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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앞에 자기를 내어놓기
이영숙, 송강호가 들려주는 살림, 영성, 평화 이야기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_2014년 7월 17~19일
이영숙 언님(디아코니아자매회), 송강호 님(개척자들) 대담

생각이 앞서지 않도록 기도로 일상을 수련하는 것, 그리고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이영숙 언님(디아코니아자매회)과 송강호 님(개척자들)이 각각 여성수도공동체와 분쟁지역 평화활동단체에서 헌신하며 깨닫고 터득해온 균형 잡힌 ‘살림, 영성, 평화’를 배워본다(편집자 주).


이영숙: 저희는 1980년 5월 1일 창립예배를 드릴 때 일곱 명이 모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헌신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그날 예배에 오신 분은 일곱뿐이었습니다. 그 중 셋은 그만두고 결국 넷이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네 명의 언님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82년 독일 디아코니아총회에, 83년에는 세계디아코니아에 등록해서 여러 형태의 삶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가 한국에서 디아코니아의 삶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여섯 가지 신조를 정했는데, 첫 항이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이웃과 더불어 있는 존재임을 믿습니다"였어요. 이 혼탁한 세상에서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과 더불어 평화를 이루어가는 존재라는 거죠. 내가 어떤 존재인가 끊임없이 묻고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한 생명으로 사는 자격이자 의무입니다. 그리고 무소유, 독신, 순종을 서원하고, 노동, 기도, 배움을 수도자들이 지켜야 하는 과제로 삼았습니다. 기도생활을 하루 세 번씩 정해서 했어요.

20년 넘도록, 결핵환자 요양원 일을 비롯해서, 당시에는 복지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일들을 국가 보조 없이 순수한 봉사로 하였습니다. 일이 커질수록 자랑스러움이 있는 반면 휴식과 충전이 부족하니까 공동체생활에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3개월 기도기간을 가졌어요. 그때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고 들떠 있구나. 필요한 것은 하나뿐이다”는 말씀에 주목했어요. 기도할 때 전심으로 기도하고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그것이 한 가지 일이에요. 나는 일할 때 다른 자매는 쉰다고 마음속에 불편심을 가지면 기도생활이 안돼요. 일과 기도를 분리하지 않고, 일하면서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일하는 것이 참 기도이며, 디아코니아의 영성입니다. 그래서 목포는 이웃을 섬기고 봉사하는 곳으로, 그리고 천안은 영적 쉼과 충전의 장소가 되는 곳으로 분립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기도 수련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1~2분만이라도 잠시 묵상할 수 있는 여유를 자주 가져보기 바랍니다. 단 몇 초를 아주 생생하게 깨어있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인지라 생각이 더 빨리 나와서 미래를 가지고 얘기하고, 성숙하지 않은 과거의 것들로 얘기하게 되어 혼란스럽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의 내 존재, 내가 더불어 사는 이들, 내가 받은 것, 들은 것, 내 속의 것들을 살아나게 함으로써 상대를 받아들이게 되고 자연과의 교감도 가능해집니다.

저는 초창기 때부터 농사부장을 했어요. 원래 바랭이와 옥수수도 구별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차츰 흙을 만지게 되면서 흙속 미생물들을 사랑하게 되고 흙의 신비와 땅의 힘을 놀랍게 경험했어요. 생명을 가꾸면서 그 에너지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경험하죠. 관상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미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깨끗하고 단순한 마음만 있으면 가능해요.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 정성을 다하다보면 나는 자유롭게 평화를 얻고 그 생명은 다른 사람에 전파되어서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살릴 수 있죠.


송강호: 저는 마흔 살이 되어서야 ‘내가 평화를 위해 살아야겠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위하는 일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고 저 자신이 많은 결함과 약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서 공동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척자들는 평화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바치자고 결의한 그리스도인 공동체입니다.

분쟁과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벌어지는 지역에서 평화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 절감하였어요. 매년 35조6천억의 국방비 예산. 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방위산업, 군산복합체까지 포함하면 국가의 엄청난 지원에 군대가 유지되고 있어요. 맘몬에 굴복한 사회일수록 폭력의 귀신이 활개를 치죠. 사람들은 지금 전쟁 없는 세상을 상상할 힘이 없습니다. 군대 없는 나라를 꿈꿀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군대나 전쟁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배후에 있는 귀신과의 싸움을 평생 해나가는 것이 평화를 위해서 살아가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입니다.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서 청년들과 함께 평화활동들을 해왔고 지금 제주 강정에서 해군기지 건설이 가져올 미증유의 분쟁 가능성을 내다봅니다. 예전 제주도는 중국을 폭격하기 위한 일본의 공군기지였고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폐허만 남아있지만, 중국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요. 오키나와에 미군기지가 있는데 그 오키나와의 기상을 가장 잘 알던 사람은 월남 사람들이었어요. 오키나와의 기상이 좋으면 월남에 폭격기들이 침공했기 때문에. 자기가 전쟁을 위한 숙주가 된다는 것 얼마나 비참한 일입니까.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 모든 무기를 없애자는 것입니다.

여러분, 학교가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불의와 싸워서 이길 용기를 얻지 못한다면 행복할 수 없어요. 제주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섬들이 다 분쟁지역이 되고 있어요. 석유가 나오니까 항공식별구역과 배타적 경제수역을 서로 중첩되게 만들어놓고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요. 우리가 항해를 하면서 여기를 평화의 바다로 선포하자, 묵시가 현실로 찾아오길 희망해요. 여러분을 평화의 바다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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