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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오줌 발효, 최고의 유기농법
순환해야 생명이 산다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_2014년 7월 17~19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강연


저는 옛날에 농림부 장관이었다는 걸 잊고 살아요. 장관은 임시직이죠. 다른 것들도 다 임시직이에요. 항구적인 직책은 뭐냐. 인간이자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 유기농운동가로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여러분이 말하는 공동체라는 것이에요.

오늘 여기 와서 오줌과 똥을 구별해서 발효시키는 것을 봤어요. 바로 여러분이 생명운동하는 사람들이예요. <4천 년의 농부>란 책이 있는데, 미국 농무성 USDA 토양관리국장이 1909년 중국·일본·한국에 와서 우리 흙 관리방법을 보고 쓴 거예요. 똥오줌을 3년 동안 발효시켜 기생충이나 병균도 없어지고 영양분만 남은 상태로 농토에 돌려보내니 과학적이라는 거죠. 저 어렸을 때도 길가에 파놓은 구덩이에 똥오줌을 모았는데, 겨울이면 춥고 바람 불면 앞을 가리고 지나가다가 많이 빠졌죠. 그 땅에서 난 것을 먹고 자란 동물과 사람의 똥오줌, 각종 부산물과 낙엽을 발효시켜서 다시 땅에 돌려보내는 것, 그러면 땅에서 자라는 채소가 먹기 좋은 열매를 맺어서 우리가 그걸 먹어요. 생명농업이란 이렇게 순환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가 생명순환을 다 해치고 있어요. 미국 다국적기업인 몬산토가 고엽제를 만들어서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헬기로 뿌렸어요. 숲에 숨은 베트콩을 찾고자 나뭇잎을 다 마르게 하는 거죠. 그 숲에 우리나라 군인들이 들어가서 고엽제를 뒤집어써서… 고엽제 병이 무서워요. 그 고엽제 사촌이 제초제예요. 논두렁 밭두렁이 빨갛게 불타듯 죽어있는 것은 제초제를 뿌렸기 때문이에요. 그걸 소가 먹고 그 소를 사람이 먹어서 여러 병이 생겨요.

게다가 콩, 옥수수, 유채 카놀라를 대량재배하려고 제초제를 아무리 뿌려도 끄떡없는 유전자로 조작했어요. 그럼 일일이 베지 않아도 잡초만 죽는 거예요. 이게 바로 GMO예요. 거대 화학회사들이 종자도 팔고 제초제도 팔지요. 이듬해 씨를 받아서 다시 뿌리면 싹이 안 나도록 하는 불임유전자까지 들어있어, 농민들은 비싸도 매년 사다가 쓸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 GMO 옥수수, 콩이 들어온 게 20년인데 불임유전자 영향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3.6%이고, 나머지는 수입하고 있어요. 쌀자급률은 86%에요. 14%는 미국, 중국서 들어오고 있어요.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도 몰라요. 저는 농림부 장관이 되어서 수확률을 높일 수 있는 현대적 유기농법을 고민했어요. 땅을 기름지게 하고 열매를 잘 맺도록 도와주는 미생물을 이용한 유기농법을 도입해야겠더라고요. 하루는 대통령께 보시라고 아침신문을 올렸어요. 그 날 주요기사가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파는 깻잎, 양파, 대파에서 인체에 해로운 농약이 다량 검출되었다는 거였어요. 대통령이 밥 먹다가 전화해서 "그러면 국민들이 어디에서 사먹어야겠는가?" 물으시기에 저는 준비된 대답을 했어요.

"대통령이 나서서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하십시오. 유기농을 하려면 제초제, 화학비료 안 쓰니 일을 두 배, 세 배 더 많이 해야 합니다. 풀도 손으로 베고, 똥오줌을 3년간 완전 발효시켜서 퇴비를 만들어 써야하니 노동력과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갑니다. 유기농산물은 일반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서민은 먹기 어려우니까, 정부가 나서서 유기농업하는 사람, 농약 안 쓰는 사람들을 지원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환경생태계도 살아납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1998년 11월 11일 제4회 농업인의 날에 대통령과 총리를 모시고 대한민국 정부가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했어요. 제초제 하나도 안 쓰고 농약은 안전기준의 1/2만 쓰는 농가에는 저농약인증, 농약 없이 화학비료만 쓰고 퇴비를 주면 무농약인증, 농약이나 화학비료 일절 없이 미생물로 농사짓는 농가에는 유기농인증 마크를 주기로 했어요.

저는 옥상에 화분과 나무상자 110개를 두고 채소를 키워요. 주민들도 자유롭게 솎아가지요. 그런데 애벌레들이 갉아먹으니까 사람들도 벌레 먹은 채소를 뜯어가지 않아요. 제가 실험을 해봤어요. 잎사귀에 농약을 살짝 발라놨더니, 벌레가 기막히게 피해서 먹어요. 그리고 연한 줄기부분만 아삭아삭 먹어요. 독이 있나 없나, 맛이 있나 없나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거예요. 벌레 먹고 못 생겨도 더 맛있고 더 안전해요! 깨끗하고 매끈해 보이는 건 위험한 거예요.

유기농만 판매하는 슈퍼마켓이 캐나다와 미국에 670개가 있는데 이름이 Whole Food Market(홀 푸드 마켓)이예요. 유기농을 ‘Whole Food’(온전한 먹을거리)라고 불러요. 동식물이 자라면서 각종 병해충에 시달리게 되는데 농약, 화학비료에 찌들면 칼로리는 높을지 몰라도 면역력이 뚝 떨어져요. 그만큼 유기농은 면역력이 있다는 거예요. 면역력이 없는 5세 미만, 면역력이 없어진 65세 이상, 어린애와 노인을 위해서 유기농을 먹어야 돼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지구를 살리는 것도 유기농입니다. 유기농사를 지으면 1헥타르 당 공기 중 이산화탄소 7~8톤을 땅 속으로 흡수시켜요. 온난화, 기상이변이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거니까, 지구상에 55헥타르 논밭을 유기농으로 한다면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제초제, 종자회사들이 미디어를 매수해서 유기농을 소비자로부터 정 떨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생명농업으로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은 물론 땅과 하늘과 물도 살리고, 소비자들은 그 농민들에게 고맙다고 소득을 보장하는 도농연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성훈 | 전 농림부 장관,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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