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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을 여는 배움터, 삼일학림


2014년 3월 1일, 많은 이들이 함께 준비해온 삼일학림(三一學林)이 문을 열었다. 삼일학림은 고등·대학과정을 통합한 배움터이다. 농사, 건축 생활기술, 철학과 수신을 필수과목으로 두고,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에 따라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배움터이다.

학림은 '배움의 숲'이란 뜻이다. 삼일학림은 학생과 교사,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어우러져 공부하는 곳이다. 이 뜻에 어울리게 청소년 여덟 명과 성인 열두 명이 첫해에 입학했다. 올해 입학한 청소년 학생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찬 학생들이다. 학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학생들이 학림이라는 배움의 과정을 상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부모로 참여한 이,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에서 교사로 함께하고 있는 이들, 농부, 기자, 시민활동가, 제약회사 연구원, 공무원, 의사 등 성인들도 농생활과 그에 바탕을 둔 삶의 기예와 철학을 배우기 위해 입학했다. 자기 전문분야가 있는 성인들이지만, 그 지식과 우리 일상을 연결하고, 문명의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잘 사는 삶'을 추동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입학했다고 한다.

農을 토대로 삶의 모든 영역 재구성


농생활(農生活)은 단순히 농촌이나 농민만이 살아가는 삶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農(생명살림과 순환)을 토대로 교육, 문화, 의료, 복지 등 삶의 모든 영역을 근원적으로 재구성하는 삶을 말한다. 자신의 먹을거리와 살 집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수련하고 공부한다. 자신의 삶을 규모 있게 계획하고 주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내적 자기규율을 증진시키는 능력'을 키워간다.

삼일학림의 한해살이와 하루살이 역시 이러한 농생활을 토대로 짜여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학기로 구성되며, 농사와 집짓기를 할 수 있는 절기에 맞게 각 학기가 진행되고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자신이 배울 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는다. 하루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간을 매일 설정하고,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시간을 계획해서 수업을 듣거나 학생연구실에서 공부한다.

청소년 학생들의 경우, 처음에는 약간 낯설었던 이런 흐름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규모있게 자기 생활을 즐겁게 해가고 있다. 수업을 듣지 않을 때는 각자 학생 연구실에 가서 주도적으로 자기학습을 한다. 성인 학생들 중 직장을 다닐 경우, 자기 생활의 흐름에 맞게 수강할 과목을 신청하고 해당하는 날에 와서 수업을 듣고 공부한다. 특히 학림에서는 주말에 수업이 많다. '공부하고 일하는 평일'과 '쉬는 주말'로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 모두 자신이 계획한 공부 흐름에 맞게 하루와 일주일의 흐름을 잡아간다.

해석하고 연관시키고 소통하는 능력


이번 학기에는 필수과목으로 농생활, 생태건축, 철학수신, 생활기술, 경전공부가 개설되었고(그 외 필수과목으로 양생, 역사, 예술이 있다), 미술, 그래픽디자인, 일반사회, 고등수학, 기초수학, 심화수학, 영어회화, 시사영어, 음악, 사진예술, 문학, 체육이 선택과목[각주:1]으로 있다. 이런 개설과목 외에도 학생들은 '개인 자율과목'을 스스로 개설해 학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설정한 기간 동안 공부하면 학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번 학기에 학생들이 스스로 설정한 공부 과목으로, 동의보감 외형편, 기초침구법, 민요, 동·서양 미술사, 식물생리학, 태권도 등이 있다.

현대의 배움은 수많은 분과학문들로 분화되어 있고 세부 분야의 자기 전문성만을 강조하기에 우리 사회와 문명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넓고 깊은 지혜를 얻기가 힘들다. 학림에서는 농생활을 토대로 분과학문들을 넘나들고, 문명을 성찰하고 전환할 수 있는 공부를 해간다. 이를 통해 해석하는 능력, 연관시키는 능력, 소통하는 능력, 창조하는 능력을 길러간다.

또한 소통은 다른 생명과 친구, 자신의 몸과 대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지낸다. 풀, 벌레, 나무,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과 소통하고, 함께 자고 공부하고 생활하는 친구와 소통하는 것이다.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힘을 배우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은 봄철이라 밭 갈고 씨를 뿌리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도 캐고, 차를 만들 잎을 따기도 한다. 이렇게 얻은 작물과 나물로,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공동밥상을 직접 준비한다. 채집과 농사짓는 것에서 시작하여 밥상을 차리는 것까지 손수 해본다. 또한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과 소통하며, 단순히 의료자본에 자신의 몸을 맡기기보다, 자기 몸을 양생하는 능력, 삶의 터전 속에 있는 생명체들과 관계 맺는 능력을 키워간다.

몸으로 들인 공부, 다시 가르침으로


학림 학생들은 공부하는 동안 최소 1년 이상 학림을 떠나 자율적으로 자신이 정한 곳에서 공부하는 독립학습 기간을 가진다. 이후 학림에서 어떤 공부를 어떻게 더 지속할 수 있는지 주체적으로 찾고 자기 진로를 선택해가는 과정이다. 수련하며 몸으로 들인 공부를 바탕으로 가르칠 때 더 힘 있는 가르침과 배움이 상호간에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일학림에서 삼일(三一)은 인간이 온생명을 자각하는 가장 원형적인 상징을 뜻한다. 길(道)과 진리(眞理)와 생명(生命)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외심으로 기도하는 삶, 하늘·땅·사람(天地人)의 조화 속에서 온생명과 더불어 사는 삶,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 상호간에 평화를 일구며 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이 품고 있는 뜻에 맞게, 우리 시대 대안적인 삶과 문명을 일구며,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주체를 양성하는 배움터가 되길 기도한다.


박민수 | 강원도 홍천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에서 교사로 지냅니다. 어떻게 하면 더 학생들과 잘 소통하고 학생들의 고민과 마음을 잘 이해해주며, 그 가운데 서로 성숙할 수 있을까가 요즘 가장 큰 생각거리입니다. 또 좋은 시기, 학림 학생으로 입학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1. 선택과목은 문학, 수학, 과학, 사회, 외국어, 특성화과목, 수능시험과정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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