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더불어 사는 삶과 교육
정태일 "미래를 보며 가르쳐야" / 김인수 "놀면서도 제대로 배우게 해야"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_2014년 7월 17~19일
정태일 이사장(사랑방공동체학교), 김인수 교장(민들레학교) 대담

공동체를 일구며 소신있는 교육을 펼쳐온 정태일 사랑방공동체학교 이사장, 김인수 민들레학교 교장이. 밝은누리움터에서 살아가며 배우고 가르치고 있는 이들과 만나 '더불어 사는 삶과 교육'을 주제로 함께 나눈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2014년 7월 17~19일) _ 정태일 이사장(사랑방공동체학교), 김인수 교장(민들레학교) 대담


정태일: 사랑방공동체를 84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공동체와 학교를 같이 하겠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사랑방공동체학교는 재롱이학교, 꾸러기학교, 어린이학교, 멋쟁이학교, 이렇게 네 과정이 있어요. 92년 꾸러기학교부터 시작해서, 2002년 중·고등과정 멋쟁이학교를 열었어요.  공동체운동이든 대안교육운동이든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삶이 목적입니다. 삶의 실제는 관계입니다. 나면서부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죽을 때는 모든 관계를 마치는 거예요. '관계'가 잘 안되면 행복하지 못해요. 사랑방 학교생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다른 이를 얼마나 배려해주었는가?'입니다.

저희는 선생님과 학생 간에 대화할 기회가 많아요. 여러분, 성적표 있어요? 기말시험 있어요? 저희도 없어요. 그런데 학생과 선생님이 면담한 내용을 다 기록하고 면담으로 한 학기를 정리합니다. 학생들 간에 문제가 생겨도 먼저 대화해보라고 합니다. 웬만하면 다 해결이 돼요.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지요. 상대방 이야기를 안 들으면 그래요. 그래서 경청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그랬구나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거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입니다. 교육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정한 대안교육을 하려고 하면 하나님나라의 삶이 있는 상황에서 할 때 참 교육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교육하는 사람들이 장에 신경을 안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나라를 추구하고 있는 장이 있으면 거기에서 맨날 밥만 해먹어도 상관없어요. 교실에서 책 들고 공부 안 해도 돼요. 하나님나라의 삶이 있는 곳이면 거기에서 다 돼요. 그래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하나님나라를 사는 신앙공동체를 교육의 장으로 삼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김인수 민들레학교 교장(민들레공동체 대표)

김인수: 농촌운동에서 저희 삶이 시작되어 공동체로 이어졌고, 학교도 돌아가는 것 같은데, 공동체는 참 못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학습의 기본은 공동체여야 한다는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가 관계 맺고 대화하고 또 교육의 근본이 되는 바탕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것이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하는 그런 고충을 갖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리산 서부경남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농촌운동은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농촌은 어렵고, 그래서 농촌을 위해 일한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너희가 바로 가난한 자들의 친구가 되려고 씨름하지 않았느냐’ 하는 깊은 위로였습니다. 한국과 아시아의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친구가 되는 것을 공동체 부르심으로 여겼습니다. 인도 히말라야와 캄보디아 쪽에서 농촌 지역개발을 꽤 탄탄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학교는 이제 8년 되었습니다. 민들레공동체는 23년째인데 학교는 비교적 늦게 시작했습니다. 농촌에서 애써온 경험들이 교육에 대한 모험을 하게끔 때가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민들레 교육의 목적은, 이 세상 가난한 자들의 친구가 되는 사람을 기르는 것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첫째, 교육받은 사람이 자기 한 몸은 먹고 살도록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도둑질하거나 사기 쳐서 남의 것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교육의 목적은 이웃과 인류에 유익을 끼치게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공부하는 사람의 자기완성입니다.

민들레 생활철학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민들레처럼 촌스럽게, 몸과 손을 움직여 땀 흘리고, 단순 소박한 삶입니다. 두 번째는 민들레가 뿌리처럼 뿌리 깊게 생각하고 100년을 내다보고 끈질기게 그것이 옳다면 하자. 우리가 가르쳐서 아이들이 바뀌겠지? 아니요. 다산 정약용 선생이, 교화가 젖어들려면 30년 걸리고 예악이 바뀌려면 100년 걸린다고 했습니다. 기존 관습에 젖어있는 사람은 새 시대를 맞기에는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 세대를 바쳐야만 새롭게 교육받은 사람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순명의 삶. 민들레 홑씨는 바람이 남쪽에서 불면 북쪽에 떨어져야 하고, 서쪽으로 가라고 하면 가야 합니다. 우리도 우리 뜻대로 사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지 운명의 손길에 이끌려서 살아가면 우리 삶을 통해서 최소한 또 다른 열매를 맺는다는 것, 이것이 민들레 생활양식입니다.

초기에 학부모들과 티격태격 싸웠던 것이, "왜 교장선생님은 자꾸 아이들에게 공부를 안 시키고, 고생만 시키려고 합니까?"였습니다. 아이들은 고생을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민들레 아이들이 고생을 가장 많이 할 겁니다. 공부 좀 못하고 노는 것은 봐줍니다. 그러나 일은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그래도 졸업해서 자기 갈 길을 잘 가더라고요. 가난, 결핍, 고난의 시대가 앞으로 계속 다가올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나아지리라고 낙관하지 마십시오. 이미 산업시대 성장의 변곡점이 지났다고 봅니다. 이제는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결핍과 가난을 견딜 수 있을까 교육의 내용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매년 봄 열흘 동안 250km를 걷게 합니다. 이제 초등학교 졸업한 아이들이 자기 몸무게와 비슷한 짐을 메고 걷습니다. 눈물을 쏟으며 걷습니다. 3년 정도 버티면 아이들이 내가 그것도 했는데… 이렇게 나옵니다. 육체가 정신을 못 차리면, 지성이 정신을 못 차리고, 가치관을 세울 수 없습니다. 몸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해외도 4개월 보내서 가난과 어려움을 배우고, 또 에너지 자립주간 열흘 동안 전기, 가스, 수도 모든 것을 끊습니다. 너희들이 불을 만들고, 물을 구하고, 모든 걸 알아서 해라. 그러나 논문을 쓸 때는 가능한 대한민국 석사학위에 준하는 패턴을 따라 교육시킵니다. 신기하게도 작품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5개월 동안 밖으로 내보냅니다. 아주 흥미로운 결과들이 있습니다.

민들레는 다섯 가지 자급자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식량 자급 △경제 자급 △에너지 자급 △문화와 교육 자급 △신앙과 양심의 자급. 이렇게 하면 영혼과 몸과 삶을 지키고, 이 힘으로 다른 이웃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 아이들 실제적인 삶이 궁금합니다. 두 분을 웃고 울렸던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었는지요?

정태일 사랑방공동체학교 이사장

정태일: 제방 책장 한쪽 귀퉁이에 담배 한 갑이 있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학생이 중학생 때 말 안 듣고 분위기 흩트리고 그랬는데 담배가 걸린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압수했죠. 그리고 제 책상서랍 맨 밑에 콜라 한 병이 들어있어요. 생활관 안에서는 취침시간에 함부로 밖에 못 나가고 외부음식을 못 먹게 되어 있는데, 규칙을 어긴 거죠. 나중에 졸업할 때 주겠다고 했지요. 졸업식 때 상장을 하나 만들어서 예쁘게 포장해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 하면 교육은 현재의 그 사람을 보고 못합니다. 그건 속 터지고요. 얘는 퇴교시켜야겠다, 몇 번을 생각한 학생들이 있어요. 현재의 학생을 보면 교육을 못합니다. 교육은 지금의 그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그 사람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오늘 가르치는 거예요. 기다리기 위해서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네가 이렇게 될 거라 생각하면서 널 대하고 있다는. 학생들이 완전히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다 달라져요. 졸업하고서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요. 공동체에서 배운 것이 얼마나 힘이 있는가. 일반학교에서는 학생을 보고 현재의 잣대로 잘라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죠. 그런 것들을 확인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지요.

- 주입식 교육을 넘어 미술을 새롭게 가르치고 싶은데, 예술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김인수: 기본적으로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만, 예술이든 과학이든 인문학조차도 교과가 독립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하게 노동과 삶에 기반을 둔 무엇이 되어야 합니다. 천재수준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있어서 부모는 음대를 보내려 했지만, 뜯어말렸습니다. 지금 대안교육의 문제가 그것입니다. 아이들이 공부는 하기 싫고 대거 실용음악으로 갔지요. 우리나라 연극인 평균 벌이가 3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애니메이션 작가에 몇 명이 응시했는지 아십니까? 20만 명이 했습니다.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영화감독 한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5만 명입니다. 그런데 한해에 영화 만들어서 데뷔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우리나라는 학습 과잉, 학력 과잉 사태가 진행되고 있지만, 예체능계는 더 심합니다. 저는 진로 지도할 때 그것이 철저하게 일상 삶과 직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합니다. 노동의 가치를 모르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모르고, 매일 컴퓨터나 전자노래만 좋아하면 아직 멀었다, 그저 노동의 아름다움,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고 하면 기본은 된 것이 아니냐. 그런데 그런 기본이 내면화되지 않은 채 전문화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고, 융통성 있게 배우도록 합니다.


- 고등과정 이후 대학에 대한 계획이 어떠신지요?

정태일: 생각은 거기까지 다 가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나면 갈등의 과정은 다 있지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밑에서 죽 올라와서 고등과정까지 마치고 대학교 갔다가 군대 다녀오고, 근래에 처음으로 직장에 가는 시점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3년 정도 사이에서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갈등을 하고, 그렇다고 갈등 때문에 삶이 떠나지는 않고, 공동체 앞날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여서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보완할 수 있는 그 위 과정으로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는 처음부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해야지 해야지 하는 상황인데 구체적으로 실행을 못했습니다.

김인수: 고등과정을 열려니까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고등과정을 졸업하면 바로 성인인데, 이후 진로에 대한 방향 없이 양심적으로 고등학교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학 상황을 보니, 의대, 간호대, 공대, 몸과 손을 움직여 하는 전공들 제외하면 전망이 없고, 인성적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없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절망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 답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대학을 보내지 말자. 대신, 아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기업을 만들자. 저희 농사가 제법 규모가 큽니다. 전업 농사꾼이 세 명인데 평균 연령이 스무 살입니다. 이들이 잘 해내고 있어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학교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살 길을 마을 단위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아시아, 아프리카에 있는 듣도 보도 못한 학교를 자원해서 가자. 그곳에 가면 영어와 글로벌 훈련이 됩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학문적 수월성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그쪽 대학에 보내기 전에 스스로 공부하는 공부를 시켜야 합니다.

세 번째는 마을대학을 만들자. 그렇게 되면 공동체와 교육으로 말과 삶의 일치가 점점 되게 되어있지요. 그동안 우리 대안교육은 그런 면에서의 치열함이 결여되었습니다. 교육은 교육이고, 공동체는 공동체였습니다. 풀무학교 홍순명 선생님이 우리나라 대안학교에 대해 평가하셨는데, 아이들 끼를 살려준 것은 공교육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한 것이다, 그런데 끼만 있고 자유로우면 뭐하는가? 실력이 없으니, 결국 다시 대학을 가게 된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대안대학을 많이 일으켜서 서로 연대하면 실력을 갖춘 인재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여기에서 대안대학을 이렇게 열었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졸업 이후 학생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지내시는지요?

정태일: 공동체로 계속 같이 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교회 모든 교육부서들에 졸업생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사실상 보이지 않게 교회에서 상당히 영향을 끼치고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도 이미 교사로 결합한 아이들도 있고, 그것을 준비시키기 위해 방학 때 보완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과외학습 형태로 졸업생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공동체라는 테두리 속에서 단편적이라고 할지라도 삶은 같이 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김인수: 졸업 이후의 학생들과의 관계,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졸업 이후에 학생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지향하는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을 가는 것보다 소위 현장이라고 하는 곳, 특히 저희 부르심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인재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많아요. 그런 마음을 갖는 아이들이 조금은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