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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률에서 영감받은 구들
자연의 지혜와 건강한 집짓기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_2014년 7월 17~19일
이화종 황토구들방학교 교장 강연


전 강원도 치악산에서 태어났습니다. 고향에서 목수 일을 하는 친구들과, 자연치유에도 좋은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그 일에 착수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는 뇌성마비로 걸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 가는 게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똥 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을 짓기 시작한 것입니다. 장정 넷이 닷새 동안 밤을 새가며 집을 한 채 완성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미약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는 법입니다.

집을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싸게 지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싸게 지으려면 손이 많이 가서 힘이 들지요. 그리고 흙과 가까이 살 수 있도록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흙에 살리라는 노래도 있고, 흙은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 흙은 고맙고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은 흙집에는 추위를 막고자 집안에다가 벽난로를 만들었습니다. 벽난로에 불을 때서 온 집이 금방 따뜻해지는 것을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벽난로 흙집 건축을 저희에게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주신 온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왜 동양에서는 구들이 발달했는데,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을까요? 동양은 예부터 농사짓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고되게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 들어와서는 밥 먹고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밤에 깊은 잠을 자도록 해주는 온돌문화가 발달한 것입니다. 반면 서양은 가축을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가축을 늑대로부터 밤새 지켜야 하고 언제든 출동준비를 했기 때문에 곤하게 잠들게 하는 온돌문화가 발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농사를 지을 때 주로 초봄에 씨를 심습니다. 또 이른 새벽이나 저녁 늦게 심을수록 실패확률이 적어지고, 햇빛이 쨍쨍 비치는 날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땅이 축축하고 어두울 때 심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먹는 것도 심전에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잠들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나서 잡생각하지 않고 내일 곡식이 더 자라겠지, 가을엔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믿으며 잠에 들었습니다. 농부들이 자기 전에 하는 생각처럼 착한 믿음을 깊이 심어놓고 잊어버리지 않으면 우리는 참 좋아질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꼭 30분 시간을 내어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구들방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불을 땔 때 연기가 많이 나오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집은 습한 땅에 지어졌기 때문에 불이 잘 안 들어가고 연기만 난 것입니다. 그래서 구들방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그분은 겨울 내내 고민하시더니 구들 하나를 더 놓는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니 불이 잘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중구들’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구들방에 대해 계속 연구하면서 새로운 구들방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전라도에서 귀농학교를 운영하는 어느 절에서 저희에게 구들방을 부탁했습니다. 스님이 아침에 운동 겸 염불을 하기 때문에 턱이 없도록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침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구들에 적용해보니 불이 더 잘 돌아갔습니다. 이것을 완성시키고 황금률 법칙을 구들방 건축이론으로 붙였습니다.

황금률은 가로와 세로가 적절한 비율로 잘 어울리는 원리를 말합니다. 뱀이 똬리를 트는 것, 그것은 황금률입니다. 자연만물이 황금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무를 잘라보아도 전부 타원형입니다. 한쪽으로 약간 쏠려 있습니다. 온갖 새의 알들도 타원형입니다. 우리는 이런 자연 이치에 감동받고 배울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집은 도시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집입니다. 도시에서 만든 재료를 보면 공장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집에서 도시의 생각이 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자연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마철이면 물이 스스로 한 바퀴 돌면서 꼬여꼬여 돌아가지요. 마치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할 때 자전을 하면서 돌듯이. 그런데 물길을 직선으로 만들어놓으면 생기가 없어요. 원래 물은 유선형으로 돌아가는데, 직선은 상징적으로 죽은 것이고 경직된 것이에요. 모든 자연은 각을 지지 않고, 유선형, 타원형이에요. 자연의 이치인 곡선이 아름다움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구들을 놓기 전에, 집 주인이 불이 구들에 잘 들어가서 땀 뻘뻘 흘리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렇게 하니까 실제로도 잘 됩니다. 소망이 이미 이루어진 모습을 믿음을 가지고 상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급함, 걱정, 불신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소망을 설정하면 잠재의식은 현실로 이뤄집니다.

이화종 | 황토구들방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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