고, 그 말이 일간지 지면을 채울 때 성취감을 느껴왔습니다. 자신의 상태와 상관없이 말과 글로 스스로를 치장하거나 숨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많은 말과 글이 생명력을 갖기보다는, 말과 글로만 소비되는 죽은 언어로 있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삼일학림 배움주체 소개(47호), 우리 생일 잔치(48호), 학술잔치 특집(49호)에서 읽기를 멈추고 호흡을 고르게 해야 했습니다.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마을'은 이미 세대의 단절을 겪었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려는 곳조차 얼과 문화의 단절․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배움이 세대를 잇고, 배움의 대화가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을신문은 저에게 대화의 창입니다. 물리적 거리가 상당한 마을과 사람, 시간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는 마을과 사람과 사랑방 대화처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원유미 : 저에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한 책이 있는데,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고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는 지금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피상적 공포심에 싸일 뿐, 실제 삶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얻거나 나 혼자 해서 무슨 소용일까 하는 체념을 이겨내기 어려웠어요. 마을신문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 삶에 터한 일상적인 대안이 들어 있어요.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개인과 모두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하루하루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그래서 서로 계속 선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정대영 : 작년 이맘 때 휴직계를 내고 일년 간 네 살배기 딸 아람이와 지냈어요.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났지만 어버이 노릇은 처음이라 아이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마을신문을 읽으며 여러 어버이들의 지혜를 많이 배웠습니다. 시골에 지내시는 부모님도 마을신문 애독자세요. 유난스러워 보이는 아들 내외의 삶을 마땅찮아하실 때도 있었는데 마을신문 덕분인지 그런 어긋남도 많이 줄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삶을 다 이해하진 못하셨겠지만, 아들의 성마른 말보다 마을신문에 실린 사람냄새 가득한 이야기에 마음을 여신 것 같아요.

김준표 :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단행본 출판을 하면서 머리로 쓴 글들을 보게 돼요. 논리와 수사는 화려한데 원고를 읽으면서 영 감동이 없는 때가 있어요. 마을신문은 머리만으로 글 쓸 수 없는 곳이에요. 45호 북미공동체 순례 기사를 읽고 해외공동체에 대해 내 안에 있던 사대성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또 사대성에 물든 출판물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편집자로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배우기도 했습니다.

원유미 : 마을신문에는 각자의 개성과 운동성이 삶을 접한 터에서 꽃을 피워내는 모습들이 담겨 있어요. 저는 예전부터 가부장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는데, 스스로의 가부장성에 대해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 글을 읽으며, 그동안 특히 그 주제만 강조해서 문제의식을 삼고 있던 제 자신을 돌아보았고, 삶 자체를 자발적 운동으로 화하는 것이 갖는 힘을 새삼 느꼈어요.

김종성 : '마을공동체'가 유행이 되어 있는 때잖아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칫 길을 잃게 되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근원에 충실하면 됩니다. '마을'이라는 것이 단순히 공간적인 개념에 그치지 않아요. 우선 관계가 있어야 마을이에요. 살아있는 관계라면 공간적으로 여러 흔적을 남기고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갈 겁니다. 마을신문에는 그런 살아있는 관계성을 아주 구체적인 언어로 담아내고 있지요. 얼마 전에 실린, 세무서에서 일하는 직장인 글을 읽고 힘을 많이 받았어요. 살아있다는 게 이런 게 아닐지요.

임재원 : 대안적 삶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자기 수련’에 대해 깊고 꾸준하게 다루는 잡지는 드문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마을신문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매체인데, 그건 아마도 수련하는 삶을 담아내기 때문일 겁니다. 마을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홍천마을 소농들의 글을 재밌게 읽는데, 여러 소농들 글쓰기의 공통된 특징이 문장이 간결하다는 거예요. 소박한 삶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지혜가 느껴져요. 말하려는 것과 말하는 방식이 닮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홍욱표 : 다른 매체들과 달리 마을신문이 필요한 이유와 마을신문이 해야 할 역할은, 마을 속에서 주목해야 하는 사건과 때, 그리고 사람을 놓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신문에서 유독 제 눈에 들어오는 글은 날적이입니다. '콩을 심으니 콩이 나더라'는 한 줄의 문장을 1년 동안 관찰하고 거기에서 생명과 자연의 신비로 감사를 표합니다. 한 톨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않는 농부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겠지만, 마을신문 곳곳에는 생명과 사람의 작은 변화를, 같은 사건을 다른 사건으로 만드는 고백이 숨겨져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의 차이가 얼마나 나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그 하루와 한 사람, 한 사건을 소중하게 봐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고백이 '함께 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정대영 : 마을신문에는 삶에서 길어 올린 글이 실립니다. 사는 만큼 글을 쓰고, 글을 쓴 대로 살아가는 거지요. 그래서 글이 어렵지 않고 소박하게 읽힙니다. 마을신문이 글말(활자매체)이면서 동시에 입말(음성매체)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일 겁니다. 삶과 글의 일치를 편집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 걸 보며, 진정한 의미의 ‘언문일치’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장철순 : 51호에서는 한 청년이 함께 사는 언니, 동생의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기 문제의식이 되어 어떻게 삶과 몸을 바꾸어갔는지에 대한 구체적 과정과 소회의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쓴 청년에게 스스로 그 과정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고, 또 옛 습관대로 먹을거리에 임할 때 이 글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겠지요. 마을신문은 삶의 소중한 사건과 깨달음을 글을 통해 나누며 변치 않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송미영 : 작년에, 생명을 만나는 현장에서 생명과 상관없이 몰아가는 국가교육체제에 대해 작은 움직임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관계 맺는 교사,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면 공감은 하지만 정작 움직여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계속 실패를 경험하다 보면 체념이 저를 지배합니다. 그런 시점에 보는 마을신문은 저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속초 학교 현장에서도 같은 기운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김현기 : 직장인 이야기는 삶에 대해 총체적인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글이라 생각해요. 48호 [꿈꾸는 일터]에, 자신이 뜻한 바에 맞게 직장에서의 배치를 바꾼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는 본부에서 지역으로 가거나 사무직에서 몸 쓰는 일로 바뀌면 좌천된 것으로 여기지만, 글쓴이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맹목적으로 위를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 진솔한 결단을 내린 거라고 담담히 고백하고 있지요. '무엇을 꿈꾸고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게 합니다.

마을신문이 삶에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성장이라는 우상에 갇힌 물질문명의 폭주기관차가 질주하는 방향과 다른 이야기이기에,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쳐버릴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병폐를 느끼고 감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라 생각해요. 희망의 삶을 증언하는 몫이 마을신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민수 : 52호에 진로를 고민하거나 막 직업전선에 간 청년들 이야기에 이어 오랫동안 직장에서 일한 사람들 이야기가 실렸는데, 각자의 고민을 안고 분투하면서 또한 그 조직에 완전히 매이지 않은 채 의연히 살아가는 고백들이 신선했어요. 이렇게 자기 현장에서 어떻게 고민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글이 많이 실리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드러낸 비극이었습니다. 이런 중대한 문제는 분명히 다루어야 합니다. 마을신문은 '삼일학림 개교'와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를 기사화하면서 다른 매체와 다르게 그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기사가 나간 것은 아니지만, 이 정국 속에서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야 하는지를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어떤 시사문제를 성급히 담기보다, 머금고 제 목소리를 내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와 문명의 문제를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고민하고 있고, 어떤 대안을 창출해 나가는지가 잘 담긴 마을신문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리 정인곤 | 청년대학생들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며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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