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청년들 어떻게 먹고 사나?
취업이라는 과정을 통과해가는 청년들 이야기
이번호 마을신문은 이 시대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과정을 어떻게 통과하는가에 주목했습니다. 바야흐로 졸업 이후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펼쳐갈 수 있는 시기인 20대에 품는 고민과 질문들은 기업의 채용공고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그 삶을 이끌어갈 밑전이 될 것입니다. 한 번에 '붙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조바심과 허상을 벗고 보면, 우리가 그 과제 앞에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드러나게 되는 정황 중 하나가 바로 취업입니다. 20대들, 졸업 이후를 고민하는 대학생이거나, 근래에 취업을 했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재, 김상욱, 최혁락 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세 청년들의 좋은 친구이자 선배로서 기독청년아카데미 활동가 정인곤 님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누어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인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이지요. 5년째 되는 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새로운 일을 탐색해보기로 했지요. 다시 대학의 문을 두드렸고 책도 보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대학원에 2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를 오가며 여러 대학생들을 가깝게 만나면서 현재 대학생들한테 '취업'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시험기간이 되면 전화(카톡)도 받지 않고 시험 대비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을 여럿 봤습니다. 집중력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성적을 위해 우정(연애)도, (하고 싶은) 공부도, 꿈도 모든 것을 유보한 것이지요. 대학 이후 삶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대학생들은 그 내면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 것일까?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여러 질문이 듭니다. 청년으로서 자유분방하고 패기 있으면서도, 내면 깊게 쌓여가는 고민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상욱 올해 나이는 27세이구요, 김상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10월 1일부터 출근을 했으니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네요. 대학 다닐 때, 직장인의 삶이란 어떠한 것인지 참 궁금했는데, 제가 지금 직장인으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 초년생의 시절을 저 역시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딘지 모르게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연대감, 동료의식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지재 고3 때 환경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한 포장지가 눈길이 갔고 그 포장지가 너무 많이 배출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다가 패키징학과를 알게 됐습니다. 막상 대학을 다니면서 든 생각은 만만찮은 등록금에 비해 배우는 것이 너무 적다는 것과 차라리 등록금으로 더 유익한 것을 배우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을 했습니다. 활동적인 기질과 적성에 연관 지어 직업을 생각해보니 경찰관과 소방관이 떠올랐습니다. 경찰관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만 구할 수 있는 반면에, 소방관은 불을 낸 방화범, 음주운전으로 자기 목숨뿐 아니라 남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자 모두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의무소방으로 군대에 갔습니다. 강원도 철원 의무소방대로 복무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에 전역한 후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습니다.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전역 후 바로 소방시험을 준비하여 취직을 하는 것이었으나 아무런 개념도 없이 사회에 나간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생각하여 요즘은 인문학 공부를 하며 지냅니다.
혁락 저는 안정적인 삶을 갈구하며 공무원을 많이 배출한 학교를 지원했습니다. 재수해서 대학에 합격한 이후, 대학이라는 다른 장에 대한 생각 없이 고등학교 수업처럼 대학 강의를 들었고, 학비는 대출을 받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야 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학생식당에서 당시 최저임금을 살짝 넘긴 시급 3200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처음에 공무원을 생각한 것과 달리 누나가 공무원 시험에서 계속 낙방하는 것을 보며 취업이 잘된다는 경영학과로 전과를 결심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기회가 생겨서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와 해외생활에 설레고 즐거웠지만 때로는 소통이 쉽지 않아 심한 외로움으로 힘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졸업을 했고 지금은 웹프로그래밍 관련 회사에서 유지·보수하는 일을 3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졸업 이후 삶을 두려움보다 가능성을 희망하며
▲ 지난 10월 25일 '적당히 벌어 잘 살자'는 청년 대안경제 대화모임에 80여 명이 모였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청년 주거문제, 청년창업, 청년귀촌 등 먼저 첫`발을 내딛은 사례들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인곤 대학에서 '큰 배움'을 얻기보다는 졸업 이후 취직에 도움이 되는 '스펙 쌓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부모님 도움 없이는 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지요.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아니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 합니다. 대학생들 중 누구는 비교적 여유롭게 대학시절을 보내는가하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캠퍼스도 양극화가 심각한 것이지요. 졸업 이후 취직 여부에 따라 청년들의 삶은 심각하게 양극화됩니다. 구직하는 동안 수입도 없지만 불안함과 좌절감으로 내면에 병이 깊어져갑니다. 한때 회자되었던 '루저'나 '잉여인간'은 참 슬픈 표현입니다. 높은 청년실업률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오로지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왜곡된다는 것이지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자신한테 잘 맡는 일인지를 탐색하는 '여유'가 박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안 되겠지요. 첫 직장에서 모든 것을 확보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첫 걸음만큼이나 둘째 걸음, 셋째 걸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삶을 전망한다면 일단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지재 청년들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위치를 갖기 위해 계속해서 눈을 돌리며 스펙 쌓기에 한창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한다 생각하며 그 위치만 갖게 되면 그동안의 모든 것을 보상 받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열과 성으로 하는 것 같고요. 이런 현실이 속상하기만 합니다. 저는 장남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주위 시선을 많이 의식했습니다. 가족한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는데, 그래서 보수가 많은 직업을 갖지는 않더라도 걱정 끼치는 직업을 가지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해야지'가 아닌 '이 직업을 해야지'라는 생각에만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휴학 후 몇 개월 준비했는데 소방공무원 시험에 떨어졌고, 의무소방 전역 6개월 즈음 시험을 한 번 더 봤다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저는 곧바로 소방관이 되는 것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다른 이들을 돌보지 않는 세대에서 대안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든 생각이 시골에 건물을 지어 지하층엔 실용음악실 내지 실내체육시설, 1층엔 카페 겸 구제가게, 2층엔 공부방, 3층엔 쉐어하우스, 옥상엔 텃밭을 지어 식의주의 나눔과 더불어 그 지역과의 연대, 후세대들을 양육하자입니다. 목표를 서른 살로 잡고 보다 빨리 실천에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생각과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며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혁락 저는 올 4월부터 취업서류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의 질문들을 보면 상투적인 질문들도 있지만 가끔은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질문들도 있어요. 그러나 솔직한 대답보다는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원서를 넣는 곳이 여러 곳이다보니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고 집중하지 못했던 때가 많았어요. 여하튼 조직원들의 에너지를 뽑아먹으려는 회사는 이력서를 내지도 않았는데 먼저 연락을 하더라구요. 그런 곳들은 합격도 비교적 쉽고, 처음에는 낮아진 자존감으로, 부르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가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들이 좀 더 신중하게 탐색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구직하는 중에 생활비가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웹프로그래밍 관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가 정직원 제안을 받았습니다. 일단 그 일을 통해 이후 삶을 준비하는 기술을 배우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중소기업이라서 안전성이 낮고 파견직이라 위험성이 크지만, 내 일상의 규율을 세워서 지낸다면 불안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욱 저는 군대 다녀와서 뒤늦게 제 자신과 세상에 대해 고민하며, 그 답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제 인식과 경험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그 때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나는 졸업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며, 어떤 '조직'에서 어떠한 ‘업무’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취업설명회 같은 데 가면, 취업에 성공하려면 미리미리 자기 커리어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고,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고만 말합니다. 그래서 졸업을 유보하며 구직 준비를 더 충분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사회에 나가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가깝게 지내는 선배들을 통해, 취업을 유보하지 말고 차라리 현재 조건으로 구직 노력을 하는 편이 더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위축된 저의 심리에 관심을 제대로 봐주었고 대기업 취직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취업에 필요한 기본조건들을 만들어놓고 취업시즌에 맞추어서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그러던 중 건강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회사를 알게 되어, 이렇게 지금의 회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회사 출근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어느새 몸이 적응을 해서 이제는 6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이른 아침 약간 찬 공기로 잠을 깨우며 출근길을 씩씩하게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고민도 더 많아지고, 앞으로 겪어야 할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회사생활에 적응을 하면서 겪게 되는 관계적, 업무적 어려움들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삶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그려갈지에 대한 막연함이 큽니다. 특히 결혼, 친구, 재정,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에 고민이 많습니다.
당장 급한 스펙쌓기보다 더 중요한 것들
인곤 자신감 넘치며 '능력있는' 대학생들은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거나 전문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대다수 대학생들은 졸업 이후에 대해 염려하고 두려워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안정된 지위와 높은 연봉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여긴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한 가지 잣대로 몰아세우고 앞만 보고 달리게 한 사회 전체의 책임이 클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20대 청년들이 불안해하는 동시에 욕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자신한테 맞지도 않는 것을 욕망하거나 불안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따라갑니다. 그렇지만 구직할 때는 당장 급한 '화려한 스펙'이 크게 생각되지만, '진입 경쟁'이 지난 후에는 새로운 업무를 배워가야 하고 새로운 관계에 적응해야 문제에 봉착합니다. 결국 무엇인가를 잘하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능력'이 중요한데, 그것을 기를 기회는 애초에 박탈당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삶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자기 철학에 따라 일구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상욱 저는 전역 후 대학을 다니며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스펙도 쌓고 해외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몽골에서 6개월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질 수 있었고 신앙도 생겼습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학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업 경영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잠정적인 결론으로 삼고 일단 실력을 쌓기 위해 일반기업에 취직했습니다. 회사의 사원이 아니라 김상욱의 삶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저의 삶을 대안적으로 바꿔가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면의 힘입니다. 삶을 대안적으로 바꿔갈 때에 중요한 것이 내외부의 부정적 기운을 이겨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기질입니다. 지금까지 마음을 먹었다가 저의 연약함으로 인해 무너진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지켜봐주며 힘이 되어주는 관계에 대해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관계성에 대해 경험하고 공부하며 내면의 힘을 길러나가는 것이 제게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재 저는 "어쩔 수 없지", "현실적으로" 같은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저의 과제라면 과제입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내는 편입니다. 말주변도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남을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같이 잘 놉니다. 저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사람들도 하나둘 저에게 자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5년 뒤에는 제가 남쪽이나 강원도에 가서 꿈을 펼치고 있겠네요. 그곳에서 텃밭을 일구며 사람들에게 유도를 가르치고 이웃들과 하하호호 떠들고 있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집에서 독립하려고 합니다. 맘이 맞는 친구들과 살면서 차근차근 준비해갈 생각입니다.
혁락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허브’라는 곳에서 활동했습니다.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사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실직 이후 새 일을 찾는 사람 등 다양한 청년들이 팀을 이뤄 여러 마을들의 자원을 조사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조사한 자원을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정착시키는 활동가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청년허브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무리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결국 현 정책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국가나 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자생할 수 있는 물적 혹은 인적 토대를 구축하지 않은 채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이것은 대안이라기보다는 어느 학자의 지적대로 "사회적 가치를 '소비'하는 형태로 점차 사장되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적 지원으로 조성되는 마을이 아닌, 그 씨앗을 내부에 담지하고 있는 '마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을 일상에서 관계를 잘 맺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사실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걱정에 걱정이 이어지곤 합니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부모님께 도움도 드리고 싶고, 좋은 사람 만나서 좋은 때에 결혼하는 게 제 바람인데,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한 것은 개인적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진 아니지만, 문제를 보는 틀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취업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나름 의미있게 통과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곤 쉬워 보이는 것에 현혹되거나 단번에 해결하려는 조바심을 주의해야 합니다. 졸업을 유보하며 스펙을 쌓거나 더 높은 학력을 취득하기 위해 진학하는 것은 때때로 상황을 꼬이게 합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안정된 직장과 높은 연봉의 허상에 집착하는 만큼, 삶은 핍절해질 것입니다. 20대 청년대학생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붙들려 사는 길과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뚫고 나가는 길 앞에 서있습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한편으로는 적응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일상과 일터를 바꾸어가야 합니다. 지재의 경우처럼 인문학적 내공을 쌓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상욱의 경우처럼 기업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시간은 실현가능한 대안을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혁락처럼 현실적 조건에 자신을 맞추면서 일상의 전환을 도모한다면 미래를 현재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새해를 신명나게 일구어가겠습니다. 서로를 응원하며 파이팅!
정인곤 | 청년활동가로 일하다가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 잠시 살아가고 있다. 청년대학생들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며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